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르노삼성, 한국인 사장 기용

2016-03-22 10:31:26 게재

경력·업무방식 큰 차이 … 공통점은 수출보다는 '내수'

외국계자동차기업인 한국GM과 르노삼성이 한국인 사장을 동시에 기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1윌 취임한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과 4월 1일 사장으로 취임할 박동훈 르노삼성 부사장이 주인공. 두 사람은 한국인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경력과 업무방식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두명 모두 내수시장 확대를 목표로 내걸었다. 누가 목표로 한 성과를 먼저 실현할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임스 김 사장

한국GM, 19만대 판매 = 제임스김 한국GM 신임 사장은 21일 간담회에서 "올해 신형 말리부와 전기차 볼트(VOLT) 등 신차 7종을 출시한다"면서 "내수시장에서 19만1000대를 팔겠다"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20%나 판매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한국GM은 지난해 125만6433대를 수출했다. 내수판매는 수출량의 12%(15만8404대)에 불과했다. 내수시장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소홀히 취급됐다. 하지만 김 사장은 본사 직영점 대리점(딜러)이 혼재된 영업망을 본사-직영점 체제로 단순화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테니스광인 그는 공공연하게 "경쟁에서 이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이기는 습관이 목표를 이루는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해 왔다. 스스로 깃발을 들고 뛰쳐나가고, 목표로 한 것을 반드시 실현하는 돌격대장 스타일이라는 게 주변 평가다.

김 사장은 초등학교 시절 미국으로 건너간 1.5세대 교포다. 캘리포니아대학 경제학 학사,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학위 등을 받았다. 미국 현지기업을 거친 뒤 야후코리아 CEO를 맡았다. 2009년 2월부터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CEO로 재직했고, 2014년부터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오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분야 경험이 전무한 게 약점이다.

박동훈 부사장

르노삼성, 신시장 개척 = 박동훈 르노삼성 부사장은 '시장 분석, 의사소통의 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사장이 굵은 직선이라면 박 부사장은 부드러운 곡선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 평가다.

김 사장이 IT업계에서 자동차로 건너 뛴 반면, 박 부사장은 자동차 영업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인하대를 졸업한 후 한진건설에서 볼보사업부장을 맡으면서 수입차와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아우디폭스바겐 딜러사 부사장, 폭스바겐 한국법인 사장, 수입자동차협회 회장 등을 지냈다.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 사장이 박 부사장을 영입했고, 후임 사장으로 추천했다. 르노삼성으로 자리를 옮긴 후 QM3, SM6 등을 성공적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박 부사장이 "다양한 네트워크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며 기존 딜러망을 강화해 직영점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도 김 사장과 다른점이다.

박 부사장은 올해 초소형 전기차의 한국도입, 전기택시 시장 진출 등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르노삼성으로 회사를 옮긴 이후 택시시장 공략을 발표한 바 있다. 소형차와 레저차량 분야 등경쟁이 치열한 주력모델간 경쟁보다는 틈새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해 영역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수출물량 확보는 과제 = 한국인 사장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지만 우려도 크다. 두명 모두 내수용 사장이라는 것.

한국GM이나 르노삼성 모두 수출 의존도가 높은 외국계 회사다. 종전까지 본사에서 파견한 외국인 사장들은 본사에서 일감을 따오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본사 출신이 아닌 외부 인사로 수혈한 것은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우선 수출 물량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고, 이로 인해 내수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이 내수 목표는 상향하면서 "수출 목표는 지난해와 같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또한 수출 물량 감소로 생산시설의 효율성이 낮아질 경우 노동조합과의 마찰이 우려된다. 내부 인사 대신 외부용 인사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국내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대외 경기 불안으로 수출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고 내수 판매 확대로 공장가동이 확대될 수 없다"며 "수출 물량을 추가 확보할 수 없는 신임 사장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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