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노래한 2016년 │안타까운 죽음 … 아직도 묻혀있는 진실

5년간 방치됐던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 드러나

2016-12-27 11:11:05 게재

안방의 세월호 참사

피해 5312명, 사망 1106명

국정조사특위 재구성

특별법 제정 촉구 이어져

올해 국민들을 분노케 한 이슈 중 하나는 '안방의 세월호'라 불리는 가습기살균제 참사다. 2011년 원인모를 폐질환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라고 밝혀진 후 5년 만에 검찰은 옥시레킷벤키저 가습기살균제 전담팀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이 사건의 책임자들이 처음으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신현우·존리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에게 각각 징역 20년과 10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또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가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오기도 했다. 국회에서는 국정조사가 진행됐고 최대 가해업체로 지목된 옥시레킷벤키저는 뒤늦은 사과를 했다.

이를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몇몇 시민단체들의 외로운 싸움이었다. 그들은 병마와 싸우면서 가해기업과, 정부와의 싸움을 오랫동안 힘겹게 이어왔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가습기살균제 참사 전국네트워크가 출범하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족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 한국소비자협회 등호나경소비자 시민단체는 옥시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뒤늦게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진상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은 옥시 제품은 물론, 옥시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체까지 이용을 거부하는 등 대대적으로 옥시 불매 운동에 참여했다.가습기 살균제 성분은 치약, 헤어제품, 방향제 등 일반 생활화학제품에서도 확인돼 일부 제품은 환불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책임자 처벌, 정부의 사과, 피해자 구제방침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국정조사까지 진행했지만 증인들의 불참과 청문회 제도의 한계, 각 정당들의 정쟁 등으로 인해 제대로 된 조사는 시작도 못한채 마무리됐다"며 "국정조사특위의 재구성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26일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피모)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참사넷)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들은 계속 늘어나 지난 23일까지 신고된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망자는 1106명, 생존 환자를 포함한 전체 피해신고는 5312건"이라고 발표했다. 올해 신고 된 피해자 수는 모두 4030명이며 이중 사망자는 876명에 달한다. 지난 5년 동안 신고 된 수의 76%가 2016년에 신고됐다.

가습기참사넷은 "전체 가습기살균제 잠재적 피해자는 30만에서 200만명을 추산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난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징벌적 처벌조항이 위헌소지가 있다며 특별법 제정을 미루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가습기참사넷은 "영유아, 노인, 산모 등 생물학적 약자와 소비자를 죽게 만든 기업들이 형사적 차원에서도 징벌적으로 처벌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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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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