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집단지성, 목소리를 내다

“선동당해 광장으로? 우리도 주권자 시민”

2016-12-10 15:26:57 게재

‘와글와글 시민평의회’ 열려

“세월호 때 더 많은 시민이 광장에 함께 못나와 아쉬워”

“대한민국 주권은 누구에게 있었나? 국민의 주권이 최순실에게 있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대의민주주의제 국가임에도 불구, 국회의원들이 우리의 주권이 아니라 자기들의 주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물론 이 자리에 정치인이 있지 않지만, 우리 청소년들끼리라도 얘기를 나눠보려 한다.”


<10일 서울 종로구청에서 열린 '와글와글 시민평의회'에 참석한 청소년들. 사진 김아영 기자>

‘와글와글 시민평의회’가 10일 오후 1시30분부터 종로구청에서 열렸다. 청소년들이 주축이 된 이번 평의회의 주제는 ‘우리는 왜 분노하는가’였다. △2016 촛불집회, 나는 이렇게 본다 △침해당하는 우리의 권리 △한국 사회, 내가 한 가지를 바꿀 수 있다면 등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5명씩 청소년들이 모둠을 이뤄 그룹 토론을 하면, 실시간으로 각 모둠 진행자들이 의견을 인터넷 공간에 올려 여러 모둠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이번 평의회는 평등토론을 지향, 몇 가지 원칙이 있었다. ‘청소년에게 학생, 친구라 지칭하지 않는다’ ‘모든 청소년이 학교를 다니는 것은 아니다’ 등이다.

청소녀 A양은 “촛불집회 현장에서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학생이 뭐 하러 이런 데 나왔어’ 등 욕설과 함께 불쾌한 경험을 많이 당했다”며 “이번 집회를 통해 우리 사회가 만드는 소수자들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그 소수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낼 용기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청소년 B군은 “촛불집회는 정말 역사적인 자리였다”며 “청소년들이 선동당해서 나온 거 아니냐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는데, 기본적으로 어른들은 청소년이 동등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나와서 고맙다” “학생들이 나와서 기특하다” 등의 시각도 불편했다는 의견도 많았다. 청소년들 역시 ‘주권자 시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달라는 소리다.

청소녀 C양은 “어떤 문제에 대해 어른들에게 의견을 얘기하면, 너는 아직 어린데 너무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며 혼을 내기 일쑤”라며 이번 촛불집회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청소녀 D양은 “이번 촛불집회가 정말 의미 있지만, 세월호 때 왜 이 많은 사람들이 함께 광장으로 나오지 못했는지 안타까운 점도 있다”며 “개인적으로 세월호 사건을 통해 처음 시민운동을 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누군가를 끌어내릴 때가 돼서야 시민사회가 더 큰 움직임을 가진 것은 여러모로 아쉽다”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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