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하고 우아한 태팅레이스를 아시나요

2016-09-01 23:09:21 게재

[우리 지역 태팅레이스 배우는 곳]

최근 주목받고 있기는 하지만 태팅레이스는 ‘요즘 공예’는 아니다. 우리나라에 이미 수십 년 전에 도입됐으나 실용성이 낮아 외면 받았던 공예다.
태팅레이스는 ‘실뜨기’면서도 바늘로 자수하듯 한 땀 한 땀 이어가기 때문에 속도가 느리다. 코바늘이나 대바늘뜨기처럼 옷이나 목도리, 양말이나 장갑을 만들 수도 없다. 기껏해야 반지나 귀걸이 혹은 목걸이나 팔찌, 식탁의 러너 정도다. 실용성은 떨어지지만 태팅레이스는 우아하다. 섬세한 손길로 완성된 작품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면서 소녀 감성이 물씬 차오른다.
18세기 유럽의 귀족들이 떴다는 공예, 태팅레이스를 우리 지역에서 어떻게 배우고 즐길 수 있는지 찾아보았다.

일산 뉴코아아울렛 문화센터 태팅레이스 반

‘태팅레이스 강사를 양성하는 강사’ 유하경씨가 이끄는 수업이다. 낮 2시에는 주부들이, 저녁 7시 수업에는 직장인들이 주로 참여한다. 기초 과정은 3개월간 진행되는데 도일리 모티브를 주로 배운다. 틈틈이 드림 캐쳐나 팔찌 등 액세서리도 배우지만 대부분 모티브를 뜨면서 기법을 익힌다.
도일리 모티브 하나에 여러 기법이 들어 있기 때문에 같은 기법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태팅레이스의 기본 기법들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유하경 강사는 “최소 6개월 정도는 배워야 태팅레이스의 기본을 익힐 수 있다”고 말했다.
수강생들은 대부분 “하늘하늘한 태팅레이스 팔찌의 아름다움에 반해 직접 만들어 보겠다고 도전했다”고 말했다. 그 뒤에 공통적으로 “팔찌 하나 만들기가 참 어렵다”며 탄식했다. 실제로 독학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태팅레이스 기법은 익히기가 쉽지 않다.
‘셔틀’이라는 도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코바늘과 대바늘뜨기하고 연관성도 적고, 가느다란 실의 한 번 꼬임에도 영향을 받아 그야말로 섬세해야 한다.
반복되는 기법을 사용하는 다른 공예와 달리 기법의 종류가 다양하다. 기초적인 도일리를 완성하는데 4~5개의 기법이 필요하기 때문에 초보적인 기법을 익히는 데도 3개월 정도가 걸린다. 여성스럽고 예쁘다는 특성이 있지만 만드는 동안은 지루하며 인내심이 필요하다. 한 번 흐트러져도 참고 수정하며 완성해야 하기 때문에 뜻밖에 인내심이 길러지기도 한다. 그만큼 완성된 후의 성취감이 크며 독특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쓰임새가 높다.
일산 뉴코아아울렛 문화센터 태팅레이스 반 수업은 소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하며 개인 진도에 맞춰 일대일 수업을 진행한다.
 

미니인터뷰 유하경 강사
“다른 공예를 배워본 사람보다 초보자가 오히려 잘 하는 공예죠”

유하경 강사는 ‘태팅레이스 강사를 가르치는 강사’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salu07333)를 통해 태팅레이스의 매력도 알리고 있다. 하늘하늘한 태팅레이스의 매력에 반해 외국 인터넷 사이트를 보고 독학했다는 그는 서울과 고양시 일대에서 태팅레이스를 가르치고 있다.
유하경 강사는 “다른 공예는 만들면 쑥쑥 나오지만 태팅레이스는 한 땀 한 땀 나오기 때문에 장인의 손길로 만들어야 된다. 인내심도 필요하다. 아예 생소한 분들은 오히려 잘 하는데 다른 걸 배우다 온 분들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 들어 못 견디기도 한다”며 “겁내지 말고 함께 배우다 보면 누구나 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주 운정한국문화센터 태팅레이스 반

