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 여행기 - 중3 아들과 함께 한 열흘간의 일본자유여행

2016-03-20 17:25:03 게재

자유롭게 걸으며 추억 찾고 일본 느끼기

조용히 걷는 여행을 참 좋아한다. 시간과 계획에 쫓기지 않고 큰 목적지만 잡아 두고 그날의 발걸음에 맞춰 움직이는 우리만의 시간. 난 그 시간이 참 중요하다고 여긴다. 길 위를 걸으며 스쳐 지나치지 않고 세심하게 보이는 것과 사람들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울 때가 있기 때문에. 둘째인 아들은 6살 무렵부터 부모를 따라 걷는 여행을 많이 했다. 내공이 쌓인 걷는 여행을 사춘기 아들과 단둘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우리는 여행준비를 찬찬히 마치고 일본으로 떠났다.

 

아들 맞춤식 자유여행 스타트!

이번 여행의 성격은 사춘기 아들 눈높이에 맞추기. 쑥쑥 성장하는 아이와 오붓하게 보내기로 했다. 여행의 목적지는 교토를 거쳐 ‘먹다가 쓰러진다’는 오사카의 분위기를 살짝 맛보고 도쿄 시내 유명한 곳을 둘러보는 것. 일본 대표 도시의 지도를 머릿속으로 그리며 많이 걷고 보기, 교토에서 살던 시절 유치원에 다녔던 추억 따라 걷기, 아들의 취향에 맞춰 도쿄에서 전자상가가 많은 아키하바라와 이케부쿠로에서의 자유시간으로 잡았다.

사실 자유여행은 번거롭긴 하다. 항공스케줄부터 숙소, 교통편, 여행자보험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준비해야 하기에. 숙소는 많이 대중화된 에어비앤비를 통해 교통이 편리하고 여행지가 가까운 곳을 선별해 집주인과 몇 번의 메일 교환 후 정했다. 아이를 데리고 머물기에는 호텔대비 가성비가 좋고 일본 집 체험, 숙소 안에서 취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시 찾아가도 변함없이 정겨운 교토

교토는 따뜻하고 아늑해서 참 좋다. 일본인 특유의 배려와 사람들끼리 사이좋게 지내는 ‘화(和)-일본어로는 와’를 제대로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겨 여행지로도 만점이지만 직접 생활했던 경험은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이해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7년이 지나 다시 찾아간 교토는 변한 것이 없었다. 최고의 인기를 끄는 키요미즈테라(청수사)와 니넨자카, 산네이자카 등의 아기자기한 오솔길을 걸으며 기념품을 구경하고 당고를 사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교토의 부엌이라 불리는 400년이 넘은 니시키 시장과 기온 역시 아들과 일본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걷기 좋았는데 진짜 마이코를 만나 함께 사진도 찍었다.

그래도 교토에서 가장 좋았던 기억은 우리가 예전에 살았던 집을 찾아가 보고 아이가 다녔던 유치원,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던 놀이터 등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어렴풋이 옛 기억을 더듬는 아들과 골목골목 찾아 걸으며 옛 추억을 공유하고 지인들과 만나 좋은 시간을 가지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절과 질서로 짜인 도쿄 즐기기

4박5일간의 교토 여행을 마친 후 신칸센을 타고 2시간 20분을 달려 도착한 도쿄. 이제는 아들 스스로 더 적극적으로 여행 계획을 실천해야 할 곳이다. 아는 듯 모르는 듯 뒤에서 가만히 방관하는 엄마를 때로는 서운한 눈빛으로 바라보기도 했지만. 일본인들에게 짧은 영어와 일본어를 섞어 가며 길을 묻고 스마트폰 구글맵을 이용하고. 아이는 목적지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참 감사한 일은 열흘 간 일본에 머물며 여러 차례 길을 물어보는 아이를 일본인 어느 누구도 소홀히 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길을 물으면 끝까지 책임지고(자신도 모른다면 다른 사람에게 물어서라도) 알려주는 친절함과 근성을 보여 주었다. 이 점은 일본여행 후 아이가 가장 인상 깊었던 것으로 꼽는다.

또 하나 놀랄만한 것은 일본인들의 줄서기와 기다리기. 운 좋게도 머무는 동안 2016 도쿄 마라톤대회를 관람했는데 통제된 구간의 지하도 이용 시 각을 잡은 듯 질서정연한 모습, 기차, 버스, 지하철, 모노레일 탈 때 줄서기, 에스컬레이터에서의 한 줄 서기 등 일본 어디를 가던 흐트러짐 없이 줄서는 모습은 아이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개성과 감각적인 도쿄에서 아이가 자신의 관심 분야를 찾아다니는 점도 흥미 있었고 일본인들의 성향을 이해하려는 점이 더 대견했다. 종일 걷고 또 걸어 밤마다 앓는 소리를 많이 냈지만 이 또한 좋은 추억으로 남길 바란다.




 

 

알짜배기 일본여행 TIP

Tip 1.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일본 숙소를 잡았으면 입국신고서를 쓰고 입국심사를 받을 때 머무를 집의 주소와 더불어 맨션이나 아파트의 구체적인 이름, 집주인의 정확한 전화번호 등을 꼭 챙겨야 한다. 시내호텔 이용객보다는 입국심사를 꼼꼼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Tip 2. 교토 여행을 계획하는 분께 드리는 팁. 남들이 다 가는 관광지 말고 다른 한 곳을 추천한다. 중심가 시조가와라마치에서 4번 버스를 타면 카미가모 신사가 종점이다. 카모강을 따라 달리는 버스 안에서 시내 구경도 하고 북부의 신흥부촌으로 자리 잡은 키타야마 지역에 들어서면 잘 관리된 정통 일본 집을 많이 볼 수 있다. 중심가 신사와는 다르게 소박한 듯 아기자기하게 자연과 조화를 이룬 카미가모 신사와 그 주변 산책을 권하고 싶다.

또 부드러운 육질과 바삭한 튀김옷을 입은 두툼한 카츠쿠라의 돈가스도 꼭 먹어봐야 할 음식. 가와라마치산조 근처를 비롯해 중심가에 3곳이 있는데 교토 토박이들도 단골로 많이 드나드는 맛집이다.

Tip 3. 도쿄 긴자에서 중국단체관광객을 피해 일본 최고 백화점인 긴자 미츠코시 백화점 면세점에서 조용하게 쇼핑하는 것도 권한다. 11층 돈가스 전문점인 ‘안즈’의 돈가스도 꼭 맛보아야 할 음식. 백화점 가까이 있는 11층 건물의 ‘이토야’ 문구매장에서 일본 특유의 섬세하고 독특한 문구류 문화경험도 꼭 추천한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곳.

Tip 4. 요즘 도쿄에서 인기 있는 파블로 미니타르트 맛보기. 하라주쿠 카페에는 이른 아침부터 줄서기가 한창이고 아키하바라 매장도 1시간 정도 줄서야 살 수 있다. 녹차, 초코, 치즈맛의 타르트에 완전히 매료된다.

Tip 5. 도쿄 근교의 매력적인 항구도시 요코하마에 가면 어른 100엔인 저렴한 아카이구츠 버스 타는 것을 권한다. 고풍스런 버스에 앉아 요코하마를 한 눈에 둘러보는 것도 매력적.

박경숙 리포터 kitayama4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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