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의식혁명
위기의 문명, 의식혁명만이 대안
세계적인 과학철학자 어빈 라슬로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소르본대학에서 철학과 인문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스템 철학과 일반진화론의 기초를 세웠고 최근에는 우주, 생명, 의식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했으며 글로벌 싱크탱크인 부다페스트 클럽을 창립하기도 했다. 그의 방한은 지난 9월 21일부타 23일까지 경희대가 주최한 피스 바 페스티벌 2016(Peace BAR Festival 2016)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UN 세계평화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해마다 열리는 이 학술대회의 올해 주제는 '지구문명의 미래: 실존혁명을 향하여'였다. 로마클럽, 부다페스트클럽, 세계예술과학아카데미의 회원들과 함께 참가한 라슬로는 이번 행사의 기조연설을 진행하며 원탁회의 패널로도 활약하기도 했다.
라슬로의 방한에 맞춰 경희대 출판문화원은 그의 사상을 공유하기 위해 '의식혁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서구 사상의 전위에서 혁신적 이론을 펼치고 있는 라슬로를 비롯해 스타니슬라프 그로프, 피터 러셀의 대담을 정리해놓은 것이다. 그로프는 국제적 명성을 얻은 정신과 의사로 초개인 심리학을 공동으로 정립했다. 러셀은 케임브리지대에서 이론물리학과 실험심리학으로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컴퓨터 공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인도로 건너가 명상과 동양철학을 배우고 돌아온 뒤 브리스틀대에서 명상에 관한 신경생리학적 연구를 진행했다.
1999년에 발행된 이 책의 내용이 지나간 이야기로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위기에 처한 문명이 아직까지 해결의 조짐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석학들의 문제의식과 해결책은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석학들의 토론에는 양심과 의식을 깨우는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성장주의와 배금주의에서 쓴맛을 본 현대인들은 정서가 불안하고 우울증에 빠지고 각종 중독에 시달린다. 그런 삶에서 도태된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이런 현대병의 근본 원인은 무엇일까. 석학들이 내린 진단은 물질주의다.
물질주의 시대의 최대 피해자는 '의식'이다. 물질세계를 중시하는 지배적인 세계관 속에서 설 자리를 잃어버린 것이다. 의식은 단지 뇌라는 물질의 부산물로 치부된다. 게다가 그 본성은 온데간데없고 물질주의로 오염되어 있다. 오늘날 문명이 위기에 처하면서 의식의 부상이 요청되고 있다. 환경 파괴, 자원 고갈, 빈부격차, 인종 분쟁, 군비 경쟁 등 인류를 위협하는 요인은 단순히 정치, 경제, 문화의 문제가 아니다. 그 저변에 깔린 물질주의를 뿌리 뽑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따라서 우리는 지배적인 물질주의를 대체할 그 무엇, 바로 의식의 재발견이 필요하다. 의식은 물질의 부산물이 아니라 오히려 물질의 근본이다.
물질주의 이데올로기로 인해 초래된 문명 대전환기.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이 시대, 우리에게 남은 것은 의식을 재발견하고 복권하는 것이다. 의식의 진정한 본성을 깨닫고 물질주의를 의식에서 끌어내리는 것이다. 내면의 혁명적 전환, 곧 의식혁명이다. 대대적인 의식혁명만이 지구적 위기로부터 우리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