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가습기살균제 유독성 14년간 은폐"

2016-07-27 10:56:52 게재

97년 유공 제출 유해성조사결과보고서 있는데도 무시, 공표안해

산업안전보건법 '유해성 공표' 위반 … 은폐의혹·직무유기 논란

고용노동부가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PHMG 성분의 유독성을 1997년에 인지하고서도 14년 동안 알리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산업안전보건법 '유해성 공표'조항을 위반한 사항으로 은폐시도 의혹과 직무유기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가습기살균제 제조와 판매과정에서 위법 사항이 드러남에 따라 국가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011년 참사 발생 후 공표 = 국회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신창현(더불어민주당)의원과 이정미(정의당)의원은 26일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가습기살균제 원료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유해성 조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며 "고용부는 1997년에 옥시가 사용한 PHMG의 유독성을 인지하고도 이를 관보에 공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PHMG 제조업체인 유공(현 SK케미칼)이 1997년 2월 산업안전보건법 40조1항에 따라 고용부(당시 노동부)에 제출한 서류로 "PHMG는 유해물질, 오염될 경우 폐수 처리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두 달 뒤 4월 고용부는 이 물질에 대한 유해성, 위험성 등을 검토해 경구 독성, 자극성 등의 유독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고용부는 이 내용을 관보에 공표하지 않았고 관련 부처인 환경부에도 통보하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법 40조 3항을 위반한 것이다.

당시 산안법은 신규화학물질 제조·수입자가 사전에 유해성·위험성 조사보고서를 제출하면 고용부는 조사보고서를 검토하고 △물질 명칭 △유해성·위험성 △노동자 건강장해 예방조치 사항을 사업주에게 통보한 뒤 환경부 등 관련 부처에 통보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유해성 물질을 상시적으로 취급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다. 하지만 고용부는 옥시 가습기살균제에 의한 참사가 대량으로 발생하며 사회적으로 문제가 제기됐던 2011년에야 PHMG에 관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산업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더구나 고용부는 최근까지도 해당 자료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 지난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송기호 변호사가 관련 사실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하자 고용부는 "유공의 PHMG 유해성 조사결과 보고서는 없다"며 "당시 제조사가 조사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러다 국정조사를 위해 최근 신창현 의원과 이정미 의원이 고용부에 사실관계와 해당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산업안전보건공단에 해당 서류가 있음을 확인하고 의원실에 제출한 것이다.

이에 송 변호사는 "자료공개 요청에 해당업체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무책임한 태도를 취하다가, 국회의원의 요구에 따라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유독성을 인지하고도 공표를 누락한 것은 고용부의 명백한 직무 유기다. 이제야 불법 사실을 인정한 것은 국가 책임을 은폐하는 것이며 피해자의 알권리를 침해한 중대한 범죄"라고 비판했다.

◆"PHMG 유해물질, 섬유 항균제" = 당시 유공이 고용부에 제출한 '유해성조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PHMG는 '유해물질'이라고 표시돼 있다. 제품의 용도는 '섬유의 항균제'라고 특정하고 "눈에 접촉하면 심각한 자극을 줌" "흡입했을 때 환자를 신선한 공기가 있는 곳으로 옮길 것 병적인 증세를 보이면 의사의 진료를 받을 것" "피부에 접촉했을 때 충분한 물에 오염된 피부를 담굴 것"이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PHMG에 오염된 물은 "폐수처리시설이 있는 위생시설로 보내거나 허가를 받고 폐기되어야한다"고 되어 있다.

유공이 PHMG의 용도를 '섬유 항균제'로 표시했던 사실은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 SK케미칼이 검찰에 제출한 물질안전보건자료에 따르면 PHMG의 용도는 '미생물에 의한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공업용 항균제'로 되어있다.

이정미 의원은 "'PHMG에 오염된 물은 폐수처리시설로 보내야 한다'는 문구를 확인했다면 결코 PHMG를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옥시 제품에 대한 정부의 책임과 SK케미칼이 섬유의 항균제에서 공업용 항균제로 용도변경하는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확인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신창현 의원은 "고용부가 유해물질을 바로 공표했다면 옥시 살균제로 인한 피해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었다"면서 "이같은 고용부의 법률 위반은 정부의 책임을 입증하는 근거가 되며 검찰은 지금이라도 해당 정부부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고용부 한 관계자는 "20년 전 자료라 서류를 찾지 못했고 관보에 공표가 되어있지 않아 제조사가 조사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했다"며 "최근 공단에서 국정조사 대비 서류를 확인하다가 자료를 발견했고 당시 공고를 못한 이유는 신규물질 목록이 여러 개 있어 아마도 직원이 실수하는 등 행정착오로 추정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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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한남진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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