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세제개편 쟁점│③ 내년 1월부터 종교인 과세
50년 논란 종교인 과세, 또 물거품되나?
보수성향 개신교 중심 반대 … 표 의식한 정치권 '동조' 움직임
정부가 2일 발표할 세제개편안의 또 다른 논란거리는 종교인 과세 여부다. 종교인 과세는 현행법대로라면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50년 우여곡절 끝에 종교인 과세를 담은 세법 개정안이 지난 2015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당시 국회가 개정안에 '2년 유예'라는 단서조항을 붙여 시행을 2018년으로 미뤘다. 이듬해 20대 총선이 예정돼 있어 보수 개신교계의 눈치를 봤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시행 5개월을 앞두고 다시 '유예 논란'이 일고 있다. 종교계 일각의 주장에 일부 정치권이 동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종교계도 양분 양상을 보인다.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한 보수성향 개신교는 '2년 추가 유예'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진보성향의 5대 종단은 여기에 반대하고 있다. 종교인 비중을 보면 5대종단이 훨씬 많다. 문제는 대형교회 중심의 보수성향 개신교가 정치적 색채가 짙고 '조직동원'에 능하다는 점이다. 당장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에겐 이들이 훨씬 매력적일 수 있다.
◆OECD 중 종교인 비과세, 유일한 나라 = 대한민국 헌법 제3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948년 7월 17일 제헌 이후 한 번도 이 헌법조항을 지킨 적이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종교인 소득에 전면 비과세를 하는 국가는 우리가 유일하다. 세제전문가들 사이에는 "과장해 말하면 역대 대통령은 모두 탄핵감"이란 우스개소리가 있을 정도다.
종교인 과세 논란의 50년 뿌리는 1968년까지 거슬러 간다. 당시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은 성직자들에게도 근로소득세를 걷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종교계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이후 2006년 한 시민단체가 '종교인 탈세를 묵인한다'며 이주성 당시 국세청장을 고발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하지만 종교계의 압박을 받은 정치권의 '직무유기'로 없던 일이 됐다. 이명박 정권 말기인 2012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종교인 과세를 주장하며 공론화를 시도했다. 당시 이명박정부가 법인세를 인하하면서 야당에서 부자증세론을 제기하자, '맞불' 차원에서 '국민 개세주의(皆稅主義)'를 주장하며 종교인 과세를 내세운 것이다. 그러나 결국 청와대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매년 종교인 과세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이후 종교계 내에서도 자성이 일면서 2015년 12월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마저 선거를 의식해 '2년 유예'란 딱지를 붙였다.
◆조직표 의식한 정치인들 = 국회가 종교인 과세에 머뭇거리는 이유는 '표' 때문이다. 종교계 반대 여부는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도 정치인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지난 5월 28일 기자들과 만나 "전혀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종교인 과세를 내년부터 시행하면) 불 보듯이 각종 갈등과 마찰이 일어날 것"이라며 과세를 2020년으로 2년 늦추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수원중앙침례교회 장로로 민주당에서 기독신우회 회장을 맡는 등 정치권 내 대표적인 개신교 신자로 꼽힌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과세 유예는) 김진표 위원장의 이야기이고, 우리는 더 살펴보고 조율이 필요한 문제라고 본다"며 어중간한 입장을 밝혔다.
◆실제 과세대상 5만명 이하 = 종교인들에게 과세를 하더라도 실제 세부담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일부 개신교의 반대는 '지나친 엄살'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종교인 과세 대상 인원이 20만명에 달하지만, 다수가 소득이 면세점 이하 수준이다. 법 개정 당시 예상한 종교인 과세로 인한 세수효과는 100억원 수준이며, 실제 과세대상은 4만6000명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했다.
더구나 이미 많은 종교인들은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 천주교는 1994년 주교회의의 소득세 납부 결정으로 각 교구마다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있다. 대한성공회와 한국기독교장로회도 2012년과 2015년 각각 성직자 납세를 결의했다. 대형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 등 일부 교회 목회자들도 세금을 내고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역시 종교인 납세에 찬성 입장이다.
개신교 일각에서도 자성이 일고 있다. 최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개신교계 연대단체인 '교회재정건강성운동'는 '납세의 의무는 종교인도 예외일 수 없다'며 종교인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일부 대형교회의 '조직표'가 또 다시 헌법정신과 조세형평성 원칙을 무너뜨릴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문재인정부 세제개편 쟁점' 연재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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