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개설은 기본, 엑셀에 파워포인트까지 할 수 있어요”

2014-10-09 10:40:07 게재

영상고등학교 ‘파워포인트로 나만의 블로그 만들기/엑셀’ 수업

평생교육시대, 엄마들도 문화센터나 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취미생활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문화센터가 아닌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면 어떨까. 거리도 가깝고 학교 소식도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흔치 않은 프로그램까지 배울 수 있다. 영상고등학교(교장 홍병훈)에서 마련한 평생교육학습 프로그램인 ‘파워포인트로 나만의 블로그 만들기/엑셀’ 수업은 학교의 아낌없는 지원과 회원들의 열정이 어우러져 평생교육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포토샵을 이용해 하나 밖에 없는 달력도 만들어
화요일 오후 5시, 아이들이 자리를 비운 영상고등학교 컴퓨터실에는 엄마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 컴퓨터를 켜고 지난 시간에 배운 것을 복습하기도 하고 독수리 타법을 면하기 위해 타자연습을 해보기도 하다.
어느새 수업 시간이 시작되고 지난 학기 ‘파워포인트를 이용해 나만의 블로그 만들기’에 이어 이번 학기는 엑셀 수업이 진행된다.
“엑셀의 한 칸은 아파트 주소와 같습니다. 주소를 모르면 집을 못 찾는 것처럼 행과 열이 합쳐지는 이곳이 데이타의 주소가 됩니다.”
엑셀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엄마들은 강사의 설명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귀 기울여 듣는다. “엑셀은 합계, 평균, 순위, 정열, 함수를 구하는 거예요. 옛날에는 주산으로 계산하다 계산기로 발전하더니 이제는 모두 엑셀로 다 구한답니다. 이제 엑셀을 모르면 안 되는 시대에 살고 계신 거예요.”
강사의 설명에 따라 열심히 숫자를 입력하고 평균을 내보지만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컴퓨터를 원망하기를 몇 번. 어느새 2시간이 훌쩍 지나버린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최신형 컴퓨터로 빠르게~
영상고등학교의 평생교육교실은 지난 2009년 개설됐다. 영상고에서 학부모 대상 평생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오덕성 교사는 “영상고등학교가 평생교육원을 설립하면서 지역주민들과 학부모들에게 학교를 개방해 도움을 주고자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힌다. 천연비누 만들기, 천연화장품 만들기, 배드민턴교실, 스토리텔링, 디카활용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중 최신 컴퓨터가 있는 컴퓨터교실을 개방해 컴퓨터를 어려워하는 엄마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포토샵에 이어 파워포인트, 블로그 만들기, 엑셀 프로그램까지 연계됐다.
오 교사는 “영상과 시나리오와 같은 영상고만 할 수 있는 특화된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싶었지만 학부모나 지역주민들은 포토샵이나 파워포인트 등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호한다”며 “지역주민의 요청에 맞추어 포토샵, 블로그 만들기, 파워포인트, 엑셀 등의 프로그램을 선택하게 됐다”고 밝힌다.
평생교육 ‘파워포인트로 나만의 블로그 만들기/엑셀’ 수업의 강의를 맡고 있는 이영순 강사는 “포토샵이나 엑셀을 학원에서 배우려면 비용이 많이 들고 구청 문화센터에 가면 컴퓨터가 느리다. 하지만 영상고는 학생들이 쓰는 최신 컴퓨터를 이용해 포토샵이나 엑셀을 무료로 배울 수 있어 일석이조의 이득이 있다”고 전한다. 
아직 엄마들에게 컴퓨터는 어렵기만 하다. 하지만 지난 학기 포토샵을 이용한 달력 만들기 에 성공한 경험을 가지고 이제는 자신 있게 컴퓨터를 만진다. 김희경 회원은 타자치는 것도 익숙하지 않고 컴퓨터 용어도 어렵지만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자체가 의미 있단다. “요즘 아이들과 컴퓨터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모르는 걸 물어보면 ‘몰라도 된다’도 냉대하더니 이젠 대화가 되네요.” 안경순 회원은 “블로그도 만들고 홈페이지도 만들었는데 아이들이 ‘엄마 대단다하’며 칭찬을 해주니 으쓱해지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계속 배우고 싶어요”라고 전한다.
아직 독수리타법으로 타자를 치는 이영림 회원, 30년 동안 컴퓨터를 만져본 적이 없다 이제야 배운다는 영림씨는 “아이가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궁금해서 컴퓨터를 배우게 됐어요. 하면 할수록 컴퓨터가 이렇게 재미있는 건지 몰랐네요. 틈나는 대로 연습을 좀 더 해야겠어요”라고 말한다. 이정숙 회원은 엑셀이 필요하던 차 아이나 남편에게 물어보다 핀잔 받기를 몇 번, 이제는 가족들에게 당당히 큰소리를 친다. “누르기만 하면 합계가 나오고 평균이 구해지는 걸 보면 감탄이 절로 나와요. 역시 배워야 한다니까요”라며 웃는다.
‘파워포인트로 나만의 블로그 만들기, 엑셀 수업’은 엄마들에게 어렵기만 했던 컴퓨터를 활용해 달력도 만들고 블로그도 개설하면서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나게 되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미니 인터뷰

이영순 강사
“지난 학기, 포토샵을 이용해 달력을 만들면서 어머니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회복되는 걸 보며 보람을 느꼈어요. 같이 모여서 배우면 시너지 효과도 생기고 자신을 개발 성찰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답니다.”

김수정 회원
“하나하나 배워가는 과정이 재미있고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라 도움이 됩니다. 때로는 아이들에게 물어가며 프로그램을 완성시키기도 하지만 서툰 작품을 보며 아이들도 칭찬도 해주니 보람되네요.”

심미경 회원
“포토샵을 이용해 액자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었어요. 나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도 생겼고 이제는 사진 편집은 거뜬히 해내고 카페도 관리하면서 컴퓨터에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양민영 회원
“블로그도 개설하고 달력도 만들어 집에 걸어 놓으니까 보람되네요. 다들 처음 배우니까 버벅거리기도 하지만 서로 가르쳐주면서 소통하게 되고 진도를 많이 나가는 것보다 배우는 자체가 즐겁고 의미가 있네요.”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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