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경찰이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특혜·비리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과 관련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강제수사로 확보한 증거물 분석에 착수했다. 또 김 여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전방위로 수사 중인 검찰이 6.3 대통령선거 전 대면 조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9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국토교통부와 양평군청, 용역업체인 경동엔지니어링, 동해종합기술공사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압수물 분석 작업 중이다. 경찰이 이 사건 수사와 관련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사의 핵심은 해당 사업에 대한 용역업체 등의 타당성 조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냐는 것이다. 경찰은 현재 압수물 분석에 주력하며 노선 변경 과정에서 김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가 있었는지를 중점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또 이번 사건 피고발인인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등에 대한 소환 조사를 검토하는 한편 사업 추진 과정에서 국토부와 원 전 장관의 개입이 있었는지도 확인해 볼 방침이다.
결과에 따라 관련자 줄소환이 예상된다. 경찰이 조만간 피고발인인 원 전 장관의 자택 등에 대한 강제 수사에 나서거나 대면 조사를 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원 전 장관은 이 사건과 관련해 소환된 바 없으며, 그의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은 “선거에 영향을 주려는 술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원 전 장관은 17일 페이스북에 “용역사 선정, 타당성 조사, 발주, 대안노선 검토 방침 수립, 대안노선 검토 모두 제가 국토부 장관으로 취임하기 이전의 일인데 도대체 어떻게, 어떤 내용에 관여했다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등은 각각 2023년 7월 직권남용 혐의로 원 전 장관과 김선교 의원(전 양평군수) 등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고발인들은 원 전 장관이 2019년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 발표 때부터 유지돼 오던 서울~양평 고속도로 양서면 종점 노선을 윤석열 전 대통령 처가에 특혜를 줄 목적으로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소재한 강상면 종점 노선으로 변경하도록 직무권한을 남용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다.
하남시와 양평군을 잇는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국토부가 2017년부터 추진해 온 사업이다.
원안인 양서면 종점 노선은 2021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2023년 5월 대안인 강상면 종점 노선을 검토하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특혜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해 고발이 잇달았다.
논란이 일자 원 전 장관은 2023년 7월 돌연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 사업은 현재까지 중단된 상태다.
원 전 장관은 당시 “전적으로 제가 책임진다. 정치생명, 장관직을 걸었다”고도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압수물 분석에 집중하고 있는 단계로 피의자 소환과 관련된 사항을 비롯해 수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도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6.3 대통령선거 전 김씨를 대면 조사할지에 관심이 모인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피의자 신분인 김 여사가 14일 소환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응하지 않자 두 번째 출석요구서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김씨가 명씨로부터 3억7520만원 상당의 비공표·공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는 대신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고 있다. 또 2022년 6.1 지방선거와 지난해 4.10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김씨 측은 불출석 사유서에서 건강 상태가 좋지 않고, 6.3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검찰은 의혹과 관련한 관련자들을 조사했고 자료도 확보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대면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씨에게 6.3 대선 전 출석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김씨가 참고인 신분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청탁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는 최근 대통령실 제2부속실 행정관이었던 조 모씨 주거지와 샤넬코리아를 압수수색했다. 전씨에게 김씨 선물 명목으로 전달된 것으로 알려진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등의 행방과 구매 이력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3일에 이어 17일 전씨를 다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전씨가 각종 청탁 명목으로 6000만원 상당의 목걸이 등을 건네받아 김씨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