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대학에서 '제2의 인생' 설계

시·공간 제약 없는 특성화 교육에 주부학생 늘어

2015-12-17 11:23:43 게재

일반 대학에 없는 특수전공 개설

낮은 등록금에 다양한 장학제도

#1. 대학생 아들을 둔 주부 김 모씨는 요즘 늦깎이 대학생활에 푹 빠져 있다. 대학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직장에 다녔던 김씨는 결혼 이듬해 아들을 출산했다. 마땅히 아이를 맡길 곳이 없던 김씨는 결국 전업주부의 길을 선택했다. 아들이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면 다시 사회생활을 하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자신은 물론 남편도 지방출신이라 친정과 시댁이 모두 멀리 떨어져 있어 김씨의 계획은 희망사항으로 끝나버렸다.

그런 김씨가 다시 대학 진학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남편 덕분이다. '아이가 대학에 가고 나면 관심이 생긴 유아교육을 전문적으로 공부해보고 싶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던 남편이 재진학을 권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온라인 수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시·공간적 제약을 받지 않아 집안 살림 하는데도 불편함이 없는 사이버대학에서 복지분야를 전공하고 있다.

#2. 호텔리어에서 전업주부를 거쳐 어린이집 원장이 된 탁 모씨는 사이버대학을 통해 제 2의 인생을 살게 된 전형적인 사례다. 대학에서 호텔관광을 전공하고 호텔에서 일했던 탁 씨는 결혼과 함께 퇴직하면서 전업주부가 되었다. 하지만 아이까지 다 키워놓고 나니 문득 잊고 있던 본인의 꿈이 다시 떠올랐다. 고민 끝에 택한 그녀의 선택은 사이버대학 진학이었다. 일반 대학 못지않은 캠퍼스 시설과 질적·양적으로 우수한 교육 콘텐츠가 선택의 기준이었다.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다 아동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그녀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 현재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한 사이버대학의 수업 녹화 장면.


자기계발을 하거나 학업 포트폴리오를 축적해 제2의 인생을 설계하려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특히 육아문제로 사회생활을 포기했던 주부들이 자녀가 대학에 진학한 후 다시 대학 문을 노크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이뤄져 시간과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고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사이버대학이 이런 주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사이버대학에 등록한 2만5327명 중 1만5327명(62%)이 여성이었다. 등록인원의 61%가 30대 이상이었다.

특히 사이버대학 대부분은 고등교육법에 의한 정규대학으로 졸업생에게 일반 대학과 동일한 학사학위를 수여하고 있다. 또 교육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으로 부터 평가를 받고 있어 교육의 질도 우수하다.

이문숙 서울사이버대 사회복지학부장은 "아이들이 다 크면 엄마들의 심리적 안정감과 가족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다"며 "이 시기에 그 동안 잊고 지내왔던 자신의 꿈에 재도전 해보고자, 혹은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자 학교를 찾는 주부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부 재학생들은 확실히 배움에 대한 의지가 강해 질문도 적극적으로 하고, 오프라인 모임에서 정보나 지식 교환도 활발히 한다"며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제 2의 직업을 갖게 되는 경우도 많고 그렇지 않더라도 열정을 되찾고 삶에 활력을 얻는다는 것만으로도 학생들 스스로 큰 만족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원격대학협의회와 사어버대학들에 따르면 올해 사이버대 모집인원은 신입생 1만9894명, 2·3학년 편입생 2만3254명 등 총 4만4691명이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실상 사라지고 재진학을 선택한 주부들이 증가하면서 2·3학년 편입해 자격증을 따려는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편입 모집인원은 2학년 5185명, 3학년 1만8069명으로 사이버대 전체 모집정원의 54%를 차지한다.

전문대 졸업자들은 2·3학년 편입이 가능하다.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도 지원기준 학점을 취득했으면 편입이 가능하다. 2학년 편입은 1년 이상, 3학년 편입은 2년 이상 대학에 다녔어야 한다.

특성화학과에 주목하라 = 주부들이 유독 많이 찾는 학과 대부분은 자격증과 관련되어 있어 제2의 인생 설계에 유리한 전공들이다. 예를 들어 한양사이버대의 아동학과, 사회복지학과, 상담심리학과, 교육공학과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아동학과와 사회복지학과는 보육교사와 사회복지사2급 자격증이 발급된다. 상담심리학과 역시 상담심리사를 취득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출 수 있다. 교육공학과는 졸업 시 평생교육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이들 전공들은 교육분야와 관련이 깊어 경력·자격을 갖춤과 동시에 자녀의 교육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아동학과의 여성 비율은 96%에 달하며 상담심리학과는 78%, 사회복지학과는 70% 수준이다.

