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돌 안에 새기는 이름 석 자

2016-07-15 03:24:16 게재

[우리 지역 수제도장 만드는 곳]

 

도장은 ‘나’를 대신하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수제도장은 기계도장과 달리 저마다 원하는 그림과 메시지를 담을 수 있어 좋다. 위조를 막을 수 있다는 것도 수제도장의 장점이다. 아무리 같은 이름이라 해도 손으로 새긴 느낌을 그대로 따라 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에서 수제도장 만드는 작가들과 공방을 소개한다. 수제도장은 손 글씨로 새기기 때문에 모두 캘리그라피 작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손으로 직접 만든 선물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체험 수업을 신청해도 좋겠다.

백석동 돌에 새긴 맘
전각도장과 도자기도장에 새긴 특별한 마음

  

나창호 작가의 ‘돌에 새긴 맘’ 공방은 전각과 회화, 캘리그라피를 다양한 시각에서 실험적으로 모색하는 창작 예술 공간이다. 체험 수업은 받지 않으며 주문 제작만 가능하다. 엄격하고 고된 작업을 통해 고품질의 도장을 만들어 내기 위해 하루 소량만 제작한다. 도자기 도장 또한 작가만의 특별한 디자인으로 정성스럽게 제작하고 성형해 가마에 구워낸다.
나창호 작가가 전각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성명인, 즉 이름 새김이다. 자음과 모음 조합에 따라 글자의 배치와 획, 서체 흐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칼날과 돌길을 따라 가다 보면 우연히 돌 트임 현상이 생기기도 하며 그 안에서 자연스럽고 조형적인 아름다운 글체를 완성한다.
나창호 작가는 지난 5월에 일산 롯데백화점 내 롯데아트스튜디오에서 전각도장과 캘리그라피, 회화 70여 방을 선보인 ‘너 또한 꽃 전(展)’을 열었다. 꽃과 시에 담긴 삶의 통찰을 유연하고 담백한 먹선으로 표현한 작품들로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곧 공방을 ‘갤러리 하우스’로 확장 오픈하여 관객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미니인터뷰 나창호 작가
“이름 모를 도공이 깜빡 졸다가 꾸욱 눌러놓은 듯한 질그릇처럼, 우연적인 흐름과 자연적인 형태로 완성되어 가는 것! 그것이 전각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도장 새김 전 이름 도안하는 과정을 인고라 하는데, 한 분 한 분 소중한 분들의 이름을 대할 때마다 도장에 담겨있는 바램을 잘 녹여내어야 받는 분들 또한 특별한 추억으로 기억될 수 있기에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입니다. 평범하게 생각했던 자신의 이름 석 자가 특별하고 소중하게 다가온다는 고마움을 전해 들으면 작가로서 좋은 작품을 드렸다는 뿌듯함에 행복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마두동 이보배 캘리그라피 공방
전각수제도장의 고풍스러움에 캘리그라피의 멋을 더하다

   

서예를 전공한 이보배 작가는 인사동 수제도장업체에서 근무한 윤민영 작가와 함께 서울 대학로의 ‘각설탕 수제도장’과 일산 작업실 ‘이보배 캘리그라피’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이보배 작가는 대학 시절부터 전각을 새겨왔고 수제도장 업체도 6년 여 운영하면서 노하우와 실력을 쌓아왔다.
서혜의 획으로 캘리그라피를 써야 멋스럽고 서예의 획으로 도장을 도안하고 새겨야 느낌이 좋고 서예의 획으로 그림을 그려야 고풍스럽다고 말하는 이보배 작가는 항상 서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단체 주문 시 특정 로고를 똑같이 새기는 경우를 빼고는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다. 도장 옆면의 꽃그림과 캘리그라피 문구, 매난국죽, 한문 등은 작가만의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직접 손으로 새긴다. 옆면에 디자인 후 새기는 과정, 옆면에 색을 입히고 밑면 도안 후 새기는 과정을 거쳐 제작된다. 맞춤 주문을 비롯해 캘리그라피와 수제도장, 한글 서예, 한문 서예, 먹그림 등을 1:1로 배울 수 있다.

