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프로파간다 파워
'프로파간다 홍수' 속에서 길 찾기
우리는 지금 '프로파간다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신문만 들춰도, TV채널을 돌려도 뉴스로 위장된 '프로파간다'가 우리의 머리를 파고든다. "민주노총은 폭력집단"이라는 정권의 논리, "국회는 심판의 대상"이라는 대통령의 선전포고에 대중은 여과없이 노출된다.
프로파간다가 무엇인지, 권력자들은 프로파간다를 왜, 어떻게 이용했는지를 고찰한 책이 번역됐다. 영국 켄트대학교 명예교수이자 프로파간다에 정통한 역사학자인 데이비드 웰치(David Welch)의 '프로파간다 파워(Propaganda)'가 그것. 30여년간 방송사PD로 활동했고, 국제 에미상 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자이자 최종심사위원을 역임한 이종현씨가 번역했다.
프로파간다의 우리말은 '선전(宣傳)'이다. 하지만 '선전'의 사전적 의미는 '주의나 주장, 사물의 존재, 효능 따위를 이해하도록 잘 설명하는 일'로 이 책에서 얘기하는 '프로파간다'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이종현씨가 '프로파간다'라는 개념을 그대로 사용한 이유다.
저자 웰치는 프로파간다에 대해 "사람들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들려는 의도적 행위"라고 규정한다. '프로파간다 파워'는 알렉산더, 나폴레옹, 히틀러, 스탈린, 처칠, 마오쩌둥, 김일성, 알카에다 등 고대 그리스부터 현재까지의 통치자들이 어떻게 '프로파간다'를 활용했는지를 파헤친다.
이들이 주로 활용한 것은 언론통제다. 나폴레옹은 1801년 프랑스 신문 73개 중 64개를 폐간시켰고, 히틀러는 라디오 연설을 통해 국가주의 사고를 국민에게 주입시켰다. 마오쩌둥과 김일성도 대중매체와 다양한 선전수단을 통해 개인숭배를 전파시켰다.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은 300만이 넘는 자신의 트위터 팔로어를 활용했다. 웰치는 이슬람국가(IS) 등 지금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테러도 일종의 선전술이라고 간파한다. 현 상황을 타개하고 싶지만 재래식 전쟁으로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불만 집단이 채택하는 무기라는 것이다.
테러집단은 국경이 없는 일종의 가상국가(virtual state)이며, 인터넷이나 SNS은 테러리스트들에게 무한한 가상의 모병공간을 제공하고 있고, 이런 통신수단으로 인해 선전전의 역학구도가 바뀌었다는 웰치의 통찰력은 이미 현실 속에서 그대로 확인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