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불시대 국민축산, 2030이 연다│⑤ 네덜란드·덴마크 축산인들 - 농기계산업

네덜란드 '렐리' 로봇착유기, 60개국 낙농가 정보수집

2015-11-30 10:58:29 게재

사육 중심의 축산 넘어 전·후방 산업 고루 발달

덴마크, 네덜란드, 스위스는 열악한 국토환경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농업강국을 일구었다. 내일신문은 지난 16일부터 24일(현지 시각)까지 이들 나라의 축산농가 4곳과 축산 관련 기업 5곳, 교육기관 3곳, 정부 등을 취재하며 국민소득 4만달러 이상 선진국에서 어떻게 축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는지 탐구했다. 농협중앙회와 농림축산식품부도 동행했다. 유럽축산, 두 번째 이야기를 전한다.
일행을 이끈 화두는 하나였다. 네덜란드, 덴마크, 스위스가 했다면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편집자 주>


덴마크와 네덜란드의 강한 축산업은 농장 안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농기계산업이 앞서 이끌어 주고 있다. 축산업이 전방산업(유통)과 농장, 그리고 후방산업(농기계^자재)으로 고루 발달한 것이다. 축산업이 낡은 1차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면 유능한 젊은 인재들이 미래전망을 갖고 산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두 나라에서 만난 축산관련 농기계 기업들은 농가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뒷받침하는 게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CJ제일제당, 하림도 사용하는 '포스' 분석기 = 17일 방문한 덴마크 '포스(FOSS)'사는 낙농 유제품 성분 분석기를 만들어 세계 25개국 이상에 판매하는 강소기업이다. 직원은 덴마크 600명을 포함, 전 세계에 1400명 가량으로 세계 우유기업의 85%, 거래되는 곡물의 80%가 '포스' 분석기를 사용하고 있다. 매출액은 2억5000만유로(약 3050억원) 수준으로 매출액의 10%는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한국의 CJ제일제당, 롯데, 하림 등도 대당 7000만~8000만원 가량하는 '포스'의 육가공품 분석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 기계는 시료를 50초만에 분석해 정보를 제공한다. '포스'의 분석기는 주로 우유와 유제품에 많이 사용하지만 식품과 농산물, 육가공품, 와인, 바이오연료 분석에도 사용한다.

덴마크의 세계적 유제품 성분 분석기 회사 포스 의 최고경영자 토번 라데가드가 17일 한국방문단에게 포스의 역사와 사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덴마크 힐러로드 = 정연근 기자

최고경영자(CEO) 토번 라데가드는 "분석기 중 '밀코스캔'은 세계 대부분 유가공업체가 우유 속 단백질, 유당, 지방함량, 수분함량 등을 측정할 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프라테크'는 곡물류 영양소를 분석할 때 사용하는데 '포스'에 따르면 세계 2만개 회사에서 사용한다. '포소매틱'은 젖소 체세포조직까지 측정하는 더욱 정밀한 기계다. '박토스캔'은 세균을 분석한다. 그는 "완제품 품질관리도 중요하지만 원료단계부터 관리를 하면 더 좋다"며 "이렇게 하면 완제품 불량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분석기는 제품 상태만 판단하는 게 아니라 가축 질병을 예방하는 기능도 한다. 토번은 "캐나다의 한 농장은 우유성분을 분석한 결과 정상 상태에서 벗어난 이물질을 발견해 젖소가 병에 걸리기 전 예방했다"며 "이런 사례는 프랑스, 벨기에 등의 농가에도 있다"고 말했다.

창업주 닐스 포스는 1956년 원유(유제품 원료가 되는 젖) 속 수분함량을 분석하는 기계를 발명하며 창업했다. 당시 수분함량을 확인하려면 오븐에 원유를 넣은 후 무게를 다는 식으로 했는데 며칠이나 걸렸다. 하지만 닐스는 휴대가능한 수분측정기를 만들어 농가에 보급했다. 닐스 포스는 87세지만 지금도 가끔 회사를 방문해 경영분위기를 점검한다. '포스'는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하지만 상장하지 않았다.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이익이 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한 낙농가에서 '렐리'사의 로봇착유기로 젖을 짜고 있다. 로봇착유기에 달린 센서는 원유 성분뿐만 아니라 젖소의 몸상태에 대한 정보까지 수집한다. 네덜란드 마술루스 = 정연근 기자


로봇착유기와 모바일 연결 = 한국을 포함 세계 60개국에 로봇착유기를 판매하고 있는 네덜란드 '렐리(LeLy)'사는 2013년 9월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새로운 로봇착유기 시스템 'T4C'를 시장에 내놓았다. '모바일 기기(핸드폰)'를 이용해 농장을 관리할 수 있는 도구와 플랫폼을 만든 것이다. 농장관리자가 핸드폰을 이용해서 로봇착유기와 착유기가 수집한 정보를 확인하고 조정할 수 있다.

마르셀 리웬 수출이사는 20일 한국방문단에게 "귀표(젖소 표식을 위해 귀에 붙이는 번호표) 번호 247번 소가 발정기가 됐으니 인공수정을 시켜야 한다, 오늘 기온이 몇 도니까 조사료를 수확하라 등 가축생리와 날씨 등을 고려해 오늘 해야 할 작업지시가 표시된다"며 "정보통신기술과 결합해 사양관리(가축사육방식)에 대한 통합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렐리'는 구글글래스(안경)를 통해 농장정보를 볼 수 있는 서비스도 시험하고 있다.

1948년 설립한 이후 낙농분야 기계에 전념하며 계속 혁신하고 있는 '렐리'는 지난해 6억1700만유로(약 7527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연평균 5%씩 성장하고 있다. 형제 경영자 올라프 렐리와 알렉산더 렐리는 각각 창업주 형제 2세다. 대를 이어 형제가 경영하는 가족회사다. 상장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없다.

이들은 목초수확기, 에너지저감시설 등 낙농가를 위한 기계를 개발·판매하는 데 전념하고 있지만 주력은 로봇착유기다. 로봇착유기 한 대당 젖소 50마리를 착유할 수 있었지만 최근 성능을 개선해 65마리를 착유할 수 있다. 마르셀은 "한국에도 착유기 100대를 팔았다"며 "사후관리를 위해 서울과 지방 한 곳에 서비스센터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수 농협중앙회 축산경영부장은 "젖소는 매일 젖을 짜야 하기 때문에 기계가 고장나면 늦어도 12시간 안에 수리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렐리'는 스스로의 경쟁력을 '한 우물 파기'로 꼽고 있다. 마르셀은 "스웨덴에 경쟁사가 있지만 우리는 그곳보다 8년 앞서 로봇착유기를 개발했다. 세계 최초다"라며 "다른 회사는 일반 착유기도 하지만 우리는 로봇착유기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렐리는 로봇착유기 팔에 센서를 부착, 유량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젖소 유방에 젖이 남아있지 않도록 충분히 짜내도록 한다. 유방에 젖이 남아있으면 유방염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또 센서는 원유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젖소 몸상태에 대한 정보도 수집한다. 세계 60개국 낙농가의 '빅데이터'가 렐리사에 모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 정보는 아직 미개척시장인 아프리카 국가들이나 아르헨티나, 칠레 등에서 마케팅할 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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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힐러로드·네덜란드 마술루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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