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4대강 수문 개방'에 서울시 발걸음 분주
박근혜정부 외면한 신곡보 철거에 힘 실릴듯
시민사회 반대하는 한강개발도 재검토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4대강 보를 상시 개방하고 재조사할 것을 지시하면서 한강을 끼고 있는 서울시도 분주해질 전망이다.
한강 자연성 회복을 위해 추진한 신곡수중보 철거는 박근혜정부에서 외면한데다 국토교통부에 등떠밀린 한강개발사업은 제2의 한강르네상스라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서울시 역시 새정부와 보조를 맞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지역 시민사회는 23일부터 매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다.
23일 12시 정의당 서울시당을 필두로 노동당 서울시당, 서울시민연대, 환경운동연합이 다음 주자를 맡기로 했다. 시민사회 요구는 우선 신곡수중보 철거. 내년이면 건설 30년이 되는 신곡보는 한강의 자연적 흐름을 막아 녹조를 발생시키고 하구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주 원인으로 꼽힌다.
2015년 한강 녹조가 최악을 기록했을 때 시민사회는 현장 조사결과를 토대로 신곡보 전면 개방을 요구했다. 강동대교부터 신곡수중보에 이르는 구간을 살핀 결과 신곡보로 막혀있는 하류구간에서 녹조가 처음 발생했고 한강 나머지 구간에서는 물 흐름이 정체됐거나 원활하지 않은 곳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었다. 서울시를 비롯해 경기 고양시와 김포시까지 한강 하류 지자체 역시 전면 개방에 찬성표를 던졌다.
대한하천학회에 따르면 신곡보를 철거할 경우 한강에 여의도 면적 절반이 넘는 모래톱이 생겨 예전 광나루 등에서 즐겼던 '강수욕'이 가능해진다. 오염원 저감대책이나 처리시설을 추가로 확대하지 않아도 생화학적 산소요구량이 최대 4.2%까지 낮아지는 수질개선 효과와 함께 준설에 필요한 비용 절감, 보 구조물로 인한 수위 차와 유속 감소로 안전사고 감소가 기대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새정부는 당장 다음달 낙동강 강정고령보 달성보 창녕합천보 함안창녕보와 금강 공주보, 영산강 죽산보까지 6개 보 수문을 개방한다. 한강 이포보 등 나머지 10개 보는 생태계 등을 살핀 뒤 단계별로 대응방침을 정한다. 서울시는 일단 중앙정부가 16개 보에 더해 신곡보까지 생태환경영향을 평가, 철거를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철거방안을 찾아왔던 박원순 시장 의지가 특히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상보육 예산을 둘러싼 중앙정부-지자체 갈등이 팽배하던 2014년 말 박 시장이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와 면담, 정부 예산지원에 대한 맞대응 형태로 재추진된 한강협력개발사업은 조금 결이 다르다.
시는 지난 2월 공공·민간 선박이 입출항하는 여의나루 통합선착장을 비롯해 한강변 먹거리와 볼거리 즐길거리를 연계한 문화집객시설 여의정, 윤중로변 문화·상업거리 여의마루, 복합문화시설 아리문화센터까지 4대 핵심사업을 확정했다. 공식 자문기구인 한강시민위원회 역시 자연성 회복과 거리가 멀고 개발사업에만 치중돼있다는 우려를 제기, 당초 계획했던 수변 호텔 등 규모만 축소됐다.
시민사회는 사업 내용이 2013년 수립한 '2030 한강 자연성 회복 기본계획'과 배치되는데다 오세훈 전 시장이 추진하던 한강르네상스와 판박이라며 반대해왔다. 환경연합과 정의당 서울시당은 "무분별한 토목사업이 주를 이뤘던 오세훈 서울시에 대한 반성으로 한강 재자연화를 추진한다고 했던 박원순 서울시의 초심뿐 아니라 문재인정부 강 정책과도 정면 배치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부에 등 떠밀려 추진해왔던 사업을 정리할 절호의 기회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협력사업 추진 부서가 재편되고 관련 예산 50% 투입이 불투명해졌다.
이세걸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중앙정부는 조직구조가 바뀌는 만큼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라며 "박원순 시장이 강한 의지를 보이는 신곡보 철거가 현실화되면 한강개발사업은 물론 환경성 회복 계획도 다시 손봐야 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바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이 귀국하는 즉시 새정부와 발맞춰 한강 관련 사업을 다시 검토할 예정이다. 시 고위관계자는 "원점 재검토 여부는 결정된 바 없지만 문재인정부와 서울시는 한 몸"이라며 "당연히 새정부와 보조를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