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조서 제출 안하는 삼일회계법인
2018-09-28 11:23:45 게재
GS건설 분식회계 집단소송 … 법원 문서제출명령에 10개월 넘게 버티기
GS건설을 상대로 한 증권집단소송은 2013년 제기돼 대법원이 2016년 소송허가 결정을 내렸지만 본안소송 1심이 시작되고 2년간 회사와 회계법인의 자료제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8일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문서제출명령에 불복해 삼일회계법인이 제기한 재항고사건을 기각하면서 문서제출명령을 최종확정했다. 하지만 삼일회계법인은 감사조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집단소송 본안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재판장 이동연)는" GS건설이 재무제표를 거짓으로 작성했다는 의혹을 입증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GS건설 소액주주들이 요청한 문서제출명령신청을 지난해 1월 받아들였다.
회계법인의 감사조서가 중요한 이유는 감사조서에 각 회계기간별로 해외플랜트 공사에 관한 수익인식, 총예정원가 및 변경예정원가, 실행예산서 등이 모두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소액투자자들은 GS건설이 해외플랜트공사의 예정원가를 저가로 추정하거나 원가상승에 따른 총예정원가를 적시에 변경하지 않는 등 재무제표를 거짓으로 작성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1심의 문서제출명령에 불복해 서울고등법원에 항고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항고를 기각하면서 "(소액투자자들이) 청구원인으로 주장하는 사유들이 단순한 의혹이나 추측에 기초한 것이라고 치부하기 어렵다"며 "감사조서에 GS건설이나 삼일회계법인의 기술 또는 직업의 비밀에 해당하는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감사조서의 제출을 거부할 수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삼일회계법인의 재항고 사건에 대해 대법원도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면서 문서제출명령은 확정됐다.
하지만 삼일회계법인이 대법원의 최종 결정에도 감사조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소액투자자들은 '진실 규명을 방해하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제3자가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을 거부하면 민사소송법상 '증언거부에 대한 제재' 조항이 준용된다. 제재는 증인이 정당한 사유없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을 때 내려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삼일회계법인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소액투자자들은 회계법인의 경우 단순히 문서제출명령 위반에 그치지 않고 공인회계사법을 적용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해당 법률은 '공인회계사는 직무를 행할 때 고의로 진실을 감추거나 허위보고를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GS건설의 분식회계 여부를 밝히는데 중요자료인 감사조서를 제출하지 않는 것이 '고의로 진실을 감추는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는 말이다.
소액투자자들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한누리는 "간접적인 정황증거로 어느 정도 분식회계혐의를 입증할 수 있지만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회사와 회계법인에 요청한 자료가 제대로 제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삼일회계법인은 그동안 '변호사·변리사·공증인·공인회계사·세무사·의료인·약사, 그 밖에 법령에 따라 비밀을 지킬 의무가 있는 직책 또는 종교의 직책에 있거나 이러한 직책에 있었던 사람이 직무상 비밀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 신문을 받을 때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는 민사소송법 조항을 이유로 문서제출명령에 불복했다.
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GS건설 분식회계 소송은 2013년 제기돼 소송허가 결정이 나오기 까지 3년이 걸렸고 1심 본안소송은 2년째 계속되고 있다. 회사와 회계법인의 자료제출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재판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실체적 진실을 가려내기 위한 소송은 요원한 실정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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