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당진공장 대기오염 연일 도마에

2019-04-30 11:15:03 게재

청산가스 배출·저감장치 고장

"충남도, 현대 봐주기 그만"

현대제철 당진제철소가 연일 대기오염물질 배출 문제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충남도가 대기오염도 검사 등에 나섰지만 '뒷북행정'이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충남도는 29일 "환경단체 등과 합동으로 곧 현대제철 3고로 열풍로 등 4개 시설을 대상으로 시안화수소(HCN) 측정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충남도의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대기오염도 검사는 최근 감사원 적발에 따른 것이다. 감사원은 2017년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3곳에서 시안화수소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시안화수소는 '청산가스'로 불리는 특정대기오염물질로 저농도에서도 사람의 건강 등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대기오염물질이다.

시안화수소 배출에 이어 미세먼지 저감장치 고장문제도 터져 나왔다. 현대제철이 5년간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저감장치가 망가진 채 당진공장을 가동 중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지난 3월 환경부에 따르면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2017년 대기오염물질 다량 배출 사업장 가운데 석탄화력발전을 제외하면 산업부문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대기오염 실태가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지역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최근엔 공장에서 빨간색 분진이 피어올라 당진시 등에 주민들 제보가 쏟아지기도 했다. 당진지역 시민·환경단체 등은 곧 현대제철에 대해 추가적인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김정진 충남미세먼지 공동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당진에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가 있어 현대제철에 대해선 소홀히 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2015년 이후 현대제철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급격히 증가해 의아했는데 저감장치가 고장이라는 사실에 의문이 풀렸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설비는 용량이 작고 최신시설로 포스코에 비해 오염물질 배출량이 많이 나올 수 없는 구조다. 김 집행위원장은 "현대제철과 충남도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양해를 구하는 등 주민을 설득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이를 숨겨왔다"며 "충남도는 더 이상 기업의 일방적 해명만 받아들이고 봐주기식 행정으로 일관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남도 관계자는 "현대제철에 대한 의혹이 계속 쌓여가는 상황"이라며 "참여가능한 기관이나 단체 등과 합동으로 검사를 실시해 신뢰성을 높이고 위법사항에 대해 적법하게 처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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