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불가능의 예술

진리, 초월, 실천 도덕으로서의 정치

2016-06-03 10:35:40 게재
바츨라프 하벨 지음 / 이택광 옮김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 / 2만원

지난 4·13 총선 결과를 제대로 예측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여야 정치인도, 대부분의 학자와 전문가도 빗나간 예상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동서고금의 진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해야만 했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얘기 말이다.

하지만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이었다면 선거 결과에 그다지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양심과 책임으로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의 공적 가치를 강조하며 '불가능'을 끊임없이 좇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은 극작가이자 반체제운동의 최전선에 선 저항자였다. 부르주아 가문 출신이었던 그는 체코슬로바키아가 소련의 영향권에 들면서 인문학 고등교육을 받지 못했다. 스무살 무렵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 그는 공산주의 독재에 날을 세우는 작품들을 발표하며 정부의 요시찰 인물로 낙인찍혔다.

1968년 '프라하의 봄'은 그가 정치에 직접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반체제 록그룹 탄압에 반발한 1977년의 이른바 '77헌장'을 주도한 뒤 4년 가까이 투옥됐다. 체코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 된 그는 1989년 공산정권이 무너진 직후 대통령이라는 어색한 옷을 입게 됐다. 비폭력 무혈혁명을 뜻하는 '벨벳 혁명'이라는 용어는 당시 그의 연설에서 나왔다.

이 책은 하벨의 정치철학을 담은 연설문을 묶어놓았다. 하벨은 지성인의 기상과 작가의 기질을 살려 자신의 생각과 꿈을 있는 그대로 피력하고 있다. 허위와 거짓에 맞춰가기를 거부하면서 '진리 안에서의 삶'을 줄기차게 주장한다.

책에서 그는 독자를 향해 "정치가 정신적 차원을 지니고 있다는 관점을 가진 제 입장에서 무엇인가를 달성하고 특수한 이해관계를 만족시키려고 하는 권력 기술의 정치는 요령부득입니다. 저에게 정치란 주어진 이데올로기나 이념이 아닙니다. 정치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행위도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정치는 세계를 책임지고자 하는 개인의 도덕에 근거합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또 "정치가 공동체를 속이거나 약탈하기 위해 필요한 표현이 아니라 공동체의 행복에 공헌하려는 열망의 표현이어야 한다고 가르쳐봅시다. 정치란 가능의 예술일 수 있습니다. 특히 '가능'에 투기, 계산, 모의, 뒷거래, 조작이 포함된다면 그러합니다. 정치는 불가능의 예술일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 자신과 세계를 향상시키는 예술일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한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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