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돋보기 졸보기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소비생활 2제

'일상이 된 재택근무' … 밥상 반찬이 달라졌다

2020-03-06 10:42:19 게재

고등어 삼치 등 가족형식재료 구매 다시 늘어

간식 밀키트 인기 … 방에서 시식 온라인 후기

회사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일을 하는 '재택근무'가 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기업들이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직원 건강을 챙기는 것은 물론 지역사회 감염확산을 막아 보자는 의도에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재택근무를 결정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얘기다.
GS리테일 심플리쿡 간식메뉴를 한 가족이 먹고 있다. 사진 GS리테일 제공


실제 원격근무 서비스 제공업체인 '알서포트'에 따르면 5일 현재 재택근무 서비스 신청 기업은 1600곳을 넘어섰을 정도다.

재택근무자가 갑자기 늘면서 소비생활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일단 먹는 사람, 식구수가 평소보다 늘어나다 보니 밥상 위 반찬부터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집에서 잘 먹지 않던 고등어 삼치 같은 가족형 식재료 구매가 확 늘었다. 밖에서 끼니를 해결하던 직장인들이 집밥만 먹게됐으니 쌀과 김치같은 기본 식재료 소비도 당연히 늘고 있다. 집에서 술을 먹는 '홈술' 역시 많아졌다. 식재료 세트를 집으로 배송 받아 간편히 조리해 먹을 수 있는 '밀키트'가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유통업계 마케팅 지도도 바뀌고 있다. '집콕(집에만 콕 박혀 있다는 뜻의 신조어)'용 상품들을 전진 배치하고 있다. 한 유통관련 스타트업은 방에서 온라인으로 시식 가능한 상품까지 개발했다. '집에서의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시작된 셈이다.

◆확진자 늘며 재택근무 서비스 신청 급증 = 알서포트는 1월 26일부터 4월 30일까지 화상회의 솔루션(RemoteMeeting)과 원격제어 솔루션( RemoteView)을 무료로 제공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화상회의 솔루션은 웹브라우저를 통해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사람들 누구와도 쉽게 화상으로 소통 할수 있다. 원격제어 솔루션은 내 업무방식이 그대로 담긴 사무실 PC를 원격제어해 어디서든 똑같은 업무 환경을 제공해 준다. 한마디로 재택근무를 하기 위한 필수 소프트웨어인 셈이다.

이 소프트웨어를 신청한 기업은 1월만 해도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다 2월 23일부터 가파르게 늘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정부가 대응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한 바로 그 시점이다. 신청 기업은 5일 현재 1600곳을 넘어섰고 화상회의 사용량은 3일 기준으로 1월 7일 대비 22배 증가했다. 이 소프트웨어 신청 기업 가운데 70%는 2월 23일 이후에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진출 외국계 기업들 역시 재택근무에 적극적이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가 회원사들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사태 영향 설문조사에서 참여기업들의 대응방안으로는 '해외출장 제한' (89%), '행사취소'(88%), '임직원 재택 근무'(79%) 순으로 조사됐다. 이번 설문은 한국에서 2만70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총 매출 규모 190억 유로(약 25조원)에 달하는 유럽기업CEO들이 참여했다.

이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신 기술발달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대면 업무에 익숙한 기업 문화 특성 때문에 그동안 외면 받았다"면서 "전염병 등 극단적 상황이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족형 식재료 할인으로 대응 = 이마트는 5일부터 미국산 오렌지 딸기 삼치 봄나물 돼지고기 등 가족 먹거리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마트측은 "최근 아이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재택 근무하는 회사들까지 더해져 집밥을 먹는 식구가 늘어나 기본 식재료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행사 이유를 설명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2월 계란 당근 양파 감자 등 요리에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식재료 매출이 전년동월 대비 30% 가량 늘었다.

어느 요리에나 빠지지 않는 대표 식재료인 '계란'의 경우 지난해 대비 매출이 26.2% 증가했다.

양파는 32.2%, 당근이 28.5%, 감자는 10.9%씩 매출이 늘었다.

특히 과거 대표 반찬이었지만 온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횟수가 줄며 주춤했던 고등어 삼치 매출 역시 지난해 2월보다 크게 늘었다.

고등어는 35.3%, 삼치는 27% 가량 매출이 늘었다. 돼지고기 역시 10% 가량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매출이 증가했다.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쌀과 김치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0.8%, 34.8%씩 늘었다. 집에서 밥을 먹는 비중이 늘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여러 식재료를 집으로 배송 받아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밀키트' 매출도 급증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밀키트 브랜드 심플리쿡 최근 2주간(2월 19일~3월 3일)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182.5% 급증했다.

GS리테일측은 "최근 개학 연기, 학원 휴강, 부모 재택 근무 확대 등으로 자녀들이 선호하는 간식 메뉴를 부모가 집에서 직접 조리해 함께 먹는 트렌드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간 한식 안주류 매출도 271% 폭증했다.

회식·모임을 자제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홈술' 수요가 늘어나며 신토불이 한식 안주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풀이했다.

GS리테일 온라인 장보기 몰 GS프레시는 개학 연기·재택근무 확대 등을 고려 7일까지 '심플한 방학 생활'을 주제로 아이들 간식 메뉴를 포함한 전상품을 9900원에 판매하는 균일가 행사를 벌이고 있다. 유통업계들은 재택근무 확산에 따른 가족형 식재료 할인판매 등으로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식품 정보 확인 앱 '엄선' 운영사 트라이어스앤컴퍼니는 3일 '집에서 즐기는 온라인 시식'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평소 먹어보지 못했던 상품 시식경험을 원하는 소비자와 자신의 상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원하는 식품브랜드사를 시·공간 제약없이 연결해 준다.

방에서 시식을 한 뒤 후기를 온라인으로 올린다. 대형마트 매장을 가지 않아도 된다. 주부는 물론 재택근무자들까지 겨냥한 마케팅인 셈이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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