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석행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하이테크형 교육으로 미래사회 대비"

2018-12-05 11:30:58 게재

산업현장 목소리 교육과정 접목 … 은퇴자·경력단절여성 재취업 프로그램 강화

청년실업 장기화로 학교 졸업을 앞둔 청년세대들 뿐만 아니라 부모, 형제 나아가 국민전체의 주름살이 깊어간다. 국내 대표 공공직업교육훈련기관인 한국폴리텍대학(한국폴리텍)은 이런 상황에서도 80%대를 훌쩍 넘긴 취업률로 부러움을 사고 있다. 특히 한국폴리텍은 행정관료, 교수들이 주로 기관장을 맡았던 관례에서 벗어나 첫 현장기술자 출신 이사장을 선임했다. 내일신문은 이석행 한국폴리텍 이사장을 만나 높은 취업률을 유지하는 비결과 미래 기술교육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해나가는지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 교육기관인 한국폴리텍 이사장의 경력으로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은 좀 낯설다.

나는 노조위원장이기 전에 기계공고 1기 출신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동중공업에 입사해 잔뼈가 굵은 기술인이기도 하다. 항상 산업현장과 연결돼 있었던 덕분에 DNA자체가 현장 기술자다. 폴리텍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중소기업에 최고의 기술인력을 공급하는 것이다. 어느 누구보다 산업현장의 어려움과 필요한 인재상을 잘 안다. 폴리텍이 이뤄 온 성과에 산업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접목해 나갈 생각이다. 이것이 기술교육을 받는 학생들에 대한 교육기관으로서 최소한의 예우라고 생각한다.

이석행 이사장은│전북 기계공고/인천대 체육학과/대동중공업 노동조합 위원장/전국민주노동조합 총연맹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 위원장/(현)학교법인 한국폴리텍 이사장

■기업들은 우리 교육기관들이 산업현장에 필요한 인재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기술교육과 산업현장 사이에 어떤 간극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40년 전 내가 기계공고를 다니던 시절과 비교해도 실습장 시설과 장비의 변화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현장의 목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교육과정에 접목해야 한다. 또 실습용 기자재도 현장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갖춰야 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직업교육기관의 역할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인한 산업구조의 급변 속에서 제 역할을 잘 찾아야 한다.

■ 취임 후 직원들과의 소통에 힘쓴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대학은 1968년 인천에서 중앙직업훈련원으로 시작해 올해 50주년이 됐다. 현재 '일자리 특화 대학'으로서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취임 후 그동안 청년실업 최악 상황과 4차 산업혁명의 거센 파도 속에 미래 직업교육의 방향을 설정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구성원들과 소통에 최선을 다했다. 서른 번을 넘도록 교수들과 장비 활용, 대학운영에 대한 끝장토론을 했고, 전국의 재학생과의 열 번 넘는 간담회를 통해 '일자리특화대학 50년'을 향한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해 나가는 중이다.

■ 외부 소통에도 성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활동들이 있었는지 소개해 달라.

전국 교육감, 시도지사 등과 각각 9건의 업무협약을 체결해 폴리텍-지방자지단체 간 상생 동반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번 협약으로 캠퍼스 교육훈련 시설인프라가 확충되고 일반계고 위탁과정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협력체계가 강화될 것이다. 아직은 미흡하지만 재임 345일 동안 200여개 기관과 기업을 방문해 장학금을 확보해 220명에게 지원했다. 또 다수 학생을 취업시켰으며 다양한 교직원 복지향상에도 성과가 나고 있다.

■ 전국 곳곳에 캠퍼스가 산재해 있어 의견을 모으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는데.

조직은 살아있는 생명체다. 소통이 되지 않는 조직은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취임과 동시에 전국 36개 캠퍼스를 일일이 방문했다.

직렬, 직급, 연령대별 간담회를 통해서 함께 얼굴을 맞대고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노력했다. 취업 지원, 교직원 복지, 노사 상생 경영을 외치며 발로 뛰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온라인을 통한 소통 창구를 마련해 언제, 어디서나 모든 교직원과 함께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 소통 창구인 'CEO창'을 통해 일상에서 느꼈던 다양한 주제를 교직원들과 함께 나누기도 하고, 고용시장 최근 이슈 등을 함께 공유하거나 다양한 글을 게재 하면서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 소통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가 학교 운영에 반영되는 통로 확보도 필요해 보이는데.

