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의 '중국 위안화 붕괴' 주장은 손실 눈가림 꼼수"

2016-02-22 11:00:47 게재

16억달러 배스, 사실 아닌 주장으로 시장 혼란 노려

새해 들어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서구 언론을 연일 장식하고 있다. 저명한 언론, 특히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중국 경착륙은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라고 단정한다.

WSJ는 지난달 20일 5년 뒤 중국이 급증하는 부채로 경제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당국이 어설프게 위안화를 통제하는 바람에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도 지난달 22일 "중국불안이 2020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신흥국 자산에 대한 익스포저를 조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위기를 부채질해 이익을 챙기는 헤지펀드도 가세했다. 1992년, 1997년 각각 영국과 아시아국가의 통화를 상대로 베팅해 막대한 부를 챙긴 조지 소로스는 최근 다보스포럼에서 "중국은 이미 경착륙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위안화 약세 베팅을 암시했다.

2006~2007년 미국 부동산시장 붕괴에 베팅해 큰돈을 번 헤지펀드 투자자 카일 배스는 중국 위안화와 홍콩달러 가치 하락에 사실상 '올인'했다. WSJ에 따르면 배스는 올해 들어 주식과 채권, 원자재(상품) 등 전통 자산에 대한 투자를 모두 회수하고 포트폴리오의 85%를 위안화와 홍콩달러 약세에 베팅했다. 그는 앞으로 3년 동안 위안화 가치가 최대 40%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지난 1월 발표한 외환보유액 3조2300억달러(약 3912조원)에 관해서도 배스는 1조달러 적은 2조2000억달러에 불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몇 년은 버틸 것이라는 시각은 대단히 잘못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동이에 담긴 물 한방울에 불과"

이에 대해 크리스토퍼 발딩 북경대 교수는 이달 2일 스푸트니크 인터뷰에서 "중국을 떠나는 자금 규모를 보면 헤지펀드의 비중은 양동이에 담긴 물 가운데 한방울에 불과하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발딩 교수는 "많은 이들의 두려워하는 것과 달리 헤지펀드가 중국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없을 것"이라며 "중국 경제는 수조달러 규모이며 헤지펀드들은 기껏해야 수십억달러를 가진 존재"라고 말했다.

배스가 주도하는 헤이먼캐피털의 규모는 16억달러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투자전문 사이트 옥타파이낸스가 집계하는 100대 헤지펀드 내에 명함도 못 내미는 수준이다.

발딩 교수는 "헤지펀드들이 막대한 차입금을 통해 레버리지를 높인다고 해도 위안화나 중국 경제 모두에게 의미있는 충격은 주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스의 언급은 동종 헤지펀드들로부터도 외면 받고 있다. 에클렉티카 자산운용의 휴 헨드리는 18일 블룸버그통신에 "중국 경제의 위가와 그에 따른 위안화 약세에 베팅을 한 카일 배스의 선택은 잘못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헨드리는 "중국은 소비주도 성장모델로의 전환기에 있기 때문에 소비를 질식시키는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위안화를 크게 절하한다면 소비 주도 전략을 근본적으로 훼손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지난 16일 중국에 대한 헤지펀드의 공격 논리가 의심받고 있다며 정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FT는 "배스는 중국의 실제 보유고가 발표보다 1조달러 적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전문가들은 배스의 주장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고 전했다.

배스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중국의 외환보유고 중 7000억달러가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에 묶여 있다고 주장했다. 2007년 설립된 CIC의 임무는 중국 외화자산, 특히 미국 국채 등을 굴려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국채는 유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통화시장에서 즉각 융통되기 어렵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중국은 국제통화기금(IMF) 규정을 정면 위반한 게 된다. IMF는 통화당국이 즉각 동원할 수 있는 자금만을 외환보유고에 포함해야 한다고 규정, 국부펀드 자산을 외환보유로 분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전문가들은 CIC 자산이 중국 공식 외환보유고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UBS 이코노미스트 타오왕은 "100% 옳은 건 없지만 이는 공개자료와 정보에 근거한 것"이라고 말했다. IMF의 전 중국부문소장이었던 에스워 프라사드도 "CIC자산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타오왕의 견해에 동의했다.

