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불가능한 인터넷, 개인맞춤형 치료시대 온다

2020-03-10 10:34:47 게재

MIT '2020 10대 혁신 기술' 공개

모두 당장 실현되는 것은 아냐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테크놀로지 리뷰'를 통해 올해를 빛낼 '10대 혁신기술'을 발표했다. MIT는 매년 2월말 첨단 산업분야(IT·BT·NT·ET 등)에서 우리 삶과 산업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기술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테크놀로지 리뷰는 MIT가 발행하는 기술분석 전문지로 미래 기술에 대한 분석 부문에서 가장 저명하고 신뢰성 있는 간행물로 평가받고 있다.


◆해킹 불가능한 인터넷 = MIT는 5년 안에 양자물리학을 기반으로 해킹이 불가능한 인터넷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테크놀로지 리뷰가 가장 먼저 소개한 것은 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 스테파니 웨너 연구팀이다. 이 연구팀은 양자기술을 활용해 네덜란드 4개 도시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스테파니 웨너 연구팀은 '얽힘'이라는 원자 입자의 특성을 이용해 네트워크 연결을 방해하거나 도청이 불가능하도록 했다. 1.5km 이상 얽힘 입자 전송을 시연했으며 올해 말까지 델프트와 헤이그 사이에 양자 링크를 설정할 계획이다.

이 네트워크가 완성되면 세계 최초로 양자기술을 사용해 도시 간 정보를 처음부터 끝까지 전송하는 네트워크가 될 전망이다.

중국에서도 양자정보통신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 연구팀은 광섬유 케이블을 통해 인코딩한 정보를 완벽하게 보호하는 방식으로 광자 쌍(Pairs of Photons)을 전송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베이징과 상하이 간 약 2000km 달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MIT가 소개한 기관들 외에도 세계 각국과 주요 인터넷 기업들은 양자정보통신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연합(EU)와 미국은 양자기술 개발에 각각 1조3000억원(10억 유로), 1조4000억원(12억달러)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글과 인텔 등 글로벌 기업도 양자정보통신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개인맞춤형 치료 = 각각의 사람 유전자에 맞는 맞춤형 약물과 치료제 개발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독특한 유전적 돌연변이가 유발한 질병 등으로 고통받는 환자 유전자에 적합한 약을 개발해 치료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2016년 6살이었던 '밀라 마코벡'이라는 어린 소녀는 유전성 신경퇴행장애인 바텐병을 앓고 있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 소녀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승인했다.

의료진은 이 소녀 맞춤형 의약품을 개발해 투약했다. 밀라 마코벡은 발작이 감소했고 걸을 수 있을 만큼 증상이 완화됐다.

미국 '보스톤 어린이 병원' 등에서 이 같은 맞춤 의약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안으로 맞춤형 의약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디지털 화폐 = 페이스북은 지난해 6월 디지털 화폐 '리브라' 출시계획을 발표했다. 마크 주커버그는 리브라가 미국의 민주주의 가치와 관리·감독뿐만 아니라 금융 리더십을 확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의 규제로 현실화 되지는 못했다. 페이스북과 함께하기로 했던 기업 8개가 리브라 연맹에서 탈퇴하기도 했다.

하지만 페이스북 디지털 화폐 발행계획은 아직 유효하다.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2020년 상반기부터 리브라를 발행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에 맞서 중국인민은행도 디지털 화폐 발행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리브라로 대변된 미국 디지털 화폐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에 주목하며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디지털 화폐는 올해 안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

◆노화 방지 의약품 = 최근 세계 주요 제약기업들이 주목하는 것은 노화방지 의약품이다. 테크놀로지 리뷰는 5년안에 새로운 노화방지 의약품이 상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제약사 메이요클리닉은 '세놀리틱스(Senolytics)'라는 의약품을 임상실험하고 있다. 이 약물은 나이 들면서 축적되고 있는 세포를 제거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지난해 6월 유니티 바이오테크놀로지는 자사가 개발한 약품이 노인에게 자주 발생하는 퇴행성관절염 치료 효과가 검증됐다는 임상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유니티 바이오테크놀로지는 올해 하반기 시제품 출시를 예고했다.

알카헤스트(Alkahest)는 현재 파킨슨·알츠하이머·치매 환자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 중이다. 특히 젊은 사람 혈액에서 발견되는 성분을 의약품화해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주입하고, 인지 기능 저하를 막는데 성공했다.

