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7기 단체장 인터뷰 | 이창우 서울 동작구청장

"주민약속 지키려 박 시장에게 편지 썼다"

2018-07-12 10:49:55 게재

낙후된 청사 이전 약속 이행

구청 전 부서, 공약 중심 개편

흑석동에 고교 유치 성사 단계

"민선 지방자치 20년이 넘었지만 주민 상당수가 여전히 지자체를 믿지 못합니다. 아무리 제도가 갖춰져도 주민 불신을 깨지 못하면 진정한 자치·분권은 요원합니다."

이창우(사진) 서울 동작구청장은 "지자체나 단체장이 신뢰받지 못하는 이유는 말만 해놓고 정작 매듭을 지은 사업은 적었기 때문"이라며 "민선 5, 6기 자치구가 이전과 많이 달라졌지만 주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만들지 못하면 '결국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선을 시켜주신 것도 잘했다는 평가라기보다 '시간을 줄테니 일을 완성하라는 의미"라며 "주민 삶에 중요한 문제는 작은 일이라도 끝까지 마무리를 짓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민이 체감해야 자치·분권 앞당겨져 = 이창우 구청장이 2014년 첫 취임 당시 청사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자 주민들은 시큰둥했다. 낡은 청사를 이전해 지역 발전의 계기로 삼는 것은 동작구의 오래된 과제였다. 하지만 선거 때 모든 출마자가 청사 이전을 얘기했지만 하나같이 실패했다. 주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심지어 이 구청장 공약을 보면서 '젊은 놈이나 나이 든 놈이나 되지 않을 공약 내거는 건 똑같네'라고 얘기하는 어르신도 있었다. 그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누가 되던간에 지자체에 대한 불신을 끊지 못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단순 청사 이전을 내세워서는 실패가 불 보듯 했다. 전국 지자체들이 앞다퉈 신청사를 건립하면서 예산 낭비라는 비난을 받을 때였다. 청사의 용도는 물론 콘셉트 자체가 완전히 달라져야 했다. 동작구는 이를 동작구장기발전계획과 연계했고 청사 신축 문제를 도시계획사업의 일환으로 의미를 확장했다.

그렇게 얻은 결론이 장승배기종합행정타운이다. 구청은 물론 경찰서, 소방서, 보건소 등 공공기관을 한데 모으고 주민편의시설도 대폭 입주 시키기로 했다. 종합행정타운은 대형 사업이다. 서울시 심의 통과와 예산 지원 등이 꼭 필요했지만 당시 분위기는 청사 신축을 전형적 예산 낭비사업으로만 바라봤다.

이 구청장은 박원순 시장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A4 용지 5장 분량의 이메일에 행정타운 건설이 기존 청사 건립과 어떻게 다른지, 동작구 발전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등을 상세히 적었다. 이 구청장은 "박 시장에게서 '구청장에게 메일을 받은 건 처음'이라며 "이런 의미가 담긴 사업인 줄 미처 몰랐다.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답장이 왔고 이후 시의 협조가 원활해지면서 사업이 전환점을 맞았다"고 회상했다. 이 구청장은 "'젊은 놈도 거짓말하는 건 똑같다'는 이야기 듣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며 "2022년 장승배기종합행정타운이 준공되면 동작의 미래 발전축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 대표 문화·관광도시로 = 이 구청장은 지난 임기 동안 동작구의 미래비전을 세우는 일에 주력했다. 최소한 30년을 내다본 장기계획이 필요하다고 봤다. 각계 전문가와 공무원, 주민까지 머리를 맞대고 '동작종합도시발전계획'을 완성했다. 그는 "동작구가 어디로 가야할 지 보여주는 미래 지도가 필요했다"면서 "그전까지는 임기 내 할 수 있는 일을 위주로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눈 앞의 일만 바라봤고 공약도 제대로 지킬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자치구 내에서도 균형발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정 지역 중심이 아닌 고루 잘사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량진을 중심으로 여의도~용산~한강을 잇는 경제·관광벨트를 구상한 것도 이런 이유다. 신대방, 상도, 흑석, 사당에도 지역 특성에 맞는 발전방안을 제시했다.

동작이 구청장이 동작 미래 먹거리와 관련해 공 들이는 또다른 사업은 '용양봉저정 관광명소화'다. 용양봉저정은 동작구 본동 한강대교 남쪽 언덕에 위치한 정자다. 조선 정조 때 지어진 것으로 정조 임금이 아버지 사도세자 무덤인 현륭원 참배를 갈 때마다 들렀고 어머니 혜경궁 홍씨도 자주 들러 쉬던 곳으로 전망이 뛰어나다.

이 구청장은 이곳을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만들 포부를 갖고 있다. 노들역을 중심으로 용봉정근린공원, 노들섬 등과 연계해 먹거리 등이 어우러진 문화·관광 명소로 탈바꿈 시킬 계획이다.

동작구 학부모들의 숙원 사업인 고등학교 유치에도 힘을 쏟고 있다. 1997년 중대부고가 강남으로 이전한 후 흑석동은 고등학교가 없는 동네가 됐다. 학생들은 원거리 통학으로 고생하고 이로 인해 이사를 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교육청은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학교 신설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이 구청장은 "고교 유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타 지역 고교 이전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주민 삶의 구체적 문제를 해결해야만 지자체에 대한 불신을 깰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구청 모든 부서가 공약 이행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에 조직도 바꿨다. 부서 간 협업체계 구축을 위해 고등학교 유치팀 등 45개 TF를 구성했다. 주민 삶과 밀접한 부서가 중심이 되도록 했다. 일자리경제과를 일자리경제담당관으로 바꿨고, 행정타운건립추진단(현재는 행정타운조성과)을 만들어 전담 업무가 가능케 했다.

주민과 한 약속을 허투루 여기지 않으려는 노력은 혁신 정책으로 이어졌다. 어린이집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보육청'은 보육교사 전보, 승진 등 획기적인 인사시스템을 만들며 지역 보육 수준을 끌어 올렸다. 어르신 복지 혁신 사례인 '어르신행복주식회사'는 97명의 어르신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모자안심, 홀몸어르신, 청년공유, 신혼부부 등 맞춤형 안심주택은 자치구 단위에서도 주거대책 마련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이 구청장은 "제도나 중앙정부 탓 이전에 주민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돌아봐야 한다"면서 "지자체에 대한 주민 신뢰와 지지도가 높아지면 지방자치·지방분권도 그만큼 앞당겨 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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