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선도하는 전자상거래의 미래

2017-05-11 11:15:57 게재

보스턴컨설팅그룹

중국의 전자상거래는 전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 활발하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는 2016년 전자상거래를 통해 7500억달러(852조원)를 썼다. 미국과 영국의 동일 부문을 합한 것보다 크다.

세계적 컨설팅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최근 발표한 전자상거래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디지털시장과 기술플랫폼, 온라인 상거래 행태 등이 서구의 그것과 비교해 매우 다른 진화과정을 보이고 있다. BCG는 "이런 차이는 쇼핑의 미래를 엿보는 단초를 제공할 뿐 아니라 전 세계 기업들에게 소중한 교훈을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모바일 혁명

1990년대 아마존을 필두로 한 전자상거래 업체가 미국 소매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기존 쇼핑관행에 익숙했던 오프라인 도소매상과 소비자들은 큰 혼란과 갈등을 겪었다. 반면 중국 내 오프라인 소매부문은 저개발 상태였다. 중국의 디지털 혁명은 소비자들의 가처분소득, 소비지출의 성장과 함께 맞물려 돌아갔다. 그 결과 중국의 경우 오프라인보다 전자상거래가 업계표준이 됐다. 개발속도로 보면 중국이 서구 대부분의 나라를 선도하는 형국이다(상단표 참조).


뿐만 아니라 중국은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모바일커머스에서도 선도적 위치다(중간표 참조). 중국 내 많은 소비자가 PC 시대를 아예 건너뛰어 스마트폰 시대로 직행했기 때문이다. 대화면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삼성이 서구시장에서와 달리 중국에서 힘을 발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관련업체 추산에 따르면 중국 전자상거래 가운데 모바일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오는 2020년 74%에 달할 전망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46%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성장속도는 둔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관련업계는 향후 5년 동안 매년 20%씩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과 영국보다 2배 빠른 속도다. 중국의 성장요인은 개인의 씀씀이가 커지는 것뿐 아니라 그간 전자상거래를 접하지 못했던 중소도시와 교외, 벽지 등의 수억명 소비자가 속속 전자상거래 시장에 합류하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에 포함되는 제품군이 다양하다는 점도 눈길이 쏠린다. 중국 소비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유기농식품은 물론 고급자동차까지 구매한다. 향후 5년 동안 중국 전자상거래 취급 제품군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 예상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책과 의류를 중심으로 한 5개 제품군이 전체 전자상거래의 4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중국의 경우 과자에서 금융상품까지 15개 상품군이 4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중국 전자상거래의 경쟁력

중국의 독특한 전자상거래 역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진화된 시장을 만들었다. 꼼꼼한 소비자와 방대한 규모의 거래량, 빠른 혁신속도, 소셜미디어와 멀티미디어의 유기적 결합 등의 특징을 가진 중국 전자상거래는 쇼핑의 미래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특징이 서구의 그것과 다른 점은 여러가지다. 첫째 소비자들의 소비욕구가 매우 크고 쇼핑에 들이는 시간이 많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쇼핑은 거래 이상의 그 무엇이다. 엔터테인먼트이자 발견이며 사회적 참여로 표현할 수 있다. 평균적으로 중국 소비자는 하루 30분씩 최대 전자상거래 장터인 알리바바의 타오바오에 접속한다. 미국 소비자가 최대 장터인 아마존에 접속하는 시간의 3배다. 또 각 업체 브랜드에 빠삭하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중국 10대들은 평균 20개의 화장품 브랜드를 꿰고 있다고 한다. 반면 미국의 10대들은 평균 14개의 화장품을 알고 있다. 또 중국 젊은이들은 또 소비친화적이다. 관련업체 조사에 따르면 중국 젊은이들 42%는 무언가 더 사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답한 반면, 미국과 영국 젊은이들은 36%만이 그같이 답했다.

둘째 중국 브랜드 간 치열한 경쟁이 혁신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화장품이나 유제품, 과자류 등 부문에서 시장 선도기업이 수시로 바뀐다.

셋째 통합플랫폼을 제공해 '쇼핑이 즐겁고 손쉬운 활동'이라는 인식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중국에서 뉴스사이트와 게임, 비디오, 전자상거래는 주요 온라인허브에서 유기적으로 통합돼 있다. 클릭만으로 제품을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다(하단표 참조).


다른 나라와 달리 중국 소비자는 쇼핑을 하기 위해 각 기업 홈페이지를 찾아가지 않는다. 대신 온라인장터인 타오바오나 엔터테인먼트 어플리케이션 '아이치이', 최대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위챗' 등에서 물건을 구매한다.

중국의 5대 어플리케이션인 타오바오와 위챗은 소비자가 모든 활동을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순수 전자상거래 사이트였던 타오바오는 현재 소셜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모두 제공한다.

