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보호전문기관 100개로 늘린다더니 … 내년 증설예산 0원

2016-12-28 11:16:31 게재

올해 학대당해 목숨 잃은 아이 28명

남인순 의원 "국가 차원 진상조사해야"

올해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었지만 아동학대 방지 인프라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내년도 아동학대 예방 예산은 266억원 수준이다. 이 중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증설과 관련한 예산은 0원이다. 남 의원은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은 60개소에 불과하다. 아동인권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이 최소한 100개소는 돼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내년 정부예산계획상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증설계획은 전무하다"면서 "아동복지법 상에도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을 시·군·구에 1개소 이상 두도록 의무화한 만큼 정부는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확충을 위한 중장기계획을 수립해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학대 받은 아동을 발견한 경우 신속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곳으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정부도 2014년 아동학대 종합대책을 발표할 때 2019년까지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을 100개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올 3월 다시 발표한 아동학대 종합대책에선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증설 계획을 아예 빼는 등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남 의원측은 "세종시, 충북, 대전, 강원, 인천, 경북 등 6곳은 정부가 2017년에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 증설 예산을 지원할 경우 지방비를 반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도 정부는 증설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아동학대 근절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지만 말만 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올해 학대로 사망한 아동의 숫자가 28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남 의원이 공개한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망자는 2014년 14명, 2015년 16명 등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이다가 올해 들어 10월까지 28명으로 집계돼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는 장기결석생 전수 조사, 아동학대 신고 급증 등의 영향으로 수면 아래 숨겨져 있던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드러난 탓으로 분석된다.

남 의원은 "선진국에서는 잔혹한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대해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진상조사활동을 펼치고, 아동학대를 에방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제도개선을 한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대해 국가차원의 진상조사를 한 적이 없는데 이제부터라도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현실에 입각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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