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똑똑한 불복종

잘못된 지시를 거부하고 살아남는 법

2018-03-30 10:08:39 게재
아이라 샬레프 지음 / 최수정 옮김 / 안티고네 / 1만5000원

세월호 참사가 단순 사고로 끝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구출될 수 있을 기회가 있었다. 청와대와 정부 해경에서 일하는 수많은 공무원들이 잘못되거나 부당한 조치에 아무런 반론과 저항을 하지 않았다. 그 당시 '불복종'을 실천한 공무원들이 결정라인에, 현장에서 있었다면 최소한 참사의 규모는 줄어들었을 것이다.
이 책의 영감과 제목은 안내견 훈련에서 활용되는 '똑똑한 불복종' 개념에서 나왔다. 자신과 인간을 위험에 빠뜨릴 명령을 받으면 그에 저항해야 한다. '그저 명령만 따르기만 하는' 사람이 아닌 '똑똑한 선택'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예를 들어 보자. 어느 군인이 아부르라이브 교도소에 있을 때 물고문 지시를 받았다. 그는 지시를 내린 장교에게 물고문은 제네바 협약 위반이라고 말했다. 장교는 시키는 대로 하라고 압박했다. 그는 침착하게 말했다. "명령을 따르기에 앞서 문서화가 필요합니다"라고. 그 후 명령은 철회됐다.

어느 간호사가 의사의 투약 지시에 이의를 제기했다. 의사는 지시를 따르라고 말할 뿐 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에 투약준비를 하고 간호사는 의사에게 말했다. 준비가 됐으니 투입은 직접하라고. 의사는 멈칫했고 혹 책임문제에 대해 고민하다가 다른 처방을 지시한다. 물론 환자는 무사히 회복됐다.

사회에 넘쳐나는 잘못된 지시나 부당한 요구로 인해 생긴 비극이나 추문을 우리는 매일 접한다. 상사라는 이름으로 때론 성적 욕망의 탈을 쓰고, 때론 인재에 의한 사고 소식을 접한다.

이 책은 나이와 직종 상관없이 각 개인이 단순히 지시를 따름으로써 빠질 수 있는 함정을 알아차리고, 피할 수 있는 기술을 터득하는데 도움을 준다.

저자는 "똑똑한 불복종은 온갖 위험으로부터 자신과 조직을 구할 것"이라며 "모든 직종과 업계에서는 똑똑한 불복종 요소들을 오리엔테이션과 연수 프로그램에 넣어야 하고 성숙한 권위자는 이를 이해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을 곁에 두는 것이 이롭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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