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푸른 마을 ‘손뜨개 모임’

한 올의 실로 만들어가는 나의 사랑 이야기

2015-11-23 23:38:11 게재

쌀쌀한 바람이 코끝을 스칠 때면 어릴 적
엄마가 정성껏 떠준 목도리의 포근함이 그리워진다.
아무리 추운 날씨에도 끄떡없던 ‘엄마표 목도리’는
친구들 앞에서 우쭐하게 만들어준 엄마의 사랑이었다.
다양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에 밀려 버린 ‘손뜨개’.
하지만 잘빠진 외양과는 견줄 수 없는
시간과 정성의 값어치는 여전하다.
한 올의 실에서 출발하여 정성과 사랑을 완성하는
따뜻한 ‘손뜨개 모임’을 소개한다.



무념무상(無念無想), 가장 편안한 시간을 찾았다!
매주 수요일 10시 30분, 수내동 푸른마을 작은 도서관 문화센터. 저마다의 실타래와 함께 7명의 회원들이 들어선다. 손뜨개를 해온 시간과 실력은 저마다 다르지만 이들은 이 시간이 일주일 중 가장 편안한 시간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3년 전 분당에 이사 오면서 새로운 모임들이 생겼어요. 주로 두 아이의 학교 모임이었는데 아이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교 성적, 학원, 입시 이야기들로 복잡해지는 대화 내용들은 점점 모임들을 불편하게 만들었어요. 하지만 ‘손뜨개 모임’은 달라요. 제가 선택한 모임이고 아이들이 아닌 제가 주체가 되어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어 편안해요”라며 최현정씨(수내동)는 ‘손뜨개 모임’의 장점을 설명했다.
이곳 모임은 회원들이 일괄적으로 같은 것을 만들어야하는 것이 아니다. 회원들이 자신 능력에 맞는 무언가를 선택해서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순간순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모임의 또 다른 매력이라고 조은영씨(수내동)는 덧붙였다.
벌써 3년째 ‘손뜨개 모임’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는 손뜨개 강사 김수진씨(강남구 일원동) 또한 재능기부로 함께 한다. “정해진 시간에서 자신의 시간을 찾아 현명하게 활용하는 분당 엄마들의 모습을 보며 저도 많이 배웁니다”라고 말하는 김수진씨는 열정을 갖고 자기개발에 게으름피우지 않는 엄마들이 있기에 3년간 분당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듯 복잡한 일상을 잊고 한 올의 코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손뜨개의 첫 번째 매력이다.



사랑과 추억으로 완성되는 ‘손뜨개’

벌써 2년째 손뜨개 모임에 참석하는 김미현씨(정자동)는 하나씩 소품들이 늘어나는 재미가 이곳으로 발길을 향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아주 간단한 아크릴 수세미부터 크고 작은 도일리 티 팟 홀더, 넥 칼라 장식, 모티브 가방, 머리 끈과 미니어처 소품을 만들어 생활에서 활용하는 재미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지금은 자신을 위한 스웨터를 뜨고 있다는 김미현씨는 원하는 것들을 하나씩 완성할 때마다 맛보는 성취감 또한 특별한 경험이라고 전했다.

   

김미현씨의 권유로 2주전 가사시간 이후 처음으로 코바늘을 손에 잡았다는 이소영씨(서현동)는 처음이라 한 코 한 코 집중해야하는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도일리 티 팟 홀더를 완성하면 옷과 가방 등 좀 더 어려운 것들도 도전하고 싶다고 덧붙인다.
자신을 위한 선물만이 아니다. 직접 뜨는 목도리를 신기해하며 꼼꼼하게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사춘기 아들들과 남편 때문에 벌써 두 번째 목도리를 뜨고 있다는 최현정씨. 엄마로서 해주는 것이 있다는 기쁨과 아이들에게 엄마를 기억할 만한 것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바늘을 놀리는 손놀림이 가볍다. 어릴 적 엄마가 떠준 옷을 입고 자랑하며 친구들 사이를 누볐던 기억이 지금까지 가슴 속에 남아있는 것을 보면 ‘손뜨개’는 사랑과 추억이 덧입혀져야 완성되는 것인 듯하다.

 

삶의 여유와 안목까지 높여줘

직접 손뜨개를 하다보면 쉽게 기성품을 사지 못한다는 김수진씨. “좋은 니트를 구입하려면 꽤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해요. 하지만 손뜨개를 할 수 있으면 좋은 실로 내 개성에 맞게 디자인을 변형해서 맞춤 니트를 만들 수 있답니다.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을 만들어낸 성취감은 물론 입는 내내 느껴지는 시간과 정성의 감촉은 쉽게 손뜨개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만듭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타고난 소질이 없어도 여러 가지 색실을 매치시키는 과정으로 옷을 선별하거나 색을 선택하는 안목이 높아진다고 김미현씨는 경험담을 말하며 지금은 시중에서 파는 니트류를 볼 때면 자신이 만들 수 있는 옷을 연상해 본다고 한다.
한 올의 실에서 시작해 많은 이야기와 함께 완성되는 ‘손뜨개’. 조금 어설프더라도 수고와 정성으로 완성되는 나만의 ‘손뜨개’는 어느 명품에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문의 031-711-9164

이경화 리포터 22khlee@hanmail.net
내일신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