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하반기 유동성 부족할 것"

2016-03-16 10:34:43 게재

실사결과 '강도높은 자구책 필요' … 금융당국, 채권단·회사 대책논의 촉각

한진해운 실사 결과 올해 하반기에 유동성 부족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 강도 높은 자구안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실사결과를 놓고 채권은행과 한진해운이 논의를 벌이고 있다"며 "한진해운은 앞으로 6개월과 1년을 놓고 보면 영업활동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에는 지금과 상황이 달라져 유동성 부족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이 발행한 공모·사모사채 중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규모는 7867억원 가량이다. 이중 이달 초 1827억원을 상환해 6040억원 가량이 남아있다. 1년 이내에 갚아야 하는 장기차입금 규모는 3208억원, 단기차입금은 3129억원이다. 단기차입금 중 대한항공에서 빌린 2290억원은 영구채 발행으로 상환해 일단 해결한 상태다. 그렇더라도 올해 갚아야 할 부채 규모가 1조원에 달한다. 대한항공에 대한 대출금 상환으로 런던사옥과 상표권 등에 대한 담보가 해지돼 약 3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가 가능해졌지만 충분하지 않은 규모다.

금융당국은 위기를 겪고 있는 현대상선과는 달리 한진해운이 당장 위험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해운업계의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장기적인 자구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일정 시점에 유동성 위기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실사를 통해 파악했다.

그동안 채권은행과 한진해운은 회사 전망을 놓고 입장차가 컸다. 채권은행들은 보수적인 관점에서 보다 강도 높은 자구계획이 필요하다고 본 반면 회사측은 상황이 괜찮아질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다가 제3의 기관에 컨설팅을 맡겨 회사의 전반적인 상황을 판단해보기로 했다. 컨설팅을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2개월간의 실사를 통해 중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1조2000억원 가량의 자금확보를 위한 자구계획안 마련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해운은 영업환경의 상황 변화가 많은 만큼 보다 면밀한 검토와 대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현대상선이 선주회사들과 벌이고 있는 용선료 인하 협상이 성공하면 한진해운 역시 용선료 인하 추진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한진해운은 장기용선계약에 의해 컨테이너선 60척과 벌크선 32척을 운항하고 있다. 올해 지불해야 할 용선료는 약 9288억원, 내년부터 2020년 12월말까지 4년간은 2조9980억원에 달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한진그룹의 최고경영자인 조양호 회장과 만나 중장기적인 방안에 대한 논의를 추진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경우 현대상선만큼 절박하지는 않지만 채권은행과의 협상 테이블에 나선 것은 현재의 상황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현대상선이 회생에 성공하면 한진해운에도 많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상선은 오는 17일 사채권자 집회를 열고 내달 7일 만기도래하는 공모채 1200억원의 만기를 3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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