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복원사업, 새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①

부처별로 제각각 서식지 관리, 한계 봉착

2017-08-21 11:05:31 게재

개체수 증식에서 유전다양성 확대로 … "기후변화로 인한 '일시적 멸종' 대비해야"

최근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발견된 반달가슴곰 KM-53을 계기로 멸종위기종복원사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환경부와 산림청 등 부처별로 제각각 나눠진 서식지 관리 정책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다.

지리산에 살고 있는 반달가슴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또한 멸종위기종복원사업이 시작된 지 10여년이 지난만큼 단순히 개체 수 증식뿐만 아니라 유전다양성 확대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인간편의적인 관리정책, 통합관리 시급" = 3년생 반달가슴곰 KM-53은 지난 6월 14일 원래 살던 지리산에서 80km 정도 떨어진 김천 수도산에서 발견돼 포획 당했다. 이후 7월 6일 지리산에 재방사했으나 또다시 수도산으로 이동해 지난달 25일 재포획 됐다.

박영철 강원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는 "반달가슴곰 등 야생생물은 국립공원 지역이라고 머물고, 산림청 지역이나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지역이라고 해서 머물지 않고 그러지 않는다"며 "환경부 산림청 지방자치단체 등 인간 편의적으로 나눠진 여러 서식지 관리 정책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통합적인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실행위원장 역시 "국립공원을 벗어난 지역에서도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이 반달가슴곰 등 종복원사업에 좀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환경부가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포획된 지리산 반달가슴곰. 사진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04년부터 지리산에서 반달가슴곰 종복원 사업을 시작했다. 2020년까지 최소존속개체군인 50개체군이 살도록 하는 것이 사업 목표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리산에 사는 반달가슴곰은 47마리로 목표치에 근접했다.

전문가들이 이제는 서식지 관리 쪽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해야 한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정 지역에 서식 개체수가 늘어나면 자연히 KM-53처럼 국립공원 지역을 벗어나게 된다. 이때 산림청이 관리하는 국유림과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지역 등과의 연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체계적인 서식지 관리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한 예로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의 경우 국립공원관리공단법에 따라 국립공원 지역 내에서의 서식지 관리만 가능하다.

노희경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그동안 서식지 관리가 용이한 지역 중심으로 종복원사업이 이뤄져 온 것이 사실"이라며 "예상보다 빨리 KM-53과 같은 일이 벌어졌는데, 서식지 확대 필요성이 대두된만큼 산림청 등과 협의체를 운영하는 식으로 유기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전다양성 정도에 따라 생존가능성 차이나"= 서식지 확대는 기후변화로 인한 멸종위기에 대비하는 측면도 크다. 지금처럼 지리산 지역에만 국한돼 반달가슴곰이 살게 되면, 기후변화로 인한 예상치 못한 질병이 창궐했을 때 '일시적으로 멸종'되는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박영철 교수는 "이러한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역에 '메타 집단'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며 "지리산뿐만 아니라 덕유산이나 설악산 등지의 특정 고립된 지역에서 또 다른 개체들이 살도록 하고, 생태축 등을 통해 고립된 지역들이 일정 부분 연결되는 식으로 서식지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만약 지리산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 다른 지역과의 연결축을 일시적으로 단절, 해당 상황이 끝난 뒤에 덕유산이나 설악산에 살아남은 개체들이 이동해 오도록 하는 식으로 멸종 위기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이 종전에는 증식과 방사, 적응 등 개체군 증가에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유전다양성 증가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며 "유전다양성이 얼마나 풍부하냐에 따라 해당 종의 100년 동안 생존가능성에 큰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종복원사업의 경우 우리나라 고유종과 우수리종 등이 혼합된 형태도 진행됐다. 때문에 우선 유전다양성이 어느 정도인지 분석부터 해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희경 생물다양성과장은 "러시아 개체를 투입하는 등 외부 신규 개체를 도입해 유전다양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유전다양성을 높이기 전에 반드시 전제 돼야 할 점이 있다. 한국의 고유성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유전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전혀 다른 종이 섞이면 고유종이 희석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멸종위기종 복원사업, 새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연재기사]
① 부처별로 제각각 서식지 관리, 한계 봉착 2017-08-21
② 종복원 첫 단추는 지역주민 수용성 2017-08-23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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