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휴전 협상단 곧 이집트로

2024-05-03 13:00:01 게재

이스라엘 제안에 긍정적 검토 … 이스라엘, 취소했던 전시각료회의 개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라파에서는 매일같이 주로 아이들이 음식을 얻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1일 라파의 한 음식 배급소의 모습이다. AP=연합뉴스
가자지구 휴전과 인질석방 등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협상 논의에 탄력이 붙고 있다. 주변 중재국들의 노력과 압력에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태도 역시 조금씩 바뀌는 양상이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 AP, AFP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최근 나흘간 이스라엘 측이 제안한 휴전안을 검토해 온 하마스가 조만간 협상 대표단을 이집트 카이로에 보내기로 했다.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추가 협의를 위해 협상단이 조만간 이집트를 방문할 예정”이라며 “최고 정치지도자인 이스마엘 하니예가 (이스라엘의) 휴전 제안 검토에 관한 긍정적 태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AFP 통신에 따르면 하니예는 이집트 정보국장과 전화 통화에서도 ‘긍정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바로 전날 전해진 하마스 대변인 인터뷰와는 상당한 온도 차가 있다.

오사마 함단 하마스 대변인은 전날 레바논 알마나르 TV에 “현재 협상 문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부정적”이라며 “적이 라파 작전을 감행한다면 협상은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하마스는 지난달 27일 이스라엘 측의 협상안에 대한 입장을 전달받고 공식 답변을 제시하기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스라엘 제안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인질-수감자 맞교환이 성사되면 10주간 휴전하면서 ‘지속 가능한 평온의 회복’ 문제에 관해 추가로 협상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이스라엘 관리는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이스라엘이 합의를 위해 크게 양보했다면서 10주 휴전과 33명의 인질 석방, 이스라엘군의 검색 절차 없는 가자 북부 주민의 거주지 복귀 허용 등이 이번 휴전안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최근 중동을 다시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행보도 관심을 모았다.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사우디 수교,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등의 카드를 제시하며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쪽 모두 압박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이 매우 중요한 타협을 했다”면서 하마스가 이를 받아들이도록 압력을 가했다. 그는 특히 순방을 마치고 미국으로 떠나기 전 “더 이상 흥정할 시간이 없다. 거래가 이루어졌다”고 말해 협상타결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스라엘은 이날 전시 각료회의를 다시 열고 인질 석방을 위한 다음 단계의 행동계획을 논의한다고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30일 휴전 문제와 무관하게 하마스의 최후 보루인 가자 최남단 라파 공격 계획을 밝히면서 당일 계획했던 전시 각료회의를 취소한 바 있다.

비록 각료회의는 다시 열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공격에 대한 의지를 거듭 밝혔다. 팔레스타인 피란민 140여만명이 몰려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라파지역에 대한 지상전은 국제사회는 물론이고 최우방 미국까지 만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2일 전몰장병 추념식에서 “적을 물리치고 승리하기 위해 라파 공격을 포함해 할 일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거리 그리고 근거리 군사작전을 두고 과거에는 물론 지금도 의견 불일치가 있다”며 “하지만 논쟁 끝에 나는 결정을 내렸고 (내각이) 이를 수용했다. 그 결과 우리는 그곳 그리고 여기서 작전을 단행했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와는 별개로 이날 가자 전쟁으로 초토화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재건 비용이 최대 55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유엔의 추정치가 나왔다.

압달라 알다르다리 유엔 사무차장 겸 유엔개발계획(UNDP) 아랍국가 지역 국장은 “유엔 개발프로그램의 초기 추정 재건 비용은 300억달러(약 41조원)를 넘어서며 400억달러(약 55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다르다리 국장은 “가자지구의 파괴 규모가 전례가 없는 수준으로 거대하다”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가 경험해보지 못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UNDP에 따르면 전쟁이 개시된 작년 10월 7일 이후 최근까지 가자지구에서 주택 8만채가 부서졌다. 전례에 비춰볼 때 파괴된 주택을 모두 복구하기까지 약 80년이 걸릴 것이라고 UNDP는 평가했다. 다만 ‘최선의 시나리오’로 2021년 5월 가자지구 무력 충돌 당시 재건 속도보다 5배 빠르게 건설자재가 공급될 수 있다면 2040년까지 복구가 마무리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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