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문 노랫가락' 국악한류 된다

2015-11-12 11:15:20 게재

종로구 '송서·율창 음악회'로 선비문화 선봬

국악로·명륜동엔 우리음악도서관·국학도서관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를 황~" "진양성외수동류(진양성 바깥 강물은 동으로 흐르고) 총죽방난녹영주(울창한 대숲 아름다운 풀은 모래섬에 푸르다)라~" "상선천 청래하니 일월이 소소하고(위에 선천을 들어보니 해와 달이 밝고)~"

11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창신동 종로구민회관 대강당. 어린 학동들이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천자문을 읊는 소리에 박수를 치던 관객들이 우리말인 듯 한문인 듯, 노래인 듯 산문인 듯한 가락이 들리자 무대를 향해 귀를 기울이고 집중한다. 한문 문장을 노래조로 읊는 송서(誦書)와 한시를 노래로 들려주는 율창(律唱)이다.

종로구가 선비들의 가락인 송서율창을 주제로 음악회를 열었다. 11일 종로구민회에서 관객들이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종로구 제공


종로구가 일반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송서·율창 대중화에 나섰다. 11일 '송서·율창음악회'는 지난달 10일 인왕산 동쪽 능선 아래 수성동계곡에서 진행됐던 음악회에 이어 마련한 자리. 한자교육 기본 교재인 천자문을 비롯해 경남 진주 촉석루 정경을 묘사한 '촉석루', 주자가 아들과 동생에 전한 훈계를 담은 '계자제서'까지 대표적 송서와 율창은 물론 귀에 익은 타령과 민요를 엮은 공연이다. 장구춤에 북한 민속무용인 쟁강춤 등 우리 가락과 어울리는 춤도 곁들여졌다.

주요무형문화재 57호인 경기민요 전수조교이자 서울시 무형문화재 41호 송서 예능보유자인 유 창 총감독을 비롯한 국악인 50여명과 이정순무용단이 무대에 올랐다.

종로구 생소한 송서와 율창 음악회를 준비한 건 국악의 본산이었던 옛 전통을 이어 새로운 문화상품으로 키우겠다는 계획과 맞닿아있다. 구는 우리 음악 계승과 정체성 확립을 위해 국악로(창덕궁 돈화문~종로3가 사거리)에 2017년 들어설 종로1~4가동주민센터 내에 우리 음악 도서관을 조성할 예정이다. 국악 관련 서적과 국악기를 비치하는 한편 국악 공연과 악기 체험이 가능한 공간이다. 국악로는 1930년대 판소리명창사설단체인 조선성악연구회와 초기 국립국악원도 자리했던 곳. 지금도 국악기와 한복 제작·판매 업소와 국악전수소 교습소가 운집해있다. 서울시 역시 남산국악당부터 국악로를 거쳐 북촌에 이르는 구간을 '국악벨트'로 조성해 새로운 한류상품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유 창 총감독은 "옛부터 선비들의 글 읽는 소리를 최고로 쳤는데 여기에 예술성을 가미한 게 송서·율창"이라며 "문화 1번지이자 전통의 뿌리인 종로에서 선비문화를 전국적으로 확산시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영종 구청장은 "음악회가 단순한 1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한류문화를 이끄는 문화상품이 됐으면 한다"며 "우리 음악 도서관, 명륜동에 조성 예정인 국학도서관, 인사전통문화축제 등과 어우러지면 국악로 일대가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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