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수도권은 호흡공동체"
미세먼지대책 '맏형노릇' 자처
야권·경쟁자 공세 차단효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미세먼지 대책을 두고 갈등을 빚던 수도권 지자체들에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앞서 박 시장은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서울시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비판한 데 대해 "정치공세"라며 일축했었다. 공조 선언을 통해 야권은 물론 여당 내 경쟁자들의 공세 차단 효과도 기대된다.
박 시장은 19일 새벽 1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작년 봄 미세먼지 대토론회 직후 경기, 인천 등 수도권 도시 및 대중교통 운송기관과 10차례 넘게 회의를 진행해왔지만 뜻을 모으기 어려웠다"면서 "하지만 서울시는 수도권의 맏형으로서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서울 공기, 경기도 공기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수도권은 호흡공동체"라며 "침묵의 살인자인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이 '맏형론'을 들고 나오면서 공조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은 여론을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미세먼지 논란이 지자체 간 갈등은 물론 정쟁 소재로 번지자 부정적 여론이 높아졌다. 미세먼지 대책이 시급한데 해결에 나서야할 정치권과 단체장들이 공치사만 일삼으며 다툼에 여념이 없다는 것이었다.
미세먼지 문제 특성상 서울시 혼자 힘으로 해결이 어렵다는 현실적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기에 앞서 지자체 간 공조 분위기를 조성하고 박 시장 개인적으론 포용력 있는 리더십 구축에 나서려는 의도로 관측된다.
박 시장은 지자체 간 협력과 함께 정부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국무회의에 참석해 서울시, 수도권 광역자치단체가 함께하는 범정부 TF를 만들자고 건의할 것"이라며 "실질적 권한을 가진 중앙정부와 함께 이 재난을 극복해갈 것이다. 가능한 모든 일을 한다는 자세로 미세먼지 재난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는 미세먼지 협의를 위한 공동 논의를 시작했다. 3개 시·도 환경국장은 17일 서울에서 긴급 모임을 갖고 미세먼지 발생 원인과 원인별 대응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가 놓인 처지 때문에 서울시와 경기·인천이 차량 운행 제한에 대한 의견차는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울시 미세먼지 비상조치에는 대중교통 외에도 산업별 오염물질 감축, 에너지 전환 등 다양한 정책이 있다. 회의에 참석한 서울시 관계자는 "당장 결론은 내지 못했지만 여러 논의 대상이 있기 때문에 향후 공동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논의도 시작됐다. 환경부 차관과 서울시·, 인천시 행정부시장, 경기도 행정부지사는 19일 수도권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 협의회를 열어 차량 2부제 등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