미니인터뷰 이보배·윤민영 작가
“동양화 작품이나, 서예, 캘리그라피 작품들을 보면 낙관이 찍힌 걸 많이 보셨을 거에요. 전통 서예작품에는 그만큼 공부하신 전각가들이 새겨놓은 도장들이 사용하지만 부담이 적은 캘리 작품이나 혹은 자신만의 분야에 사인으로 직접 도안도 하고 새겨볼 수 있어 나만의 작품성이 돋보이는 것이 수제도장에 매력인 듯합니다. 동양 문화권에서만 사용하는 도장의 개념이 외국인들에게는 신기하게 여겨질 수 있어 희소가치도 있답니다. 컴퓨터처럼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새길 때마다 느낌이 살짝씩 다르기 때문에 손맛 또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수제도장의 또 다른 매력이죠.”

백석동 돌이깎이 수제도장
손 글씨와 손 새김으로 감동을 전하는 수제도장

  


안주희 작가가 운영하는 공방이다. 혼인신고나 아기 탄생 선물, 프로포즈, 결혼선물 등 특별한 날을 위한 수제도장 제작 의뢰가 많다.
돌이깎이 수제도장에서는 이름을 새기는 부분과 도장 옆 부분까지 작가의 손으로 직접 만든다. 작가가 캘리그라피로 원하는 메시지를 적어보고 작은 돌 안에 의미를 담아 직접 새겨 만든다. 기계도장이 아닌 손 새김이라 글씨체와 디자인까지 고심하느라 시간이 다소 걸린다. 이름을 새긴 후 옆면에 색을 올리는 작업도 하기 때문에 시간 여유를 두고 주문하는 것이 좋겠다. 디테일한 문양까지 손 새김질로 완성된 도장은 드라이플라워와 캘리그라피 엽서를 매단 복주머니에 담아 배송한다.
돌이깎이 수제도장을 만드는 방식으로 직접 만드는 체험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안주희 작가는 체험을 신청하는 이들에게 도장의 옆면에 새길 그림과 의미 있는 메시지를 고심해서 적어오라고 권한다. 세상에 하나 뿐인 도장이라 의미가 남다르니, 선물하는 이가 받는 사람에 대해 한 번 더 되새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미니인터뷰 안주희 작가
“과거에는 목도장 하나도 칼로 다 깎고, 활자판에 하나하나 맞춰서 작업했죠. 돌 하나 목도장 하나에도 다 이름이 있고 의미가 있어요. 벼락 맞은 나무 도장이 비싼 것처럼 돌에도 귀한 돌이 있고 새기는 작가에 따라 스타일이 있다 보니 가격대도 천차만별이랍니다.
도장을 직접 배우러 오는 분들은 하나하나 만들어 선물하는 걸 좋아하는 분들이죠. 기회가 되신다면 손 글씨를 먼저 배운 후에 예쁜 글씨체로 도장을 만들어 보세요. 도장만 만드는 것보다 손 글씨까지 마음을 전하면 특별한 선물이 될 거에요.”

백석동 글에 물들다
정성을 담은 전각도장의 멋 직접 느껴보세요

  

김민희 작가가 운영하는 공방이며 캘리그라피와 전각도장을 수강 및 주문할 수 있다. 원하는 글씨와 문양을 직접 쓰고 새기는 수업 전 과정에는 전통적인 내용이 필수적으로 포함된다. 수제도장을 제작할 때는 디자인에 특히 주의를 기울인다. 전통성을 잃지 않으면서 현대적인 설계를 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김민희 작가는 “돌로 된 수제도장을 새기는 데 특히 칼의 방향과 깨지는 부분을 이해하며 작업하면 좀 더 나은 작품이 나온다. 도장 옆면의 설계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
8월부터 전각도장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원데이 체험 수업이 진행된다. 원데이 수업에 참여해 보고 전각 정규 과정을 신청해도 된다. 전각 정규 과정은 한글 10주 일반 과정과 한자 12주 전문 과정으로 진행되며 창업 지원도 하고 있다.
글에 물들다 공방은 캘리그라피 수업과 주문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전각수제도장 제작 기간은 입금 확인일로부터 3~5일 정도 넉넉히 주문하는 것이 좋다.

미니인터뷰 김민희 작가
“수제도장이 점점 금액이 낮아지고, 저가형 상품도 많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상품성과 이윤에 초첨을 맞춘다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간혹 저가로 판매하고 있지 않는 제 도장을 주문하시는 분들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시거나 목도장처럼 금세 새겨질 수 있는데  제작기간이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느냐고 하세요. 수제도장을 새기는 일 역시 하나의 예술이라고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들 마다 작품의 금액이나 디자인은 많이 다릅니다. 제작을 하면 할수록 새기는 속도는 빨라지지만 한 획 한 획 정성을 새기는 마음은 한결같답니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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