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기초의원 4인선거구 확대 '좌초' 위기
정치권 압박에 축소의견, 획정위원 교체
경기도는 3~4인 선거구 지지세 확산 여론
기초의회 선거에서 4인선거구를 확대하려는 서울시의 선거제도 개혁 시도가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기득권 정당들이 철저히 반대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기성 정치권은 4인선거구를 확대해야 한다는 서울시기초의회선거구획정위원회 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정의당에 따르면 민주당은 심상정 의원의 공개서한에 아직까지 답을 하지 않았다. 심 의원은 지난달 25일 추미애 민주당 대표를 향해 "민주당 서울시당이 4인선거구 확대에 반대했다고 한다. 믿기지 않는다"며 "한국당과 이상한 선거연대를 중단하고 추미애 대표가 나서 바로잡아달라"고 공개서한을 보냈다. 심 의원은 왜 민주당에만 초점을 맞추냐는 지적에 "한국당의 4인선거구 반대는 상수다. 촛불 개혁을 선언한 민주당 입장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민주당 서울시당은 서울시획정위에 제출했다는 의견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서울시당은 서울시획정위에 4인선거구 확대를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지속적인 압박에 서울시도 후퇴하고 있다. 지난 1일 기초의회선거구획정안을 확정하기 위해 열린 서울시 획정위가 또다시 연기됐다. 국회의 공직선거법개정이 미뤄지는 탓에 시의원 선거구를 확정할 수 없어 그에 연동된 구의원 선거구도 정할 수 없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지만 사실은 정치권의 강력한 반발이 주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버티다 못한 서울시는 4인선거구를 35개까지 확대하려는 당초 안을 대폭 수정한 검토자료를 획정위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회의에서는 획정위원 일부가 교체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2인의 획정위원 추천권을 갖고 있는 서울시의회는 기존 위원 한명을 일신상 이유를 들어 교체했다. 교체된 시의회 추천위원은 이날 4인선거구 확대를 가장 앞서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공동대표는 "서울시의회 전체 106석 중 민주당이 71석을 차지하고 있다"며 "시의회 추천 인사는 민주당 추천 인사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선거제도 개혁 시도가 후퇴 조짐을 보이고 있는 반면 경기도에선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31일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선거구획정 의견수렴 공청회'에서 경기도의회 윤재우(민주당·의왕2) 의원은 "2인선거구를 유지하면 소수 의견을 들을 통로 자체가 없어진다"며 "3~4인선거구를 도입, 소수 유권자로부터 표를 받은 이들이 의회로 들어와 다양한 의견을 표출하면 이를 정책에 반영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다인선거구를 찬성했다.
서울과 달리 경기도의회 소속 민주당 의원이 4인선거구 찬성을 공개 표명할 수 있었던 데는 유력한 도지사 후보로 거론되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시장은 최근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2인선거구의 폐해를 지적하고 있다. 그는 "공천만 받으면 살인자도 당선되는게 2인선거구"라며 "이렇게 당선된 의원들이 국민에 충성하겠나, 공천을 준 자에게 충성하겠나"라며 3~4인선거구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 획정안이 후퇴조짐을 보이자 소수정당과 시민단체의 4인선거구 확대 주장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정의당 심 의원은 지난 26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서울시 선거구획정안을 잘 실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전국 시민사회단체도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모이지 않았나"라며 "실제 (개헌과) 선거구 개혁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한국당의 가랑이 밑을 기라고 해도 기겠다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중앙 정치권이 서울시당의 4인선거구 반대를 통제하지 못하는 뒤편에 서울시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민주당은 추미애 당대표, 우원식 원내대표,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안규백 서울시당위원장 등이 모두 서울에 적을 둔 의원"이라며 "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앞장서진 못할망정 방해한 것이 알려지면 여론의 뭇매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