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10일에 서는 진천 5일장
“지금 시장에는 햇마늘 햇양파 각종 묘목과 모종이 한창입니다”
아침에 조금 부지런하게 움직여 집을 나선다면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쯤 집에 도착할 수 있는 여행지가 몇 군데 있다. 마침 날짜가 5일이나 10일이라면 진천 5일장에 나서보자. 한 번쯤은 들어봤을 ‘생거진천 사거용인’의 주인공이 바로 진천이다. 예로부터 진천은 물이 많고 평야가 넓어 농사가 잘 되는 지역으로 살기 좋은 곳이라 일컬어졌다 한다.
진천장에 가기로 마음먹었다면 휴대용 손수레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급한 대로 남편 손이라도 잡고 가자. 과일이며 푸성귀가 풍성한 이즈음, 장을 구경하다 보면 욕심껏 이것저것 사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엄청난 규모의 전통시장, 찾는 이로 붐벼 =
자동차로 1시간 정도 달리면 5일장이 열리는 진천전통시장에 도착한다. 일단 시장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백곡천 둔치에서 열리는 5일장은 한 눈에 규모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여기저기 주차할 곳도 많아 보이지만 어느 한 곳 빈 곳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차와 사람으로 붐빈다.
시장 입구 어느 골목에 가까스로 주차를 하고 시장으로 들어선다. 방향을 살피느라 주춤하고 있는데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뻥’하고 뻥튀기 터지는 소리가 들리고 순식간에 구수한 냄새가 퍼진다. 이게 얼마 만에 보고 듣는 뻥튀기인가. 반가운 마음에 쌀 튀밥 한 봉지를 품에 안았다.
(장을 찾으면 곳곳에 햇마늘이 지천이다) (새장 밖 앵무새는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이다.)
눈길 닿는 곳마다 튼실한 햇마늘이 쌓여 있다. 고기 좀 먹는 집에서는 마늘장아찌를 담가야 할 때다. 매끈하고 연한 마늘종도 지천이다.
시장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새를 파는 곳이 있는데, 말을 한다는 앵무새는 아예 새장 밖에서 손님을 맞고 있다. 아이들이 새 구경으로 분주하다. 블루베리 묘목에는 오종종하게 블루베리가 달려 있다. 아로니아 묘목을 찾는 사람들도 제법 눈에 띈다.
골동품을 파는 곳에서는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 쓴 유기그릇이 눈길을 잡아끈다. ‘저걸 박박 문질러 씻고 광을 내면 때깔이 달라질텐데’ 싶은 마음을 고이 접으며 발길을 돌린다.
오이 고추 토마토 가지 모종도 반갑다. 모판에서 이미 고추, 토마토가 달려 버렸다. 낫이며 호미 무쇠칼도 보인다. 날을 잘 세운 매끈한 무쇠칼이 자태를 뽐내고 사람들은 흥정이 한창이다.
찬찬히 둘러보면 한두 시간은 금방일 것 같다. 빛깔 고운 아기고양이, 강아지, 닭이며 토끼와 메밀전병 녹두부침 옛날과자 등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장이다.
눈 여겨 보았던 열무랑 오이 토마토 파는 곳으로 돌아가 필요한 김칫거리를 샀다. “올해는 토마토금이 비싸다”는 과일장수 아주머니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시장을 빠져나온다. 올 들어 이렇게 다디단 토마토는 처음이다.
진천전통시장은 이전을 앞두고 있어 추억을 간직한 이들에게 아쉬운 소식일 것 같다. 매끈한 새 모습으로 바뀌기 전에 한 번 둘러 봐도 좋을 일이다.
돌아오는 길에 들러 볼 만한 농다리 종박물관=
진천에서 가 볼 만한 곳은 천년된 농다리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농다리는 93.6m의 길이와 축조방식이 선조들의 솜씨에 감탄할 만하다. 가만가만 걷다보면 세차게 흐르는 강물소리와 물에 반사되는 햇빛 때문에 정신이 몽롱할 지경이다.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쓰고 이 다리를 건너면 제법 운치 있을 것 같다.
농다리를 건너면 산 위에서 내려오는 인공폭포와 하늘다리 등 산책삼아 걸을 만한 곳이 이어진다. 마침 29일(금)~31일(일) ‘농다리, 음악으로 건너다’라는 주제로 진천농다리축제가 열린다. 축제에는 국악소녀 송소희, 성악가 김동규, 가수 장필순 등이 출연하고 사생대회 백일장, 꿀수박 나눔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백곡천변에 서는 5일장. 5일 10일에 열린다.) (시장기를 달래주는 풍물기행 밥상)
돌아오는 길은 안성쪽으로 향하자. 종박물관과 백곡저수지를 지나올 수 있다. 아이와 동행했다면 부러 들러볼만한 곳이다.
안성 서운산 쪽으로 접어들면 늦은 점심을 먹을 식당을 찾을 수 있다. 그중 한 곳인 ‘풍물기행’은 작은 박물관처럼 식당의 안과 밖을 꾸며 놓았다. 서운산을 찾는 등산객으로 붐비는 식당은 담백한 맛의 제철 나물과 정갈한 상차림으로 손님을 맞는다.
5일장에 다녀온 날은 식재료 갈무리로 바쁘다. 싱싱한 김칫거리를 사왔으니 씻고 절이고, 장아찌도 담고, 과일도 깨끗이 씻어 냉장고에 정리한다. 숨찬 하루를 지내고 집으로 돌아온 가족들에게 따뜻한 밥상을 내는 고된 일이 제법 쏠쏠한 재미로 느껴질 때, 날짜를 꼽아가며 여기저기 5일장을 기웃거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