그동안은 구성원들의 생각을 통일하는 단계였다면 지금부터는 소통결과를 학교운영에 본격적으로 반영하는 시기다.

학교 구성원 모두가 대학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실시간 반영 창구인 수요조사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인사제도 및 홈페이지 운영' 등에 활용돼 대학을 지원하는 경영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앞으로는 내부 직원만이 아니라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소통 창구를 확대해 고객과 함께 운영하는 '국민의 폴리텍'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 일부에서는 평균 82%가 넘는 폴리텍의 취업률에 대해 '일자리 질'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대안은 있는가.

취임하고 새로운 목표로 취업의 질적 향상으로 잡았다. 정규직 일자리로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할 수 있고, 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공인된 빅데이터를 공동 활용하고 밀어내기식 취업을 해소하기 위해 중소기업진흥공단과 협력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과 함께 전국 캠퍼스를 순회하며 취업설명회를 열고 있다. 지금까지 20개 캠퍼스 1107명에게 취업컨설팅을 제공해 양질의 취업을 견인하고 있다.

■ 청년실업 장기화로 전문대나 4년제 대학을 진학했던 이른바 'U턴 입학생'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전공과 교육과정이 준비돼 있는가.

2014년 경기도 성남캠퍼스에 생명정보시스템과를 비롯해 핀테크, 스마트팩토리 등 신기술 분야 학과를 신설했다. 2016년 3월에는 융합기술교육원도 문을 열었다. 융합기술교육원 하이테크 과정의 학과들은 4차산업중심의 학과로 고학력 미취업자를 4차산업 인재로 새롭게 육성하고 있다. 올해도 대전캠퍼스에 VR(가상현실)미디어콘텐츠과, 화성과 아산캠퍼스에 각각 스마트자동차과와 Iot정보보안과를 신설했다. 2020년까지 50개 학과를 전통산업 위주에서 4차 산업혁명 대비 융합학과로 개편할 예정이다.

■ 'U턴 입학생' 증가는 기술교육 비전공자 증가를 의미하기도 한다. 별도 교육이 필요한 것 아닌가.

인문계열을 비롯한 비전공 U턴 입학생을 위해 400시간 이상의 기초과정을 운영한다. 빠른 적응을 돕기 위한 교과과정이 U턴 입학생을 증가로 이어진다. 내년 10월 광명시에 하이테크형으로 설계한 제2융합기술교육원이 문을 열면 이들에 대한 지원이 좀 더 쉬워질 것이다.

또 융복합형 인재양성을 위한 '원스톱 실습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실제 직업현장을 강의실로 옮겨온 실습장인 러닝팩토리(Learning-factory)는 전 생산 공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오픈형 통합실습장으로 지난 4일 인천캠퍼스에서 시범 오픈했다.

■ 러닝팩토리가 뭔가요.

러닝팩토리는 4차 산업대비 융합교육에 앞장서고자 제품 생산의 전체 공정이 한 곳에서 연결되도록 다양한 교과의 실습 장비를 한 곳에 갖춘 통합 실습장이다. 기존 실습장과는 전통적인 칸막이식 학과 운영에서 벗어나 여러 학과의 학생들이 한 곳에서 프로젝트 실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처럼 각 학과의 학생들이 본인의 전공 분야 외 실습과정에 함께 참여함으로써, 전반적인 제품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안목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밖에도 곳곳에 오픈형으로 소통 공간을 배치함으로써 실습 중간 다른 학과의 학생들과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해 학과 간 교류의 장으로 활용 가능하고, 중소기업 또는 예비창업자를 위한 기술지원, 시제품 제작지원 공간 및 재직근로자의 전직훈련 공간, 청소년들의 직업체험의 장으로도 활용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전국 중심대학으로 확대한다.

■ 'U턴 입학생'의 취업률 현황을 말해 달라.

