신문로

드론택시(UAM) 상용화와 이를 가로막는 벽들

2024-05-10 13:00:01 게재

고대 그리스신화의 ‘이카루스의 날개’에서 미루어 짐작컨대 이미 기원전부터 사람들은 새처럼 하늘을 날고자 하는 욕망을 끊임없이 분출했던 것 같다. 물론 비행에 대한 기초이론과 형태는 16세기 초에 와서야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의해 정립되었고, 이후로도 많은 사람들의 도전을 거쳐 마침내 1903년 인류역사 최초로 라이트 형제에 의해 날아오를 수 있었다.

비행기는 사람과 물자를 운송하는 수단으로 현대사회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요소다. 그러나 아직까지 비행기는 이착륙을 위한 별도의 공항시설을 갖추어야 하고 조종사 역시 특별한 직업군으로 분류되고 있어 일반인에게는 마치 미지의 영역처럼 느껴질 수 있다. 조종사의 직접 탑승 없이 지상에서 원격조종 혹은 사전에 프로그램된 경로를 따라 자동 혹은 반자동으로 자율비행할 수 있는 무인항공기(UAV, Unmanned Aerial Vehicle)는 이미 1918년에 개발되고 실증에 성공했지만 최근에 들어서야 각광을 받았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UAV보다는 ‘드론’이라는 이름이 더 친근할 것이다. 이유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드론이 부르기도 기억하기도 쉽기 때문에 UAV의 대명사처럼 여겨진 것이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로 보면 드론은 UAV의 한 종류일 뿐이다. 레저와 취미로 많이 쓰이는 RC비행기도 큰 범주에서 보면 UAV로 여길 수 있지만 자율기능이 없고 원격조종기가 필수이므로 UAV에 포함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UAV는 독립된 자율비행 기능뿐 아니라 다른 UAV들과 연동하거나 협동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RC비행기처럼 원격조종기가 필수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사상 최초 UAM 시험비행 완료

며칠 전 한 중국의 드론업체가 중동지역에서 사상 최초로 드론택시(UAM) 시험비행을 완료했다고 한다. UAV가 아닌 UAM이다. UAV와 UAM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것이다. 이쯤 되면 우리는 도심 항공용어인 UAV, UAM, AAM, RAM, IAM, AAV, eCTOL, eSTOL, eVTOL, 버티포트 등에 대한 용어 정도는 대충 알고 넘어가야 한다.

UAM(Urban Air Mobility)은 도심항공교통을 의미하는 것으로 특정한 형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드론을 포함한 항공이동수단을 의미한다. 즉 ‘U’는 무인(Unmanned)이 아닌 사람이 타고 ‘도심(Urban)’속을 날아서 이동할 수 있는 이동수단을 뜻한다. 말하자면 도심에서만 운행되는 하늘을 나는 드론택시다. 따라서 수직 이착륙을 위한 공간인 버티포트(Verti-port), 이동수단간의 자율통신, 자율운항을 위한 자율관제시스템(SCADA)을 도시교통체계에 맞춰 구축하는 모든 것을 합친 의미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도심항공기의 대표주자는 UAM이었다. 도심의 교통체증 속에서 훌쩍 날아올라 갈 수 있으면 하는 상상을 안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UAM의 필요성은 높다. 그러나 UAM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도 전에 개념이 확장되기 시작했다. 도심 운항을 넘어 지역과 지역을 오가며 사람과 화물을 운송할 수 있는 RAM(Regional Air Mobility)이 생겨났고, UAM과 RAM을 합쳐서 AAM(advanced Air Mobility)이 나왔다. AAM은 좀더 진보된 미래항공운송의 뜻으로 UAM과 RAM이 합쳐져서 자연스럽게 모든 항공 모빌리티를 대변하는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그것의 두드러진 차이점은 운항범위다. UAM이 도심이 주목적이라면 AAM은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넓은 범위를 포함하기 때문에 기술적 차이도 존재한다. 바로 동력원인데 UAM, RAM, AAM 모두 전기 추진기반이기 때문에 배터리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20~30분 동안 30~40km 정도만 이동할 수 있다. UAM의 본격 상용화를 위해서는 100km 이상 운항이 필요하고 RAM, AAM은 200-400km 운항거리가 요구되므로 수소연료전지 복합형으로 추진되고 있다.

한국에서만 ‘우버’ 못보는 상황 재현될 수도

우리 정부도 2025년 여의도에서 인천공항까지 20분 안에 갈 수 있는 UAM을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반대로 현행법은 이를 철저히 가로막고 있다. UAM의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운영에 따른 인프라 구축과 항공안전 대책에 대한 법제도 개선, 그리고 기득권이 문제다.

전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우버’를 우리나라에서만 못보는 상황이 드론택시인 UAM에서도 재현될까 두려울 뿐이다.

윤경용 페루 산마틴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