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동 ‘북마크 어린이 도서관’

2015-07-24 07:49:03 게재

시끌벅적 살아 있는 우리 동네 작은 도서관



‘북마크 어린이 도서관’은 양평동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작은 도서관이다. 소호 오피스가 있는 건물 옆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30도가 웃도는 바깥 날씨와 상관없이 시원함을 유지하는 지하공간에 환하게 꾸며진 도서관이 숨어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한눈에 들어오는 공간에 둥글게 배치한 책장이 일반적인 도서관과는 다른 분위기다. 마룻바닥에 좌식으로 만든 둥근 테이블과 유아용 작은 원목 책장, 편안한 1인용 소파 등 가정집 거실인 듯 딱딱하지 않은 인테리어가 마음을 무장해제 시킨다.

‘북마크 어린이 도서관’은 한혜경 관장 부부가 사업을 위한 건물을 지으면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세우게 됐다. 책을 좋아하는 부부가 책을 통해 세 자녀를 키우다보니 이 좋은 것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었단다. 그렇다고 생각만큼 일이 쉽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도서관을 지을 돈이 모자라 아이들 저금통을 깨고 돌 반지까지 팔았다고.



3,000권의 책으로 시작해 올해 6년째를 맞는 이곳은 어느새 만 권이 넘는 어린이 도서로 책장을 가득 채웠다. 아기자기하게 꾸민 ‘유아방’에는 빨고 던져도 괜찮은 유아전용 그림책을 따로 두었다. ‘토론방’에는 커다란 책상이 자리를 차지하고 한쪽에 피아노가 놓였다. 토론이 있거나 따로 모임을 가질 때 사용되며 가끔 합창대회 연습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개관한지 2년 만에 서울시 선정 우수도서관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도서관으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 곳이지만 이곳이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도서관은 조용히 책 읽으며 공부하는 곳이라는 통념을 깨고 누구나 와서 편안하게 쉬면서 놀다가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심어놓았다. 도란도란 모여앉아 수다를 떨어도 좋고 엎드려 책을 읽다가 그대로 누워 자도 괜찮다. 도서대출도 따로 기한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운영한다.

한혜경 관장은 “때때로 학업에 지친 학생들이 학원으로 향하기 전 잠시 와서 쉬었다 간다”며 “책장에 구멍을 뚫고 뒤쪽에 빈 공간을 만들었는데 어린아이들은 들락날락 숨바꼭질을 하고 큰 아이들은 숨어서 놀거나 자기도 한다. 책이 있는 곳에서의 즐거운 시간이 평생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한다.


‘북마크 어린이 도서관’은 인문학 캠프, 그림책 작가와의 만남, 독서논술 프로그램, 어린이집과 연계한 책읽어주기 등 다양한 교육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무료로 대관도 가능하다. 생일파티나 인문학 모임 등이 있을 시 도서관측과 사전에 조율하면 된다.

한혜경 관장은 “마을이 함께 키우고 도서관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꿈꾼다”고 전한다.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벼룩시장 등 색다른 활동들을 계획하고 있어요. 바람이라면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도서관과 함께하는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위치: 영등포구 선유로 277-9
문의: 02-2678-6378

내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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