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산혁신 2030과 수산업 미래
사람마다 얼굴이 다른 것처럼 연어도 생김새가 다르다고 한다. 노르웨이 연어양식장에선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을 동원해 넓은 바다 속 가두리 안을 돌아다니는 수천마리 연어를 한 마리 한 마리 자동으로 건강관리까지 하고 있다. 충분히 사료는 섭취하는지 질병은 없는지 인공지능이 항상 지켜보고 있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과학기술이 수산과 결합해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자 전 세계 소비자는 지속적인 연어 구매로 화답하고 있다.
한국수산업만의 혁신전략 필요
과거 우리나라 수산업은 외화벌이와 수출 주력산업으로 국민경제에 이바지했고 양질의 단백질을 국민에게 공급하는 중요한 식품산업이었다. 하지만 연근해 어업 생산량과 자원은 감소하고 있으며, 활력이 넘치던 어촌은 현재 사람이 없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중요한 수출산업인 원양산업과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는 양식업 또한 성장이 정체하고 있다. 무역수지 흑자를 주도하던 수산업은 연간 약 30억달러(2018년 기준)의 무역수지 적자 산업으로 늪에 빠져있는 상태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수산혁신 2030’ 계획을 통해 위기에 직면한 수산업의 중장기적인 미래 비전을 밝히고 체질개선을 위한 실행계획을 선포했다. 2030년까지 수산업 매출액 100조원, 어가소득 8000만원 달성을 목표로 올해 1단계 사업에 나섰다.
하지만 필자가 보는 수산혁신 2030 계획은 각 부문의 현안 해결에 집중된 반면 세계 수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대응 전략은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무대 도약을 위한 진정한 의미의 수산혁신을 위해서는 세계 수산업 국가들의 가치사슬 변화와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찾을 수 있는 한국 수산업만의 혁신전략이 중요하다.
우선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산 혁신 전략이 중요하다. 한국 수산업의 세계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세계식량농업기구( FAO) 통계에 의하면 한국은 1990년대 세계 수산물 수출 상위(6위~14위) 국가에서 2018년 세계 수산물 수출 21위로 밀려나는 등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현재 세계 수산물 상위 수출국은 1위 중국, 2위 노르웨이, 3위 베트남 등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 그리고 선진국인 노르웨이가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수산혁신 2030 계획에는 글로벌 수산물 수출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구조적인 혁신과 성장에 대한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다음으로는 글로벌 수산업 가치사슬 변화에 대한 대응이다. 지금까지 글로벌 수산업 가치사슬은 미국 러시아로 대표되는 자원 강국들이 생산을 담당하고, 중국이 세계 공장으로서 수산물을 가공해 주요 소비시장인 미국 유럽으로 수출하는 구조로 돼 있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수산가치사슬 중심축은 현재 노동경쟁력이 높은 베트남 태국 인도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 가치사슬 중심축이 이동함에 따라 한국 역할은 더욱 축소되고 있어 우리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글로벌 가치사슬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
세계 수산업 가치사슬 변화에 대응해야
마지막으로 세계적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품목을 선택해 경쟁력 있는 미래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세계 주요 수산국은 점점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연어 참치 새우 바닷가재 등에 엄청난 예산과 과학기술을 투입하고 있다. 한국도 과거 넙치 전복 해조류 해삼 갯벌참굴 등 수산분야 10대 전략품목을 육성해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한 적이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 했다. 이번에는 세계시장에서 높은 시장성과 경쟁력을 가진 품목을 선별하고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접목해 육성하는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이 있어야 한다.
수산혁신 2030 계획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세계 무대로의 성장, 세계 수산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담아내는 진정한 혁신이 되기를 크게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