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에 특허침해 소송대리 허용해야”

2024-05-03 13:00:05 게재

혁신벤처단체협, 국회에 촉구 … 변리사법 개정안 폐기 우려

혁신벤처단체협의회가 2일 “특허침해소송에서 변호사와 변리사의 공동소송대리를 허용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이 반드시 21대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기술패권 경쟁시대에 참신한 기술과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한 혁신·벤처기업들에게 특허는 심장과도 같다”면서 “특허가 무너지면 혁신·벤처기업도 무너지게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협의회가 긴급하게 입장문을 낸 건 ‘변리사법 개정안’이 또다시 폐기될 운명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변리사법 개정안은 특허권 침해소송에서 변리사가 변호사와 함께 소송을 대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변호사와 변리사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대형로펌이 아니면 특허소송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규모가 작은 혁신·벤처기업들은 대형로펌의 소송비용과 장기간 소송기간을 감당할 수 없어 소송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특허침해소송은 1심에서만 평균 600일이 넘게 소요된다. 일반 민사소송에 비해 고도의 기술·특허 전문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공동소송대리 제도는 특허소송의 장기화를 해소해 기업들의 소송 부담을 줄이는 방안으로 꼽힌다.

변호사와 변리사가 협업하는 체계가 구축된다면 기업들은 자사 특허의 출원을 담당해온 변리사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수임료가 높은 대형로펌을 찾지 않더라도 특허분쟁을 대응할 수 있다. 기업들은 소송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전문성을 갖춘 변리사들이 변호사보다 좀더 빠르고 확실한 판단을 할 수 있어 소송기간도 줄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4개 단체, 벤처기업협회 등 10개 혁신단체로 구성된 혁신벤처단체협의회,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 과학기술 4개 단체 등이 변리사업 개정안에 찬성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영국 일본 중국에 이어 최근 EU(유럽연합)에서도 특허침해소송에서 변리사의 소송대리를 허용하고 있다.

2003년부터 변리사 특허소송 공동대리를 시행한 일본은 효과를 보고 있다. 대한변리사회가 일본 지적재산고등재판소의 3년간(2019~2021년) 공개 판결문 381건을 조사한 결과에서 공동대리와 단독 변호사가 맞붙은 특허소송에서 공동대리 승소율은 57%(79건 중 45건)에 달했다.

원고승소율만 따로 놓고 보면 공동대리가 45.8%(48건 중 22건)인 반면 변호사는 25.8%(44건 중 9건)에 그쳤다. 공동대리와 변호사 간 승소율 격차가 20%p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변리사법 개정안은 지난 17대 국회 때부터 발의됐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단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폐기돼 왔다. 법사위에 대거 포진한 법조인 출신 의원들이 반대한 탓이다.

이번 개정안도 14년여 만에 법사위에 재상정됐지만 통과되지 못하고 2소위로 넘어가 폐기 직전의 상태다.

협의회는 “혁신·벤처기업들은 20여년 동안 간절히 염원해왔다”며 “혁신·벤처기업들이 도전을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변리사업 개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김형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