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폭스바겐 '물귀신 작전'에 검찰 일침

2017-08-24 00:00:01 게재

폭스바겐 "다른 업체도 문제, 왜 우리만"

검찰 "닛산, 벤츠, 국내차도 수사중"

'해외도피' 타머 전 사장 범죄인인도 검토

'배출가스 조작' 혐의 등으로 기소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AVK)가 법정에서 다른 업체는 문제 삼지 않고 자신들만 기소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가 검찰로부터 면박 당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1부(나상용 부장판사) 심리로 23일 열린 AVK의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재판에서 변호인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검찰은 다른 브랜드도 수사중이라고 변호인측 주장을 일축했다.

AVK측 변호인은 "다른 업체보다 AVK 차량은 (배출가스가) 양호하다"며 "검찰 공소사실이 혼란스러워 쟁점 정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업체도 문제인데 자사만 기소를 한 것은 부당하다는 점을 호소하면서 다른 업체까지 물고 가는 '물귀신 작전'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검찰은 폭스바겐 외에 닛산과 벤츠, 국내차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검찰은 또 "변호인은 다른 회사 이야기를 하는데 이 사건은 환경부 고발에 의해 기소, 수사한 것"이라며 "취지는 이해되지만 심리는 폭스바겐 중심으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폭스바겐 모르쇠에 전문가 고함 = 이날 재판에서 나온 증언을 종합하면 환경부는 2010년부터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을 의심했지만 폭스바겐은 이를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은 2015년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정부 등이 밝혀냈다. 미국은 폭스바겐이 자동차의 뇌라고 할 수 있는 전자제어장치(ECU)를 통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정부 인증때는 성능이 떨어지더라도 유해물질 배출을 낮추고 연비를 높였다. 하지만 실제 도로를 주행하면 ECU는 주행성능을 높이기 위해 유해물질을 배출량을 늘렸다.

환경부는 2010년부터 이를 의심했으나 전문성·장비 부족, 폭스바겐의 비협조 등을 이유로 대기환경이 악화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이날 재판에는 환경부 산하 교통환경연구소 A연구원이 증인으로 출석해 "2010년 결함확인 결과 폭스바겐 '골프'는 같은 조건에서 온도만 달라져도 질소산화물(NOx)의 배출이 두세배씩 차이가 났다"며 "다른 변화요인을 의심했다"고 말했다.

당시 환경부와 교통환경연구소는 국내에 판매중인 주요 차량을 대상으로 결함을 확인했고 국내 제조사 5개사와 수입차 1개사(폭스바겐)가 판매중인 일부 차량에서 문제를 확인했다. 환경부는 2011년 말까지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자문회의를 열어 업체들의 소명을 듣고 개선책을 요구했다.

폭스바겐은 자신들에게 해당되는 회의에 모두 참석했지만 환경부와 국내 전문가들의 진상규명 요구에 끝까지 응하지 않았다. EGR 등 경유차량에 대한 기술을 설명했지만 정작 환경부가 요구한 조작 가능성 답은 피했다. 폭스바겐의 모르쇠에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은 회의장에서 고함을 치거나 언성을 높였다. 폭스바겐의 비협조가 예상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는 것을 짐작케 한 대목이다.

하지만 자문회의가 진행된 2011년은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는 시점이라 관련 규정 미비 등을 이유로 환경부는 폭스바겐 협조를 강제하지 못했다. 마지막 자문회의가 끝나고 폭스바겐은 시늉만 하던 자료 제출도 하지 않았다.

"환경부 추가개선 요구시 빠져" 반박 = 경유 승용차에는 유해물질 배출을 줄이는 다양한 장치가 장착돼야 한다. 하지만 당시 폭스바겐코리아가 판매한 '골프 TDI'에는 배출가스재순환장치인 EGR만 장착돼 있었다. A씨는 "EGR만 장착하고 친환경이라고 한다면 모순"이라며 "EGR이 제대로 작동 못하면 매연저감 후처리장치(DTF)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AVK도 물러서지 않았다. 변호인측은 증인 A씨가 발표한 논문 등을 제시하면서 경유승용차에서 발생하는 비슷한 문제점이고, 현대·기아차 등 국내 업체에 비해 오염 정도가 약한데 반해 폭스바겐에 대한 기소가 부당하다는 논리로 신문을 이어갔다.

변호인은 "폭스바겐 '골프' 배출가스는 최고 2.4배까지 차이 나지만 '투싼' '스포티지' '쏘나타' 등은 7배까지 차이가 났다"며 "당시 문제가 된 수입차 업체 중에는 폭스바겐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심각한 업체에는 환경부가 추가 개선 요구를 했지만 폭스바겐, 쌍용차는 여기에서도 빠졌다"고 말했다.

한편 표시광고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트레버 힐(독일 국적) 폭스바겐코리아 전 사장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재판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변호인측은 "피고는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일을 하고 있으며 며칠 전 독일 자택에 송달된 서류를 받았다고 연락 받았다"며 "한국 재판에 충실이 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다만 요하네스 타머 사장측은 재판 출석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에게 재판 출석을 설득중"이라면서 "응하지 않을 경우 영장을 발부받은 뒤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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