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세대 간 대학·학과 선호도 조사
학부모는 '실속(전공경쟁력)' 학생은 오히려 '간판(대학)' 중시
대학의 취업률은 곧 인기 학과로 연결되며, 이는 시중의 배치 참고표에도 반영돼 합격선을 끌어올리게 마련이다. 종전의 공고하던 대학 서열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는 원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학생과 학부모들의 대학·학과 선택 기준에도 변화가 오고 있을까. 내일신문 자매지 '미즈내일'이 고1 학생과 학부모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취업률'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졌으나 학생은 대학을, 학부모는 전공 경쟁력을 좀더 따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 현장의 진로 교육에도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준 이번 설문 조사 결과를 심층 분석했다.
지난 17일부터 5일간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이 고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대학 초청 정시 설명회 현장은 각 대학들의 치열한 홍보 각축전이었다. '진학만 하면 이중 전공, 복수 전공, 다전공, 전과의 기회를 활용할 수 있다' '4년간 전액 장학금과 글로벌 인턴십 등 혜택이 제공된다' '대기업들이 선호하는 특성화 학과라 취업률이 높다'…. 대학 관계자들이 입시 정보보다 열을 올려 풀어낸 얘기들이다.
최근 각 대학들이 앞다퉈 개설하는 특성화 학과는 고착화된 점수 서열을 완화하고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된다. 실제 특성화 학과 전략이 얼마나 호응을 얻고 있는지, 취업률 지표가 전통적인 인기 학과와 대학 간 선호도에는 어떻게 반영되는지, 수도권 대학과 의대, 교대 쏠림 현상에 대한 세대 간 차이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등을 조사하기 위해 좀더 세부적인 문항을 구성해봤다.
정시 배치표를 기준으로 유사하거나 점수 차가 있는 2개 선택지를 다양하게 배치하고 '자신의 성적이나 진학하려는 계열과 무관하게 2개 학과 중 한 곳에 지원해야 한다면 어느 쪽을 선택할지' 물은 결과, 학생들은 대학에, 학부모는 전공 경쟁력에 좀더 비중을 두는 경향을 보였다.
경영 vs 철학, 서울권 vs 지방 국립대
서강대 경영학부와 연세대 철학과는 '김영일교육컨설팅 2015 정시 배치 참고표'를 기준(정시 수능 점수의 상대적 위상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참고)으로 원점수 384점(국·수·영·탐) 구간에 해당한다.
양쪽 응답자 모두 서강대 경영학부를 더 선호했는데, 학생은 서강대 경영학부(64.0%)와 연세대 철학과(36.3%) 간 격차가 28.0%p인 반면 학부모는 서강대 경영학부(79.1%)와 연세대 철학과(20.9%)의 격차가 58.2%p로 매우 크게 벌어졌다.
이는 경영학부와 철학과의 취업에 유용한 정도가 학과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며, 격차는 자녀의 취업을 고민하는 학부모에게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광운대 전자공학과와 경북대 전자공학부는 원점수 347점 구간(국·수·영·탐)에 위치하지만, 경북대가 다소 높다.
반면 학생은 광운대 전자공학과(60.3%)가 경북대 전자공학부(39.7%)보다 20.6%p 높고, 학부모는 광운대 전자공학과(57.1%)가 경북대 전자공학부(42.9%)보다 14.2%p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 모두 지방 국립대 중 전통적인 강자로 꼽히는 경북대보다 광운대 전자공학과를 선호한 것은 서울·경기 지역 응답자 수가 많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 중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지역 응답자들에게는 경북대 전자공학부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국취업신문 김홍태 대표는 "실제 경북대 전자공학부의 대기업 취업률은 손꼽힐 정도지만, 'in 서울'로 집중되는 대학 선택 경향 때문에 이공계 전공과 지역 산업의 연관성이 서울· 경기 지역 학부모나 학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지역적 거리감이 대학·학과 선택 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임을 알 수 있는 결과"라고 봤다.
최상위 특성화 학과 vs 대학 브랜드
각 대학의 정시 배치표 기준 자연 계열 최상위 특성화 학과와 대학 브랜드를 놓고 조사한 설문 결과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원점수 381점(국·수·영·탐) 구간으로 한양대 자연 계열 최상위인 미래자동차공학과와 원점수 382점 구간의 연세대 기계공학부를 비교한 질문에서는 학생, 학부모 모두 연세대 기계공학부를 선호했다. 단 35.8%p의 격차를 보인 학생에 비해 학부모들의 격차가 16.0%p로 더 적다는 점이 눈에 띈다.
원점수 347점(국·수·영·탐) 구간에 속한 국민대 자연 계열 최상위인 자동차IT융합학과와 원점수 362점 구간인 중앙대 기계공학부의 비교에서도 학생, 학부모 모두 중앙대 기계공학부를 선택했으나 역시 격차는 학생보다 학부모가 훨씬 적었다. 학생은 중앙대 기계공학부를 두 배 이상 많이 선택했지만, 학부모의 응답률 간 격차는 4.4%p에 불과했다.
아직 학생들이 고등학교 1학년이라는 점에서 대학 브랜드에 더 영향을 받는 반면, 학부모들은 대학의 지원이나 취업률에 적잖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파악된다.
학생들의 경우 자신들이 응답한 대학과 학과 선택 요인에 따라 두 질문의 응답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지만, 학부모들은 선택 요인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인 점이 주목된다.
장학제도를 중시한다고 답한 학부모들에게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선호도가 더 높게 나타나고, 취업률과 장학제도를 중시한다고 답한 학부모들이 국민대 자동차IT융합학과를 더 선호한 점이 그 방증이다.
원점수 382점(국·수·영·탐) 구간으로 의대를 제외하고 고려대 자연 계열 최상위인 사이버국방학과와 원점수 381점(국·수·영·탐) 구간의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간 비교에서는 학생, 학부모 모두 서울대 컴퓨터공학부를 두 배가량 선호했다.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역시 대학 측이 집중 지원하는 특성화 학과지만, 서울대라는 특수성과 컴퓨터공학부 역시 취업에 유리한 학과라는 점이 대학 서열을 뒤집는 결과로 이어지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세대차 보인 의대, 교대 쏠림 현상
의대와 교대로 대표되는 직업 안정성 측면의 쏠림 현상을 알아본 조사에서는 학생과 학부모의 선호도가 확연히 갈렸다.
원점수 387점(국·수·영·탐) 구간의 전남대 의예과와 원점수 381점 구간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비교에서 학부모는 전남대(56.2%)를, 학생은 서울대(63.0%)를 선택한 응답률이 더 높았다.
원점수 347점(국·수·영·탐) 구간의 건국대 물리학부와 원점수 362점 구간의 한국교원대 물리교육과 비교에서도 학부모는 한국교원대(71.4%)를 두 배 이상 더 많이 선택한 반면, 학생은 건국대(60.3%)를 더 선호했다.
이 같은 현상은 최상위권 대학 화학, 생명공학 계열 학과들의 충원율이 100%를 상회한다는 입학처 관계자들의 토로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 주최 대학 초청 정시설명회에서 한 대학 관계자는 "자연 계열은 최초 합격선보다 최종 합격선이 관건"이라며 "결원을 보충해야 하는데, 어지간한 과들은 전국의 의대와 치대를 한 바퀴 돌고 난 끝에 정리된다고 말할 정도"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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