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거센 4차산업혁명 파고 예고

2017-12-04 11:22:03 게재

신임 행장들, 너도나도 "디지털 혁신" … 손태승 "지점 축소, 인력조정 불가피"

금융노사 공동TF 가동키로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듯

2018년 은행권에 디지털 혁신을 기반으로 거센 4차산업혁명의 후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주요 시중은행의 신임 행장들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앞다퉈 내년 사업계획에 반영할 태세인 데다, 지점 축소 필요성도 공개적으로 언급해 노조와의 갈등도 예상된다.
하영구 전 은행연합회장(사진 오른쪽)과 허권 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제3차 산별교섭회의를 개최해 2017년도 임금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은행연합회 제공


최근 4대 시중은행 가운데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행장이 교체됐다. 은행연합회장도 새로 취임했다. 이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는 '은행의 디지털화'이다. 지난달 20일 취임한 KB국민은행 허 인 행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전통적인 금융업은 디지털로 대변되는 고객과 은행이 만나는 형태의 변화, 경험의 변화에 직면해 있다"며 "지점 단위로 움직이던 단위를 PG(Partnership Group)단위로 유연하고 인력의 효율성을 가질 수 있는 조직으로 운영해 디지털 충격을 감소시키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손태승 행장 후보자도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경영 부문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보완할 부분은 적극 보완해서 디지털 선도 은행이 되겠다"면서 "지방에 있는 어떤 지점은 번호표가 하루에 600개 뽑히는데, 강남의 지점에 가보면 하루에 50명이 오기도 한다. 내년에는 대면과 비대면 전반에 걸친 새로운 채널 전략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도 2일 취임사에서 "4차 산업혁명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은행산업의 디지털 혁신을 주도해 가겠다"면서 "은행권이 공동으로 구축 중인 블록체인과 빅데이터와 같은 핀테크 기술을 능동적으로 활용해 금융서비스의 개발 및 제공 등 은행산업의 전반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하겠다"고 했다.

은행권의 디지털화는 필연적으로 기존 인력의 축소 또는 재조정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은행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은행업무의 대부분이 PC나 스마트폰을 통해서 이뤄진다. 시중은행들은 앞다퉈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로봇을 지점에 배치하고 있다.

우리은행 손 행장 후보자는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점포는 계속 줄일 것이다. 이에 따라서 인원도 불필요한 부분이 생기면 일정부분 감축을 해야 겠다"면서 인력감축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할 정도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잠잠했던 일부 은행의 인력조정도 다시 시작됐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명예퇴직 대상자를 상대로 신청을 받았다. 신청 대상은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 전원과 10년 이상 농협은행에 근무한 40세 이상의 직원으로 알려졌다. 이 은행은 지난해의 경우 400여명의 직원이 명예퇴직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노조는 초긴장 상태다. 4차산업혁명의 파고가 은행원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은행권 노조는 이미 이에 대한 대비를 내부적으로 시작한 가운데 은행측을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산업노조 '4차산업혁명 TF' 팀장인 성낙조 수석부위원장은 "예상보다 디지털 혁신을 중심으로 한 4차산업혁명의 파고가 빠르게 은행권을 위협할 것"이라며 "금융권 노사가 이미 합의한 TF를 조만간 구성해 운영하고, 이 과정에서 은행원들의 일자리를 어떻게 지켜낼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 노사는 지난달 29일 임금협약을 체결하면서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노사 공동 TF'를 구성해 △임금체계 개선 △산별교섭 효율화 △과당경쟁 방지 △4차산업혁명 대비 고용안정 방안 등 금융권의 당면한 과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금융노조와 금융사용자협의회는 이르면 이달 중 노사공동TF를 구성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논의를 할 예정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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