한승연 한양사이버대 교육공학과 교수는 "주부학생들은 일반 직장인보다 열정적으로 학업에 임한다"며 "경력단절로 인해 사회로 나가는 새로운 디딤돌로 사이버대학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양사이버대는 앞으로 보다 많은 주부들이 학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주부멘토링' 등 다각도로 지원책을 마련중이다. 향후에는 부모와 자식이 함께 배울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가정내에 학습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경희사이버대 한국어문화학과, 사회복지학부(사회복지전공, 노인복지전공, 아동·보육전공) 등도 여성 특히 주부들에게 인기 있는 학과다. 한국어, 한국 문화 교육 전문가를 양성하는 한국어문화학과는 한국어교원 2급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졸업 후에는 한국어 교육기관 강사, 외국인·다문화 위탁 교육 강사, 기업·온라인 강의 강사, 해외 한국어 교·강사, 한류 문화·한국어 교육 콘텐츠 개발자 등으로 활동할 수 있다. 사회복지전공의 경우 사회복지사 2급·건강가정사·정신보건사회복지사 2급·학교사회복지사·의료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개교 이래 80여명의 재학생과 동문들이 등단한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졸업생들은 독서논술이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졸업 후 시인, 소설가, 드라마·시나리오 작가, 문학평론가, 언론, 대기업 홍보실, 애니메이션·게임 작가, 멀티미디어 콘텐츠 기획 및 제작, 광고 기획 및 제작 등의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다.

사회복지전공, 복지시설경영전공, 아동복지전공, 청소년복지전공, 노인복지전공 등으로 구성된 서울사이버대 사회복지학부도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주부들에게 추천할 만한 전공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회복지학부 학생들은 복수전공을 통해 졸업 시 2개 이상의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또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한 학생들은 사회복지사, 보육교사자격증, 청소년지도사, 건강가정사, 평생교육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다. 사회복지사1급 자격증 보유 여부는 사회복지 기관들이 구직자의 전문가로서 역량을 검증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어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서울사이버대는 1급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사회복지사1급 시험대비반을 운영하고 있다.

등록금 1000만원 시대 대안 = 교육계에서는 사이버대학이 등록금 1000만원 시대의 대안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이버대학 등록금은 학생이 수강하는 학점 수에 따라 달라진다. 총 등록금제인 오프라인 대학과는 다르다. 학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보통 한 학기당 100만원 안팎으로, 일반 대학의 1/3 수준이다.

여기에 사이버대학들은 다양한 장학제도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 특히 주부학생들이 증가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양사이버대는 학비부담을 완화시켜주기 위해 연간 126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최근 여학생 특히 주부 비율이 높아지자 '주부장학'을 마련해 입학 후 1년간 20%의 수업료 감면혜택을 주고 있다.

서울사이버대 장학금도 연간 126억 규모다. 이른바 워킹맘은 직장인 전형으로 첫 학기 20% 장학혜택을 받고, 학점 기준을 충족하면 두 번째 일반학기까지 수업료를 감면 받을 수 있다. 전업주부 전형도 동일한 조건으로 장학 혜택을 준다. 다문화가정 전형으로 한국에 시집 온 많은 외국인 주부들이 수업료 30%를 감면 받고 있다.

경희사이버대는 전체 재학생의 약 50%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주부들이 받을 수 있는 장학금으로 여성학업장려장학(전업주부장학·여성가장장학), 재교육장려장학, 군·경·소방 가족장학 등이 있다. 전업주부 장학은 입학금을, 여성가장 장학은 입학 후 1년간 학기당 수업료 60만원을 감면해준다.

김선엽 경희사이버대 입학관리처장은 "다양한 연령층·학력·직업의 성인들에게 온라인 고등교육을 제공하는 사이버대들은 미래 여성인재를 발굴,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장학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뿐 아니라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교육과 교수진, 특성화 프로그램으로 교육역량 강화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경희사이버대학 마케팅 지속경영리더십학과 임송아씨

"경영 위해 마케팅·리더십 배운다"

지난해 1월 다니던 회사를 인수해 CEO가 된 임송아(46)씨. 회사를 운영하게 되면서 그는 전문경영인으로서 자질을 갖춰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경희사이버대 마케팅·지속경영리더십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공부는 기대 이상이에요. 교수진도 매우 좋고 저에게 필요한 내용을 맞춤 수업처럼 배울 수 있어요. 경영인의 마인드도 잘 배우고 있습니다."

임송아 씨는 학과의 스터디 모임인 'UB 클럽' 활동을 통해 학우들과 교류도 공고히 하고 있다. 머리를 채우는 것뿐 아니라 마음을 채우는 일도 중요하다는 그는 경희사이버대학을 통해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임씨는 자신을 위해 공부를 택했다. 공부를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아이도 같이 책을 보기 시작했다. 평일에는 밤잠을 ?아내며, 주말에는 저녁 시간에 공부를 한다는 임씨. 녹록치 않은 수업이라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도 많아서 가족들에게 미안했다는데 결과는 그 반대였다고. 남편은 공부하는 아내를 배려하고 아들들도 밤새 공부를 하더란다.

