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특검’ 또 거부? 여권 진퇴양난

2024-05-03 13:00:02 게재

막으면 … 찬성 여론 비등에 이탈표 예측불허 부담

받으면 … 주도권 상실, '김건희 특검법'도 부담

야권이 2일 ‘채 상병 특검법’을 단독처리하자, 대통령실과 여당은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통해 저지할 태세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추가 상정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채 상병 특검법’을 1차 저지하더라도 정치적 부담은 여전히 남는다. 만의 하나 야권에 밀려 특검법이 성사되면 그 후폭풍도 부담이다. 여소야대 국회 앞에 선 여권이 ‘특검법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홍철호 수석 “입법 폭거” = 3일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야권의 단독처리는) 사법 절차에 상당히 어긋나는 어떻게 보면 입법 폭거다. 그래서 대통령께서는 아마 이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거부권 행사는 정부로 법안이 이송된 이후 15일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 야권은 거부권이 이뤄지면 오는 28일 본회의를 열어 재투표한다는 계획이다.

여권이 거부권을 통해 ‘채 상병 특검법’을 1차 저지하더라도 △찬성 여론이 높고 △거부권을 반복해야 하고 △이탈표 통제가 어려운 부담이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4월 29일~5월 1일, 전화면접,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의 전국지표조사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21대 국회 종료 전에 처리하는 것’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67%로 높았다. 반대는 19%에 그쳤다. 4.10 총선에서 민심의 심판을 받은 여권이 또 여론을 거슬러야 하는 부담을 떠안은 것이다.

윤 대통령이 이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벌써 10번째다. 야권은 ‘채 상병 특검법’이 불발되면 22대 국회에서 다시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 쳇바퀴’에 내몰렸다는 우려다.

재투표가 이뤄지면 재적 의원(296명) 2/3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여당에서 17~18표가 이탈해야 가능한 수치다. 여당에선 이탈표가 많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불출마·낙천·낙선 의원이 55명에 달한다는 점이 변수다. 여권 인사는 “윤 대통령의 ‘이종섭 대사 임명’ 때문에 총선 판세가 뒤집혔다고 생각하는 의원이 적잖다”고 전했다.

◆특검 수용? 개헌 제기? = 만약 재투표를 통해 ‘채 상병 특검법’이 통과되거나 여권이 전격적으로 법안을 수용하더라도 또 다른 부담이 닥친다. 여권은 거야에 주도권을 뺏긴 채 22대 국회 내내 끌려 다닐 공산이 크다. 남은 임기 3년 동안 3대 개혁(노동·연금·교육)을 마무리해야 하는 윤 대통령으로선 난감한 대목이다.

특검이 일단 시작되면 수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변수다. 특검은 채 상병 사고 수사과정에서 대통령실이 부당하게 개입했는지 여부를 수사하게 된다. 대통령실이 연루된 혐의가 확인될 경우 그 정치적 파장은 가늠하기 어렵다. ‘채 상병 특검법’이 성사되면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야권이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김건희 특검법’을 거부할 명분이 약해진다. 여권 핵심부에서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감이 더 강한 분위기다.

여권 인사는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에만 의존해 야당의 특검 공세를 계속 피해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특검 정국을 돌파할 담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검을 전격적으로 수용해 제기된 의혹을 정면 돌파하거나, 정치권의 블랙홀이 될 수 있는 개헌 이슈를 던져 판을 흔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엄경용 이재걸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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