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어떤 생각은 세상을 바꾼다
잘못된 '혁신'에서 벗어나다
어느 6월 오후, 미국 혁신 컨설팅업체인 '파렌하이트 212' 의 삼성 프로젝트 팀장인 존 크로포드 필립스가 팀원들에게 던진 말이다. 전략가, 분석가, 금융 전문가, 개념적 사고 전문가 등 파렌하이트 212 삼성 담당팀에 속한 10여명은 삼성이 만든 '반투명 액정표시장치(LCD) 스크린' 시제품을 감상했다. 반투명 LCD는 스크린 너머를 보여주는 동시에 디지털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는 투시형 유리 패널이다.
파렌하이트 212 직원들은 신기술에 환호했지만, 단순히 감탄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삼성의 기술을 '흥미로운' 대상에서 '가치 있는' 대상으로 바꾸는 게 이들의 과제였다. 프로젝트팀은 수많은 사업 아이디어를 내놨고, '머니 앤드 매직(money & magic)' 혁신 모델을 적용해 수개월간 조사와 연구, 토론을 거친 뒤 답을 제시했다. 상업 냉장·냉동고의 유리문을 대체하는 지능형 진열창이다. 삼성은 '반투명 LCD 지능형 진열창'을 2012년 국제 가전제품 박람회(CES)에 선보여, '최고의 혁신상'을 받았다.
저자인 마크 페인은 이 책을 통해 잘못된 '혁신'의 허점을 꼬집었다. 아이폰이 등장한 뒤 기업의 목표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 바로 '혁신'이다. 애플처럼 종전 시장을 파괴하고 독자적인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게 많은 기업들의 꿈이다. 하지만 저자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차고 넘치는 요즘, 획기적인 혁신을 일으키기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혁신'이란 개념이 남발되면서 모호함만 커지고 실체는 더 알 수 없게 됐다고 경고한다. 그럴 듯해 보이지만 수익성은 전혀 없는 일에 매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저자는 허무맹랑한 꿈만 꾸는 일을 그만두라고 조언하며 제대로 된 수익 구조를 갖춘 혁신을 일으킬 방법을 알려준다. 파렌하이트 212가 혁신의 최전선에서 겪은 다양한 일화를 공개, 혁신이 이뤄지는 실제 과정을 보여준다. 이 과정을 통해 '수익성을 따지는 일은 아이디어를 가두는 것'이라는 통념을 과감히 깨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