소셜플랫폼이었던 위챗은 전자상거래 장터로 발전했다. 이같은 '수퍼어플리케이션' 1곳에서 이용자들은 돈을 송금하고, 음식을 주문하고, 택시를 부르고, 병원진료를 예약하고, 공과금을 내고, 영화티켓을 끊는다. 반면 미국과 영국의 소비자들은 각 활동에 각기 다른 어플리케이션이나 사이트를 이용해야 한다.

중·미를 대표하는 두 거인, 알리바바와 아마존

외관상 아마존과 알리바바는 거의 같아 보인다. 두 기업 모두 온라인장터를 제공하는 선도기업이며 끊임없이 새로운 영역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사업모델은 확연히 다르다. 아마존은 온라인 소매업에 전문성을 가진 전형적 기업이다. 자체적인 물류창고를 운영하고 소비자들의 개별 성향에 철저히 맞춘다. 대부분 이용자들은 특정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아마존에 들른다. 아마존이 취급하는 물건 종류는 사실상 제한이 없으며, 검색 엔진 역시 탁월하다. 물건값이 싸고 이용자후기가 꼼꼼하며 제품추천이 전문화됐다. 결제가 쉽고 배송이 빠르며 충성도 높은 고객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마존은 몇년 전부터 사업과 서비스 모델을 다각화해 킨들전자책 서비스나 비디오스트리밍, TV쇼와 영화, 음식배달도 자체 운영한다.

반면 알리바바는 물류창고를 운영하거나 상품을 자체적으로 사서 소비자에게 팔지 않는다. 도매상과 소매상에게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시켜주는 가상쇼핑몰이기 때문이다. 알리바바 사업모델에서 각 기업은 소비자와 자체적인 관계를 맺는다. 대신 알리바바는 각 기업이 전자상거래의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각 기업은 알리바바가 제공하는 게임이나 뉴스, 비디오, 토크쇼, 연예인 이벤트, 온라인커뮤니티 등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이런 서비스를 즐기는 동시에 새로운 트렌드와 제품을 자연스레 접한다. 이같은 과정을 뒷받침하는 건 알리바바의 기술력이다. 타오바오나 T몰 등 전자상거래 장터에 디지털마케팅과 결제시스템, 물류서비스, 소셜미디어, 엔터테인먼트와 뉴스 사이트를 유기적으로 결합시키고 있다.

유니레버 차이나의 사례를 보면 알리바바의 힘을 알 수 있다. 유니레버는 비누와 샴푸를 판매하기 위해 알리바바의 실시간 게임쇼 비디오를 활용했고, 고객이 사이트에 접속하면 알리바바가 구동하는 맞춤형 쇼핑페이지를 제공했다. 그 결과 유니레버 사이트를 방문한 쇼핑객들의 체류시간은 알리바바 결합 이전에 비해 평균 26% 늘었다.

고객자료 분석은 아마존과 알리바바 모두의 핵심 경쟁력이다. 하지만 활용방법이 서로 다르다. 아마존은 제품의 질을 높이고, 소비자의 구매패턴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료를 분석한다. 또 자사와 거래하는 도소매상들에게도 고객정보를 제공해 상품등록과 가격산정, 재고관리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도소매업체와 더 광범위한 고객정보를 공유한다. 도소매업체의 투자수익률(ROI)을 높여야 이들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판매를 중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도매업체에게 높은 수익을 안겨주는 고객들이 퇴근 후에 방문하는 사이트가 어디인지, 따라서 이들을 상대로 어떠한 마케팅을 써야 매출을 더 올릴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세밀한 분석정보를 해당 기업과 공유하는 방식이다.

알리바바가 그같이 세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힘은 광범위한 온라인 생태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알리바바가 제공하는 각종 사이트에서 활동하면서 쇼핑습관이나 디지털미디어 소비행태, 배송경로, 지불 및 신용정보, 검색성향, 소셜네트워크 내에서의 친분관계 등 다양한 정보를 남긴다. 알리바바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소비자는 한달 기준 최대 5억명이다. 알리바바는 5억명의 소비자 정보를 기반으로 8000여개의 각기 다른 소비행태요소를 추출해냈다. 알리바바와 거래하는 도소매업체들은 매우 정교한 고급정보를 바탕으로 목표고객에 접근하거나 집중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알리바바는 개별 소비자의 성향 정보를 바탕으로 이들에게 유용한 새로운 제품이나 판촉활동, 알짜정보 등을 제공한다. 정보의 적시성, 유용성이 크기 때문에 소비자가 제품구매까지 이르는 비율이 월등히 높다. 미국과 유럽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중 알리바바처럼 높은 수준의 분석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업체는 거의 없다는 평가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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