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서울 자치구 공공임대주택

2018-01-15 10:40:00 게재

노인·청년에서 상인·예술·체육인까지 확대

주민이 이웃·마을 돌보는 공동체로 발돋움

서울 성동구는 지난 5일 마장동 행복마을 4개동 58세대에 입주할 주민을 모집하는 공고를 냈다. 홀몸노인 다문화가정과 함께 성수동에서 수제화를 만드는 장인, 전통시장 상인, 사회적경제기업 일꾼까지 대상은 다양하다.

서울 금천구 보린주택은 홀몸노인을 고려한 설계를 갖춘 첫 공공임대 원룸이다. 지난 2015년 보린주택 1호 입주식에서 차성수 구청장 등 지역 인사들과 입주 노인들이 입주를 자축하고 있다. 사진 금천구 제공


이웃 성북구 하월곡동에서는 12개 동 140가구가 입주할 공공주택 '창조인빌' 준비가 한창이다. 홍릉밸리 창조문화단지 연구원·교수와 벤처창업자, 문화예술인과 체육인은 물론 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을 만들어내는 주민 등이 입주한다.

서울 자치구 공공임대주택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임대주택에 홀몸노인이나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을 위한 맞춤형 공간을 추가했다. 다양한 계층이 어우러져 서로를 돌보고 새로운 마을 동력을 만들어내는 공동체 육성을 목표로 하기도 한다.

금천구는 지하나 반지하 옥탑에 주로 사는 홀몸노인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도시형 생활주택을 맞춤형 설계로 전환했다. 주택 안팎 구성을 홀몸노인에 맞게 꾸미고 부설 주차장을 개방형으로 전환해 부족한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입주 주민들 관리비를 줄이는 방식을 택했다. 임대주택 관리는 지역자활센터가 맡아 일상 관리와 관리비 정산을 책임지는 동시에 반찬배달이나 간병 등 노인층에 필요한 지원을 연계하기도 한다. 가산동에는 청년근로자 창업공간인 G밸리하우스를 공급, 입주한 청년 근로자·예술인과 함께 인근 청년 1인가구를 지원하는 마을관리소 역할을 맡겼다. 청년과 홀몸노인 여성 예술인 신혼부부 등 다양한 연령대·계층이 어우러지는 사회통합형 공공원룸도 추진 중이다.

성북구는 청년창업과 공공임대를 결합한 '도전숙'을 가장 먼저 선보였다. 1인 창조기업인과 창업준비생에 저렴한 비용으로 사무공간과 주거공간을 동시에 제공, 청년들이 정보를 공유하며 주거·창업 융복합공간을 만들어가도록 한 것. 네번째 도전숙부터는 부부형도 마련했는가 하면 거주와 업무 공용공간이 구분된 다가구형으로 건축구조를 개선해가고 있다. 특히 홍릉밸리 창조문화단지와 연계한 창조인빌에는 작은도서관 체육시설 청소년공부방 등 인근 주민을 위한 공간도 배치, 다양한 전문인 유입과 함께 마을공동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선순환을 노린다.

동작구와 도봉구도 공공임대를 기존 최저소득계층 중심에서 다양한 계층을 아우르는 보편적 주거복지로 전환해가고 있다. 도봉구는 만화 '아기공룡 둘리'의 고향 쌍문동에 '만화인 마을'을 조성했다. 만화예술 분야 종사자를 위한 맞춤형 공공주택으로 주거공간과 함께 공동작업·회의 공간을 갖추고 있어 창작소 역할을 겸하게 된다. 인근에는 총 10세대가 사는 '문화예술인 마을'도 조성돼있다. 구는 입주자들과 협업해 지역을 만화도시 문화도시로 바꿔간다는 구상이다.

동작구는 일반가구 대비 1인가구 비율이 높고 특히 35세 미만 청년가구가 서울시 평균보다 5.9% 높은 지역 특성에 맞춰 청년 임대주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입주를 마친 상도동 청년공유주택이 대표적이다. LH 매입임대주택을 수선해 대학생과 공시생 청년근로자 등이 가족처럼 생활할 수 있는 공유주택으로 꾸몄다. 주택자금 마련이 제한적인 신혼부부와 결혼 전 1인가구, 다자녀 한부모 등 공공임대 대상을 확대하는 동시에 경로당 등 낡은 공공시설을 활용해 세대융합형 공공임대도 구상 중이다.

노원구와 서대문구는 사회통합형 주택에서 한걸음 나가 공동주택에서 협동조합 실험을 한다. 입주자가 주택협동조합을 결성하고 주택을 유지·관리하는 서대문구 이와일가(두지붕한가족), 입주자 전체가 협동조합 일원으로 공동육아 텃밭 등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는 노원구 EZ하우스(재생에너지 실증단지)다. 서대문구는 독립·민주유공자와 유가족을 위한 공동주택 '나라사랑채'도 운영 중이다. 이밖에 성동구 마장동 축산물시장 인근에 자리한 행복마을은 일터 인근에 삶터를 결합한 경우. 전통시장과 성수동 수제화, 사회적경제기업 종사자가 주변 시세 40% 수준에 살게 된다. 정원오 구청장은 "공공에서 주도하는 일방적인 임대주택이 아니라 노인 청년 자영업자 등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고 수요자에 맞춘 통합형 주택"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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