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서점 100배 즐기기

2015-02-25 22:32:55 게재

손품발품으로, 책을 사고파는 ‘재미’ 느껴볼까?

 
(알라딘)
 
(아단문고)
 
(도토리중고책방)

지난 11월 도서정가제 시행과 함께 최저가의 책을 찾아다닐 이유가 사라졌다. 체감되는 할인율이 줄어드니 책값이 오른 것 같다는 푸념의 소리도 들려온다. 그러나 중고서점으로 시선을 돌리면 또 다른 흥정의 재미가 살아난다. 우리 지역 중고서점을 돌며, 중고서점을 이용할 때 참고할 사항을 정리해봤다.

합리적 가격의 중고서점, 주의사항은?
중고서점을 찾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싼 가격의 이점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대부분 50%~80%의 할인율이 적용되고, 그것조차 의미 없는 2~3000원대 책들도 많다. 도토리중고책방에서 만난 김가연 씨는 “조카에게 책 읽는 습관을 키워주려고 같이 책을 사러왔다”며, “책값이 너무 비싸서 중고서점을 검색해 찾아본 후 방문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고서적은 책의 인기도와 상태 등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고, 중고서점마다 기준도 조금씩 달라 동일한 책이라 하더라도 가격대가 다양하다. 예를 들어, 신간이 8,500원에 판매되는 한 소설책은 중고 최저가 1000원, 최고가 4400원으로 3000원 이상 차이가 난다.

또, 원하는 책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학생들의 필수품인 참고서를 구입할 때는 세심한 주의도 필요하다. 출판사와 출판년도, 개정여부, 저자 등 충족시켜야 할 조건이 많기 때문에 꼼꼼히 확인하지 않으면 잘못된 구매로 낭패를 볼 수도 있다. 특히 작년과 올해는 개정된 교과서가 많아 중고참고서의 거래량이 크지 않다는 것이 중고서점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므로 사야할 책이 명확하다면, 중고서점에서 운영 중인 온라인 몰을 활용하거나 전화문의 등을 통해 해당 책을 보유하고 있는지, 가격대는 어느 정도인지, 미리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책을 살 종자돈, 중고서점에서 만들자
아단문고에서 만난 이진희 씨는 몇 달 전 방 정리를 하면서부터 중고서점과 인연을 맺었다. “정리할 책이 꽤 돼서 시간이 될 때마다 조금씩 가져오고 있다”는 이 씨는 “이번에도 6권의 책을 가져와 1만 2000원을 받았다”며, “이 돈은 다른 책을 사는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학년이 바뀌고 해가 바뀌는 이맘때는 중고서점이 가장 붐비는 시기이다. 책을 사려고 방문하는 사람도 많지만, 다 읽었거나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책들을 팔기 위해 중고서점을 찾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책의 가치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다 보니,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중고서점에서도 책을 사주지 않는다.

알라딘이나 인터파크 등의 경우 인터넷 상에서 ISBN 번호나 책 이름을 검색해 매입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발행연도, 품질상태 등을 고려한 매입가도 쉽게 예측 가능하지만 매입불가로 판정된 책들을 구제할 방법은 없다. 반면 동네 중고서점은 직접 대면해야만 매입가능성과 가격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종류와 값어치의 책들이 섞인 경우, 주인장의 재량과 본인의 협상력에 따라 어느 정도 융통성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어떤 ‘색’의 중고서점을 가볼까
알라딘 같은 대형 중고서점의 매력은 대형서점과 동일한 쾌적함과 편리함이다. 알라딘 산본점에서는 휴식 공간에 앉아 엄마와 아이 등 다양한 연령대가 편하게 책 읽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책도 잘 분류돼 있고, 검색대 등도 잘 갖추고 있어 불편한 요소를 찾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다.

이에 비해 동네 중고서점은 옛 모습을 간직한 색다른 매력이 눈길을 끈다. 30년이 넘도록 운영 중인 아단문고는 시간이 멈춘 듯한 모습이 꽤 인상적이다. 이중으로 된 색 바랜 책장, 녹슨 사다리, 막혀버린 다락방 등을 보고 있자면 이곳의 과거가 영화처럼 스쳐지나간다. 내세울 시설은 아니지만 시간과 책을 음미하고 싶은 심리적 안정을 준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도토리중고책방은 아단문고와 알라딘의 중간 형태로 책의 양과 규모가 결코 만만치 않다. 미리 원하는 분야를 이야기하면 책을 찾아 헤매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김경미 리포터 fun_seek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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