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다윈과 함께
다윈의 관점으로 접근한 인간학
인간은 생물학적 동물이자 사회적 동물이다. 최근 유행하는 '통섭'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매력적인 주제이지만, 사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구분을 넘기가 생각보다 만만찮았다.
그 구분을 깬 연구 학술서가 나왔다. 사이언스북스가 펴낸 '다윈과 함께-인간과 사회에 관한 통합 학문적 접근'이 그것. 사이언스북스가 의욕적으로 발간하고 있는 미래융합 아카데미의 두 번째 시리즈이기도 하다. 저자로 참여한 사람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연구를 총괄한 사람은 정치학을 전공한 서울대 김세균 교수이고, 통계 물리학 분야의 최무영 서울대 교수와 생물인류학 분야의 권위자인 박순영 서울대 교수, 페미니즘과 진화론의 관계를 재정립한 오현미 박사, 생명현상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복잡계 물리학으로 연구하는 김민수 연구원, 생물 정치학 분야의 이상신 숭실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그만큼 인간을 중심으로 한 연구영역이 넓다는 얘기일 것이다.
왜 지금 다윈인가. 생명공학이 발전하면서 지금이야말로 인간은 무엇인지, 생명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할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더구나 다윈의 진화론은 자연과학 뿐 아니라 심리학과 윤리학, 인문학 등 제 분야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쳐온 만큼 그 성과를 종합할 필요성도 있었다.
사실 이 종합적인 연구의 시작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윈 탄생 200주년을 맞아 당시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원장이었던 김세균 교수는 '한국에서 진화론의 통찰을 바탕으로 학문 통합을 폭넓게 사고하기 위해 기획한 것'이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인문학, 사회적 실천을 망라한 기획이다 보니 연구자들의 입장을 조율하는데만 해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실제 이 책을 읽다 보면 동일한 사안에 대한 정반대의 드러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역자인 김 교수는 "이 책은 통합된 학문의 합의된 상을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 통합의 과정이 지난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이 책은 미완성이다. 자연과 사회의 구분을 넘어서는 인간이 무엇인지 규명하기 위한 문제제기 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윈의 진화론을 매개로 20세기 자연과학의 성과와 사회과학의 성과를 결합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시도인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