운정한국문화센터는 수업 시간에 맞춰 수강생이 찾아가는 방식이 아닌, 강사가 상주하는 시스템이다. 수강생들은 편한 시간에 찾아가 공예를 배우면 된다.
김수빈 강사가 진행하는 태팅레이스 수업도 마찬가지로 일대일 지도로 진행된다. 초급은 한 달 과정이다. 초급 과정에서는 태팅레이스의 기본 기법인 링, 체인, 모티브끼리 잇는 기법과 실 두 개로 링을 만드는 스플릿 기법을 배운다. 초급을 배우면 간단한 도안의 팔찌 등 액세서리를 만들 수 있다.
어렵다고 알려진 공예지만 기초 과정만 습득하면 어린이들도 배울 수 있다. 지난 여름방학에는 초등학생들이 엄마들과 함께 태팅레이스를 배워 팔찌 등 액세서리를 만들어 갔다.
김수빈 강사는 “태팅레이스는 집중하지 않으면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아이들이 배우면 차분해지고 집중력이 길러진다. 하나라도 틀리면 작품 전체가 틀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수빈 강사는 “태팅레이스는 봤을 때 예쁘지만 어디에 활용하나 의문이 드는 공예다. 처음 시작한다고 했을 때 남편도 배워서 어디에 쓸 거냐고 물어볼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태팅레이스는 일상을 풍요롭게 꾸며주는 맛이 있단다. 김수빈 강사는 “액자에 넣어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티 매트로 활용해도 좋다”고 말했다.
태팅레이스는 무심코 넘길 수 있는 일상의 한 장면 장면들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공예라는 것이 수강생들의 공통된 소감이다.

미니인터뷰 김수빈 강사

김수빈 강사는 방송을 통해 우연히 태팅레이스를 알게 됐다. 서울에서 초급 과정을 익히고 태팅레이스 책의 저자를 찾아가 강사 수료증을 취득했다. 문화센터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전공은 공예 분야와 무관하다는 김수빈 강사.
그는 태팅레이스를 배우면서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태팅레이스는 도구들도 생소하고 기본 기법을 익히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수빈 강사는 “태팅레이스는 얇은 실로 만들어 더 정교하며 완성된 후에 하늘하늘해서 더 예쁘다. 사람들이 신기해하면서 어떻게 만들었냐고 궁금해 할 때, 대중적이지 않기 때문에 뭔가 특별한 걸 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 일찍 배워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한 줄 인터뷰
태팅레이스 수강생들이 말하는 태팅레이스

“오늘 첫 날이라 30분 째 배우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네요. 정교하고 수놓는 기분이 들어요. 팔찌나 귀걸이도 도전해볼 계획이에요.” 운정한국문화센터 수강생 유인순씨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너무 예뻐서 관심이 생겼어요. 태팅레이스는 다른 공예보다 섬세한 작업이네요. 그만큼 예쁠 것 같아 기대가 돼요.” 운정한국문화센터 수강생 박상순씨

“다른 공예는 집에 두기만 하는데 이건 만들어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목걸이나 팔찌를 만들고 있는데 실용적인 것 같아 좋네요.” 뉴코아아울렛 수강생 박소현씨

“셔틀만 갖고 움직이면 되니까 뜨개질보다는 쉬운 것 같아요. 코바늘이나 대바늘은 가늘고 긴데 이건 넓고 짧으니까 다루기 쉽네요.” 뉴코아아울렛 수강생 소해영씨

“팔찌가 너무 예뻐서 딸아이 만들어주려고 시작했죠. 간단하게 금방 할 줄 알았는데 3개월이 지나도 쉽지 않네요. 아직은 어렵지만 재밌어요.” 뉴코아아울렛 수강생 한옥주씨

“문화센터라서 그런지 배우는 과정이 유쾌해요. 서로 만들려는 이유들이 비슷하니까요. 태팅레이스는 매력적인 공예라고 생각해요.” 뉴코아아울렛 수강생 김영애씨

“여성스러운 매력에 반해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팔찌를 엄청 만들어서 선물해줬어요. 요즘은 도일리를 만드는데 계속 하고 싶은 취미예요.” 뉴코아아울렛 수강생 우승희씨

“생각보다 하나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전에는 뭉치거나 꼬이면 끊어버렸는데 이제는 조금이라도 풀어보려고 하고 인내심이 늘어났어요.” 뉴코아아울렛 수강생 명지혜씨

“취미생활 치고는 비용이 많이 들지도 않고 장소에 구애를 많이 받지 않아요. 애기 잠들고 나서 혼자 조용히 만들 수 있는 것도 좋아요.” 뉴코아아울렛 수강생 장유미씨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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