IMF와 유럽중앙은행(ECB)에서 일한 바 있는 쟝광셴 미즈호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인민은행 산하 외환보유국에 대해 검증해본 결과 CIC자산이 외환보유고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나는 배스의 보고서가 틀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FT는 "'7000억달러 국부펀드 포함' 주장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요청했지만 배스 측은 별다른 설명을 하지 못했다"며 "아마 배스는 CIC의 전체 자산이 빠르게 늘었다는 점을 기반으로 그같은 주장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타오왕 이코노미스트는 "CIC는 국영은행들 주식을 많이 갖고 있는데, 2007년 이후 시가총액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CIC 자산규모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 중국 전문가인 마크 윌리엄스는 "인민은행의 외환보유고가 소진되고 있다는 생각은 검증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헤지펀드 고객 이탈 막으려 난리"

중국 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전병서 경희대 교수는 20일 자신의 블로그에 "총자산 규모 16억달러짜리 구멍가게 헤지펀드 매니저가 난리를 치는 이유는 중국에서 돈을 못 빼내 환차손이 크게 났고, 이에 손실액이 더욱 커질까 두려워 하는 펀드고객을 안심시키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전 교수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은 244%로, 미국 일본 등 선진국보다 낮지만 기업부채 비중은 163%로 높은 편"이라며 "그래서 소수 헤지펀드들은 기업부실이 터지면 중국금융시스템이 붕괴하고 외환시장에 충격이 온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대출규모와 부실채권을 숫자로만 보면 안된다고 강조한다. 중국의 경제규모와 부담능력 그리고 이미 대손처리를 위해 적립한 충당금을 봐야 한다는 것.

한 여성이 중국 베이징 시내 한 은행 지점을 지나치고 있다. 지난해 11월 새로운 100위안 지폐가 발행되면서 각 은행 지점 유리외벽에 새 지폐 도안을 설명하는 도표가 붙어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중국 은행권의 부실대출 규모는 1조3000억위안(232조원)으로, 전년대비 51% 늘었다.

하지만 부실대출 절대규모는 2007년 수준에 그친다. 2007년 중국의 경제규모는 27.7조위안에서 지난해 67.7조위안으로 2.6배가 커졌다. 부실규모는 그대로지만 경제규모가 2.6배가 커졌다. 부실대출의 GDP비중 역시 2007년 4.8%에서 지난해 1.9%수준으로 낮아졌다.

게다가 중국 은행권은 대손충당금을 191%나 쌓았다. 전 세계 평균은 77%에 불과하다. 최근 중국에서는 191% 충당금이 과다하다며 120% 선으로 낮추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전 교수는 "중국 은행에 부실이 발생하면 대손충당금을 활용하면 된다"며 "하지만 헤지펀드들이 자본잠식, 이로 인해 인민은행이 추가적인 화폐발행을 통한 자금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위안화 절하에 대한 헤지펀드들의 주장도 허무맹랑하다는 지적이다. 전 교수는 "중국의 자본항목은 개방돼 있지 않고 실물경제와 환시장이 자동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며 "환율시스템도 정부가 조정 가능한 '관리변동환율-복수통화바스켓제도'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13개 통화를 섞어 기준가격을 설정하는데 그 가중치는 중국 당국의 의지에 달렸다. 위안화를 강세로 만들려면 약세통화의 가중치를 높이면 되고 약세는 반대로 하면 된다.

전 교수는 "중국의 자본시장과 외환시장이 개방돼 있지 않기 때문에 핫머니들은 다국적기업이나 중국기업 계정에서 차입금 형태로 가장해 유입된다"며 "중국 정부가 핫머니 유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겠다는 것은 바로 기업의 자금 유출입을 들여다 보고 통제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기업의 경우 명확한 근거를 대야 자금의 유출입이 가능하다"며 "당국이 기업의 차입금계좌를 확인하고 통제하면 핫머니의 발은 자동으로 묶여버린다"고 말했다.

새해 들어 최근까지 대규모의 달러 유출은 지난해 1월 환차익과 금리차를 노리고 들어왔던 5500억 달러의 단기외채가 환율절하와 금리차 축소에 따른 역마진 두려움에 서둘러 빠져 나갔기 때문이라는 것.

전 교수는 "중국에 들어왔던 눈치 빠른 핫머니들은 이미 대부분 빠진 상황"이라며 "그러나 아직 돈을 못 빼간 카일 배스 등 어설픈 헤지펀드들이 환차손과 이로 인한 고객 이탈을 우려해 유력언론을 동원해 뒷북을 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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