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어린이도서관 ‘웃는 책’_3대가 어울리는 작은 도서관이 주는 커다란 행복
일상적 책읽기, 다양한 재능기부, 꿈을 나누는 열린 공간
천호동 주택가 천일어린이공원 옆에 있는 유리 피라미드형 ‘천일 어린이도서관 웃는 책’은 작은 공립도서관이다. 작은 도서관 중 최대 규모인 3층 건물에는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을 위한 공간이 아늑하게 마련되어 있다. 누구나 책으로 넓은 세상을 만나고 꿈을 키우게 하는 이 작은 도서관은 지역 주민의 삶을 풍성하게 한다.
도서관 이용 주민 모두가 책읽기로 활동 시작
강동구청이 설립하고 (사)열린 사회 강동송파시민회에서 위탁 운영하는 천일 어린이도서관 웃는 책은 2009년에 설립되어 올해로 7년째 운영 중이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 꾸려 가는 도서관으로 서울 한복판에 있지만 시골 같은 정겨운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도서관 입구에 들어서면 가족 단위, 동아리 단위로 만든 상자 텃밭이 한 눈에 들어 온다. 작지만 나만의 작은 텃밭을 가꾸며 1달에 1번 텃밭 자치회 선생님들과 효소 만들기, 팥찜질팩 만들기 등 친환경 프로그램을 연계하고 있다. 1층 어린이실에서는 내 집 안방처럼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책을 읽고, 2층 청소년과 일반실, 3층 동아리실도 다양한 모임으로 알차게 쓰이고 있다.
김자영(도서관장)씨는 “많은 아이들이 자연스레 일상적으로 책 읽는 것을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생각합니다. ‘책 읽어 주는 언니’ ‘책 읽어 주는 엄마’ ‘사서샘과 책 읽기’와 같은 시간을 마련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습니다. 엄마들의 모임인 바느질 동아리도 모임 시작 전에 책 읽어 주기를 먼저 하고 미술프로그램이나 클레이 만들기 시간도 책 읽어 주기를 한 후에 활동을 시작합니다”라고 말한다.
어린이 놀이터로 찾아 가 작은 ‘거리 도서관’ 만들기
올 초부터 엄마책모임 자원봉사자와 사서 한 명이 매주 목요일 책 40권을 책수레에 싣고 근처 해림 어린이공원과 구민회관 앞에서 책 읽어 주기를 하고 있다. 오후 3시 30분부터 5시까지 놀이터에서 만난 어린이와 열린 공간에서 창의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사서 장문선씨는 “처음에는 책장사인줄 알고 눈도 안 마주치셨던 분들이 이제는 아이들을 직접 데리고 오셔서 책읽기에 동참하세요. 서로 읽어 주고 듣는 사이 눈빛교환 하고 아이들의 기발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매우 뿌듯함을 느낍니다.”라고 말한다.
올해는 ‘우리 그림책이 좋아요’라는 주제로 10명의 우리나라 그림책 작가를 선정하여 매달 한 작가의 여러 작품을 전시하고 함께 읽는다. 책을 읽은 아이들이 작가에게 편지를 써서 궁금증을 묻기도 하고 그림책의 한 장면을 그리기도 한다. 이렇게 모아진 작품을 작가에게 보내서 정성스런 답장을 받으면 아이들은 매우 즐거워한다. 작가를 초청하는 ‘웃는 책 그림책 워크샵’을 열어 작가와 함께 판화, 입체북, 도깨비방망이 만들기 수업을 진행했는데 주민들의 호응이 매우 좋았다.
할머니, 엄마, 어린이가 함께 어우러지는 도서관
손주들을 데리고 놀이터에 나와 놀다가 도서관 가족이 된 할머니 동아리 ‘왁자지껄’, 가족단위의 오카리나 동아리 ‘소리나무’, 바느질 동아리 ‘아씨방일곱동무’, 엄마책 모임은 천일 어린이 도서관에서 재능기부를 자주 하고 있다.
정월대보름이나 동지, 단오, 칠석, 추석 등에 절기별 잔치를 열어 아이들과 함께 전래놀이와 더불어 음식 만들기를 한다. 할머니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화전, 송편, 팥죽 만들기, 장아찌 강좌와 김치 강좌가 열리기도 했다.
오는 11월 6일에는 1년간의 우리 그림책 읽기 활동과 그림책 워크샵의 경험을 모아 ‘우리 그림책이랑 놀아요’라는 자그마한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해마다 바쁜 일정으로 책을 읽는 아이들이 줄어들지만 천일 어린이 도서관은 꾸준히 아이들과 더불어 할머니, 엄마들과 함께 어린이책 읽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어린이책을 꾸준히 읽는 것만으로도 숨 막히는 경쟁사회에서 한 숨 돌리며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