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관련 직업이 이렇게 많다니"

2015-12-14 10:25:36 게재

자유학기제 진로체험버스 … '동계올림픽' 열릴 평창서 직업세계 경험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으로 진로체험 간다고 해서 웃긴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선수할 것도 아니고, 미래 직업과 상관도 없는데 왜 평창까지 가냐고요. 그런데 직접 체험을 하면서 생각이 많이 변했어요. 보드를 타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보드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관심이 더 커졌거든요" 박범찬(충북 이원중 1학년)군이 보드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신기해했다.

충북지역 3개 중학교학생들이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에서 자유학기제 진로체험을 하고 있다.사진 전호성 기자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준비한 '찾아가는 진로체험버스'가 10일 1박2일 일정으로 2018년에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을 찾았다. 내년에 자유학기제 전면시행을 앞두고 충북지역 농산어촌지역 3개 중학교 학생 40명을 진로체험 버스에 태웠다.

'평창 알펜시아'에 도착한 학생들은 5명씩 조를 짜서 올림픽을 준비하는 멘토들의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직업세계를 경험했다. 겨울철 스포츠 꽃으로 불리는 스노보드 강습을 받으며 눈 위를 미끄러졌다. 김현기 평창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기획조직국장은 "이번 자유학기제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올림픽의 가치인 평등·용기·투지·영감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평창으로 자유학기제 진로체험을 온 충북지역 중학생들이 헬멧과 복장 등을 갖추고 봅스레이 선수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전호성 기자


올림픽멘토에게 배운다 = "아이스하키 선수복장을 직접 착용해보니 신기해요. 뚱뚱해서 엄청 불편할 거라 생각했는데 팔 다리 관절이 쉽게 움직여서 깜짝 놀랐어요" "팔이 안쪽으로는 많이 구부러지지 않아 옷 입고 밥은 못 먹겠네요" 김정아(충북 연풍중 1학년)양은 올림픽 멘토와 함께 하는 진로체험 시간에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김 양은 "모든 게 신기하고 재밌어요. 솔직히 학교에서 조사하는 직업란에 별 생각 없이 '요리사' 라고 썼는데 고민해 봐야겠어요"

아이들은 "아이스하키 옷을 어떤 원리로 만들었는지, 스포츠 장비에 얼마나 많은 과학이 숨어있는지 알고 나니 호기심이 더 생긴다"고 말했다.

충북 연풍중학교 학생이 스키 점프 경기장의 전망대 대형 사진 앞에서 포츠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전호성 기자


첫날은 스포츠 응급처치사, 스포츠 매니저, 스포츠 국제심판, 올림픽 선수촌을 설계한 건축가와 진로 멘토링을 이어갔다. 바이애슬론 경기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실제 단면도를 보며 설명을 들었다. 모노레일을 타고 95미터 스키 점프대에 올라간 아이들은 '다리가 후들거린다'면서 즐거운 비명을 질러댔다. 전문 직업인과 함께 하는 진로 맨토링 시간에는 모든 게 새로웠다. 최은영 스포츠 응급처치 전문 강사가 '스포츠 응급 의료서비스 전문가'가 되기 위한 케이스별 대처방법을 설명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선수 나는 국제심판

김아람(봅슬레이 국제심판 및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 멘토가 동계올림픽 경기에서 국제심판의 자격과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아이들은 선수들의 안전장치를 왜 심판이 직접 꼼꼼하게 점검하는지 궁금하다며 질문을 이어갔다.

최승영(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 건축 전문가에게 경기장과 선수촌 플라자 모의 배치에 대해 들었다. 아이들은 모형을 통해 미래의 선수촌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직접 배치하며 스포츠 건축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선수가 아니더라도 올림픽 경기와 함께 할 수 있는 '스포츠매니저' 직업에 관심을 보였다. 직접 동계올림픽 종목인 슬라이딩(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복장을 착용하고 장비위에서 포즈를 취하며 깔깔댔다.

새벽에 평창으로 달려온 아이들은 저녁 식사를 마치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인 고기현과 변천사 스포츠매니저들의 소설 같은 삶의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었다.

진로특강을 맡은 변천사(2006년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쇼트트랙 스포츠매니저는 "은퇴 후 금메달리스트의 화려함이 사라지자 '뭘 하고 살지?'라는 걱정이 앞섰다"며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과 내 꿈을 연결 후 조금씩 실천으로 옮겼고 현재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엄청나게 큰 직업을 상상하기보다, 작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미래 직업으로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탈수록 재미가 솔솔

둘째 날에는 동계올림픽 종목인 스노보드를 직접 체험했다. '캐나다 스노보드 강사협회'가 지도를 맡았다. 넘어졌을 때 혼자 일어서는 방법부터 중심잡기 등을 익힌 아이들은 보드를 힘차게 밀며 내려갔다. 강습을 마친 아이들은 수료증을 받고 환호성을 질렀다.

강원필(캐나다 스노보드 강사협회 대표)팀장은 "처음 접해보는 스노보드에 재미를 느낀 아이들이 3시간 강습으로 자세를 잡고 내려오고 있다"며 "활발한 스포츠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박춘란 교육부 평생직업교육국장은 "자유학기제를 전면 시행하는 내년에는 모든 농산어촌 중학교에 다양한 진로체험버스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자유학기제 진로교육의 질을 높이고 도시와 농산어촌의 진로체험 격차를 해소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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