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정원, 무차별 통신감찰"

2016-03-22 11:18:02 게재

민주노총,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통신자료 입수해 분석

경찰 585건, 국정원 83건 … 서면요청 없는 감찰도 9명

이달 초 테러방지법 시행으로 국민의 정보인권침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민주노총은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간부들에 대해 공안기관의 무차별적 통신감찰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3월부터 지난 20일까지 1년 동안 가맹산하조직 조합원 및 상근자들이 통신사에 직접 요청한 통신자료를 조회해 분석했다.

민주노총이 1차 취합한 통신기록 조회 결과에 따르면, 총 94명을 대상으로 681건에 걸친 통신자료 감찰이 이뤄졌다. 1명 당 평균 7.24건의 감찰을 당한 셈이다. 이중 이영주 사무총장에 대한 통신감찰은 무려 31회나 됐다.

감찰 기관별로는 경찰이 585건으로 압도적인 많았고 국정원 83건, 검찰 13건이 그 뒤를 이었다. 시기별로는 지난해 1차 민중촐궐기가 있었던 11월 123건, 12월 386건으로 집중됐다. 소속별로는 사무총국 구성원에게 457건 이뤄졌으며, 공공운수노조도 101건이나 통신감찰에 노출됐다.

지역본부, 산별노조 등에서 자료 취합이 늦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훨씬 더 광범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같은 일자에 동일한 수사기관이 한 사람의 통신자료를 여러 차례 조회한 경우도 많았다.

게다가 '긴급요청'이란 명목으로 서면 요청도 없이 이뤄진 통신감찰도 9명에게나 진행됐다.

민주노총은 "긴급한 사유가 무엇인지, 긴급요청 뒤 자료제공요청서를 모두 제출하였는지 확인될 필요가 있다"며 "검경과 국정원의 통신감찰이 권력의 입맛에 따라 자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잘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특히 국정원의 경우, 국정원법에 따라 국가보안법 사건 이외에는 수사권이 제한돼 있다"며 "내국인에는 정보수집권이 제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목적으로 어떤 법령에 근거해 민주노총 구성원을 상대로 한 광범위한 통신감찰이 이뤄졌는지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앞뒤로 감찰행위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점은, 수사기관이 집회 참가자 신원파악을 위한 것으로 의심했다. 또한 통신감찰의 분량과 분포를 볼 때 특정 기지국을 통해 송수신된 통신자료 전반을 들춰본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민주노총은 "최근 민주노총으로 집중되고 있는 522명 대규모 경찰소환과 15명 대량 구속 등 공안탄압과도 절대 무관하지 않다"며 "실제 상식적인 수사목적 보다는 '일단 털고 보자'는 식의 발상으로 국민의 정보 사생활을 자기 손바닥처럼 마음대로 들여다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수사비밀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통신자료 확인에 대한 사유공개는 맞지 않다"며 "통신자료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비교적 개인정보 침해가 덜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검경과 국정원은 무분별한 통신감찰의 이유와 목적에 대해 국민 앞에 낱낱이 해명하고, 재발방지와 책임자 처벌 등 국민의 정보인권 침해에 대한 법적 책임도 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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