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참사넷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기간 늘려야"

2016-09-08 11:20:48 게재

"정쟁탓 반쪽짜리 청문회"

지난 주 마무리된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청문회를 두고 시민사회단체들은 "증인 불참, 정쟁, 청문회 제도 한게 탓에 목표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며 국정조사 기간 연장 등을 주장했다.

7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 국정조사 청문회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국정조사 예비조사위원이었던 안종주 박사(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 김영숙 기자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참사넷)가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청문회에 대한 종합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이번 청문회가 진상 규명, 피해 규제, 재발방지라는 3가지 목표에 크게 미치지 못한 청문회에 그치고 말았다고 봤다. 첫번째 문제는 청문회 일정 단축이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당초 8월 29, 30, 31일로 예정되어 있었던 일정이 아무런 설명 없이 29, 30일로 단축됐다"며 "이 탓에 증인 채택과 심문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증인들의 불성실한 태도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최 소장은 "옥시 영국본사의 책임자인 라케시 카푸어 대표, 옥시 전 사장 거라브제인 등이 불참했다. 국내 증인들도 대거 불참했다"며 "참석 증인들도 불성실한 답변으로 일관했고 책임인정도 끌어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쟁 탓에 청문회가 온전하게 진행되지 못했던 점도 짚엇다. 가습기참사넷은 "3일차 종합보고 때 새누리당 의원들이 오전·오후 불참했다"며 "정쟁 탓에 반쪽짜리 청문회가 돼 버렸다"고 밝혔다.

이같은 한계를 조금이라도 보완하기 위해서는 국정조사 기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 소장은 "깊이 있는 국정조사가 이뤄지려면 기간을 한달간 연장하고 2차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조사기구를 발족해 제대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문회 제도의 한계도 지적됐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청문회 출석을 거부하는 증인이나 불성실하게 답변하는 증인에 대해서 몰아붙일 방법이 없다"며 "거짓 답변이나 불성실한 답변을 한 증인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높여야 청문회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정조사 예비조사위원인 안종주 박사는 "환경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피해자 찾기 및 피해자에 대한 상담이 엉망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같은 날 우원식 국회 국정조사특위 위원장도 청문회 평가 기자회견을 열고 명백한 국가책임을 밝혀낸 점을 성과로 꼽았다.

우 위원장은 "정부는 '제도적 불가피론'을 고수하며 정부의 과실과 책임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지만 특위는 이번 청문회를 통해 정부의 명백한 과실과 책임을 밝혀냈다"며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질병관리본부 등 관계부처의 부적절한 대응을 비판했다.

국정조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환경부는 화학물질에 대해 용도에 맞게 생산되고 사용되는지,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경우 유해성이 있는지 여부를 감독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PHMG의 유해성을 확인했는데도 기업 영업을 보호한다는 명분 하에 가명으로 관리한 사실이 밝혀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가습기 살균제를 공산품으로 관리하지 않고 다른 부처에 떠넘기기 바빴다.

우 위원장은 특히 법무법인 김앤장 의혹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종 증거조작 의혹이 제기된 김앤장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결론을 냈다"며 김앤장에 대한 의혹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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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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