"제가 배움에 대한 열망이 크다보니 애들 공부에도 관심이 많아요. 공부에 대해 닦달은 아니라도 잔소리는 좀 했죠. 그런데 제가 공부를 하면서 애들이 저절로 책을 가까이 하더라고요. 엄마가 공부하면 애들도 한다는 말이 실감 나더군요. 생각지도 않은 덤을 많이 받은 느낌? 뿌듯했어요."

'인내와 노력이 운명을 바꾼다'는 좌우명을 갖고 있다는 임송아 씨는 3년 내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신중한 리더, 겸손한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차근차근 배울 생각이라는 그는 대학원 진학 계획도 갖고 있다. 전문 경영인으로 성장하는데 경희사이버대학이 함께 하고 있다.

▶ 서울사이버대학 사회복지전공 임양희씨

"새로운 복지문화 만들 터"

23세, 19세 두 딸을 두고 있는 결혼 23년차 주부 임양희(47)씨. 타고난 손재주를 살려 공방을 운영 중인 그는 중· 고등학교에서 수공예 교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24시간을 바쁘게 살아가는 그가 사이버대 진학을 결심한 이유는 새로운 복지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어서다. 중·고생들이 입시 위주의 교육현실 속에서 힘들어하고 대학진학을 취업과 연결된 것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청소년들은 다양하고 행복한 꿈을 꿀 권리가 있는데 공부에 허덕이느라 점점 꿈을 잃어가요. 아이들이 행복한 꿈을 꾸도록 돕고 싶었고 자존감을 높여주고 싶었습니다. 또 주위를 둘러보니 주부로 사느라 경력이 단절된 여성, 복지사각에 놓여있는 이웃들이 많더라고요. 이들에게 제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려면 어느 분야의 전문지식이 필요할까를 생각해보니 사회복지가 떠올랐어요. 그래서 사회복지학과를 택했습니다."

다시 공부를 해보니 공부의 어려움을 새삼 느꼈다는 임씨는 고등학생 딸의 투정이 이해가 되더란다. "그동안 공부를 강요한 적이 많았어요. 이젠 강압적인 말투보다 진심 어린 이해와 공감으로 격려합니다. 제 공부도 힘든데 고3을 앞두고 있으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친구 같은 사이로 딸을 격려하며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딸은 가정교사 역할을 해준다. 사이버대학에 다니면서 자녀들과의 관계가 더욱 공고해지는 기쁨도 얻었다.

임씨는 자신의 상황에 맞게 강의를 선택하고 학습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이 사이버대학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직장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고 공간 제약 없어 누구나 도전해 볼만 하다는 것이다. '할 수 있다 없다는 나의 선택이다'라는 모토를 갖고 있는 임씨는 수공예 기술과 복지를 접목시켜 새로운 복지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 한양사이버대학 교육공학과 박현주 씨

"사이버대 통해 교사의 꿈 이뤄"

열두 살, 아홉 살 두 자녀를 둔 박현주(36)씨는 의류학과 졸업 후 관련기업에 다니다 결혼·육아로 퇴직한 13년차 주부다. 육아문제만 해결되면 다시 일을 하겠다는 생각을 가졌던 박씨는 2012년 한양사이버대 교육공학과에 3학년으로 편입했다. 전공인 의류분야와 이질적인 교육공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평생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자녀가 아직 성인이 되지 않았기에 엄마 역할을 포기할 순 없죠. 병행할 수 있는 직업을 생각하다가 평생교육사를 알게 됐어요. 배우는 것도 좋아하고 가르치는 일도 보람 있을 것 같아서 관심을 갖게 됐어요." 한양사이버대 교육공학과를 졸업하면 별도의 자격시험을 치르지 않고도 평생교육사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박씨가 어린 자녀를 돌보면서도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건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는 남편 덕분이다. 남편도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 뒀지만 박씨가 항상 제2의 인생을 고심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내년 봄부터 초등학교 방과 후 지도교사로 일하게 되었다. 한양사이버대서 함께 공부하고 있는 학우가 소개해 준 덕분이다. 대학을 통해 기회를 얻었고 꿈을 이룬 것이다. 대학 수업은 그를 교사로 키우기에 충분했다. 대학에서 배운 '웹디자인기초' 과목은 수업 자료를 만드는데 어려움이 없을 만큼 유용했다. 수업 내용을 구성하는 데는 '교수설계' 과목이 도움이 됐다. 박씨는 사이버대학 수업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진다고 허술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말한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다녔는데 다시 진학한 사이버대학 수업이 더 실용적인 것 같아요. 직장에 다니시는 분도 실무에 필요한 내용을 깊이 있게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해요. 저처럼 다시 취업하고 싶어서 전문적인 공부가 필요하다면 사이버대학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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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기관 평가 참조해 대학·학과 선택
장세풍 기자 홍혜경 유병아 리포터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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