◆AI를 활용한 새로운 분자 발견 = 새로운 약을 상용화하는데 평균 25억달러 이상이 들어간다. 특히 유망한 분자를 찾아내는 것은 무척이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 머신러닝 기술이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연구에 희망을 주고 있다. 실재하는 분자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후 인공지능(AI)를 활용해 새로운 화학적 가능성을 추론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오는 9월 홍콩에 본사를 둔 인실리코 메디신과 캐나다 토론토대학은 협력을 통해 AI 알고리즘을 적용한 의약품 개발 시스템을 가동할 예정이다.

테크놀로지 리뷰는 앞으로 3~5년 내에 AI를 활용해 치료약에 쓸 수 있는 새로운 후보 물질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잠재적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약물로 전환 가능한 분자는 매우 방대하여 약 1060개로 추정된다.

◆소형위성 거대 군집 시스템 = 조만간 수천 개 위성이 지구상에서 가장 빈곤하고 낙오된 지역에 인터넷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지구궤도에 수 만개 위성을 발사해 운영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위성 소형화, 발사 비용 저렴화 등으로 다수 위성으로 거대 군집시스템 구성이 실현 가능해 진 것이다.

과거에는 위성 발사 비용이 파운드 당 약 2만4800달러가 들었다, 무게 4톤에 달하는 통신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는 거의 2억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하지만 최근 민간우주기업을 중심으로 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

스페이스X 스타링크 위성 무게는 약 500파운드(227kg)에 불과하다. 재사용 가능한 시스템과 저렴한 제조 등으로 비용도 대폭 줄었다. 스페이스X 팰콘9 로켓은 파운드 당 1240달러에 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려놓고 있다.

스페이스X는 올해 1월부터 2주마다 60개 묶음의 위성을 발사할 계획을 세웠고, 실현해가고 있다.

소형 위성 발사에는 스페이스X를 비롯해 원웹 아마존 텔레셋 등이 참여하고 있다.

◆양자컴퓨팅 실용화 = 테크놀로지 리뷰는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삶과 산업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또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는데 5~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양자컴퓨터는 기존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데이터를 저장·처리한다. 또 기존 컴퓨터로는 사실상 불가능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구글은 양자 계산의 기본 단위인 53큐비트를 가진 컴퓨터로 기존 슈퍼컴퓨터가 1만년 걸리는 계산을 약 3분 안에 해냈다. 이는 양자컴퓨터의 우월성을 분명하게 입증한 실험이었다.

양자컴퓨터 개발에는 구글을 비롯해 IBM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IT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작은 인공지능 = 구글 IBM 애플 아마존 등 거대 IT기업들은 기존 딥러닝 모델 성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형화할 수 있는 새로운 AI 알고리즘과 칩을 개발하고 있다. 새로운 AI 칩은 클라우드와 통신하지 않고도 최신 AI기술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IT기업들이 작은 AI칩 개발에 나선 것은 탄소배출을 줄이고 프라이버시 제한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기존 AI는 많은 양의 데이터와 컴퓨팅 성능을 사용한다.

구글은 지난해 5월 원격 서버에 요청하지 않고 사용자 폰에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실행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애플은 아이폰에서 음성인식(시리) 기능을 단말에서 실행한다. IBM과 아마존도 작은 AI를 만들고 배포하기 위한 개발자 플랫폼을 제공한다. 이 같은 작은 AI 기술은 자율주행자동차, 개인정보보호 강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효과를 낼 전망이다.

◆차등 정보보호 = 올해 미국 정부(인구조사국)는 신원을 비공개로 하면서 3억3000만명의 개인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할 예정이다.

이 데이터는 입법 또는 연구 수행 시 정책 입안자와 학자에게 통계 테이블로 공개한다. 다른 목적으로는 사용이 불가하고, 정보유출 또한 금지다. 하지만 데이터 공개 시 특정 개인을 유추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인구조사국은 이 데이터에 개인별 가짜 연령과 피부색 등 부정확정보(noise)를 주입해 익명성을 강화할계획이다.

◆기후변화 분석기술 = 테크놀로지 리뷰는 기후변화 분석기술도 올해 주목할 기술로 선정했다.

수년 전만 해도 과학자들은 특정 사건을 기후변화와 연결하는데 망설였다. 하지만 최근 극단적 기상 기여연구 활성화와 도구·기법 등이 발전하면서 기후변화가 기상이변의 원인이라는 결론에 쉽게 도달하고 있다.

상세 위성 데이터가 축적되고 컴퓨터 성능이 향상되면서 고해상도 시뮬레이션과 가상실험이 가능해진 것 등이 연구자들의 확신에 뒷받침이 되고 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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