대학 졸업 후 서울강서 정보보안과, 성남캠퍼스 자동화시스템과, 융합기술교육원 의료바이오과에 입학한 이른바 'U턴입학생'의 취업률은 88.2% 이상이다. 특히 주당 40시간 내외의 교육훈련시간을 편성해 일반 대학 기준 약 2년이 소요되는 교육훈련과정을 1년으로 단축했다.

하이테크 과정으로 청년실업난 해소와 제4차 산업혁명 선도인력 양성의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생각이다. 교육과정은 협약을 통해 설계단계에서부터 기업의 수요를 반영한 '기업 맞춤형 과정'이라 취업으로 직결된다.

■ 베이비부머 세대의 대규모 은퇴, 신중년 세대 구직난도 심각한 사회문제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 대학의 사명이다. 인구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직업교육 대상을 더욱 다변화 하고 있다.

6년째 중장년을 위한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는 5060세대 재취업 지원을 위해 신중년 특화과정을 신설했다. 인구 및 산업 환경 변화를 고려한 전기, 그린에너지설비, 신재생에너지분야 관련 직종과 중장년 취업수요를 반영한 자동차 등 중장년 친화직종을 운영한다. 현재 300명 시범운영 중이며 2020년까지 1만2000명 양성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과정의 지난해 취업률은 57%로 4년제 타 대학 졸업자 취업률이 60%대인 것을 고려하면 성공했다고 판단한다.

또한 조선 산업 등 경기침체에 따른 대규모 실업에 대비한 교육훈련과 함께 재직자 전직지원 교육훈련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에도 사회적 관심이 높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여성재취업과정은 올해 27개 캠퍼스에서 950명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전산회계, 화장품상품기획, 3D프린팅, SW코딩 지도사 양성과정 등으로 세분화해 교육을 실시했다. 취업률은 57.1%를 기록했다. 목포캠퍼스 드론조종학과의 경우 드론 조정 이론시험에 100% 합격한 상태다.

■ 이런 과정에는 누가 지원할 수 있는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지원해서 입학할 수 있다. 전국 36개 캠퍼스 중 가까운 곳에 개설된 과정에 지원하면 무료로 배울 수가 있고 실비까지 제공받는다. 폴리텍은 경제활동에 성공적으로 재진입할 수 있도록 생애 전주기 직업교육을 강화해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든든한 일자리 대학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 미화·경비 직종 파견직 용역 근로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는데.

비정규직 671명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폴리텍에 와보니 파견·용역직으로 근무하는 비정규직이 많았다. 뿐만 아니라 학과 조교 등 기간제 근로자도 있었다.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는 우리 대학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다.

■ 정규직 전환 이후 어떤 변화가 있는가.

지난 6월 정규직 전환 기념행사를 갖고 대학 배지를 달아 드렸다. 지금은 '용역직'이라 부르지 않고 '대학 운영직'이라고 한다. 연말이면 계약 연장이 될지 조바심 냈는데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 직원이 됐다고 다들 좋아한다.

내 직장이라는 소속감이 있어야 최고의 서비스가 나온다. 정규직 전환으로 직원들에게는 고용안정을 학생들에게는 더 나은 교육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다. 실제로 이분들은 폴리텍 가족으로서 대학 발전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다.

■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송영길 시장 당시 인천시 노동특보로 있으면서 지하철 청소 근로자 등 많은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이뤄냈다. 인천 비정규직 전환 모델이 모범사례가 돼서 광주, 국회 등에서도 전환이 이어졌다.

■ 끝으로 마무리 말씀 한마디 한다면.

폴리텍은 고령인구뿐만 아니라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 여성, 실업자들이 경제활동에 성공적으로 재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려고 한다. 일자리를 찾고 고민하는 전 국민들의 꿈과 희망이 꽃 피울 수 있도록 항상 든든한 지원자가 될 것이란 약속이다. 교육수요자 취업 역량 강화에 매진하는 우리 대학을 선택하면 기술전문가의 꿈을 디자인하는데 유리하다.

다시 한 번 국민과 함께하는 대한민국 유일의 일자리 대학으로 자리매김 할 것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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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진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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